[이야기]TV를 바꿨다.

네로 | 2002.02.15 16:39:01 댓글: 0 조회: 992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87
<삘리리..삘리리..> 핸드폰이 올린다.
<누구세요?>

<나,매부인데...저녁에 너한테 놀라가마.>
<그래우.>

<그런데 너 집에 TV 잘나오니?>
<망가졌소.>

<그래므 내 보던걸 하나 갖구가마.>

이게 웬떡이냐? TV라는 놈이 맨날 시름시름 앓음자랑을 해서 아주 속이 편치 못하던중이였으니까...
지금 갖춰져있는 TV는 먼저 살던 형이 물려준건데 리모콘까지 달린데다가 화질도 뛰여나서 더이상 바랄게 뭐있겠냐만 딱 한가지아쉬운점이 있다면 이녀석이 제맘이 내킬때만 보여준다는것이였다. 멀쩡하게 나오다가도 툭하면 싸아...하는 소리와 함께 아무것도 안나온다.

그럴때면 다시 나올때까지 내심하게 기다리거나,아니면 지쳐서 끄곤 했다. 그것까진 좋은데 주말같은때 심야영화를 재미있게 보다가 갑자기 안나와버리면 너무나도 열받고 답답하다. 게다가 요즘엔 갈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더니 급기야 아예 안나온다.

생각같아서는 수리부를 찾아가고싶은데 한국에는 가전제품수리부라는데가 없다.(있을지도?) 가전제품이 망가지면 수리부로 들고 달려가는 중국과는 달리 제조사에 애프터서비스(일명 A/S 讐後服務)를 위탁하는게 순서다.

"골드스타"이라는 이름을 가진 텔레비젼은 제조사가 바뀐데다가 제조일도 무려 10년이나 넘는 고물이라 대리점을 찾아간다고 해도 보유하고있는 부품이 있을지 불투명한데다가 오가는 택시비에다가 수리비까지 합친다면 배보다 배꼽이 큰격이 되지 않을가 싶다.

중고가전제품가게에서도 낡은 가전제품을 수리해준다지만 아무래도 상황은 비슷할것 같다. 여태껏 행여나 회복의 기미를 보일것을 기대하고있었는데 아무래도 이젠 포기해야 할가부다. 게다가 얼마전에는 유선방송료체납고지서가 출입문에 턱 붙여졌다. 4개월을 체납했으니 16000원을 내란다.

그렇지 않아도 요금고지서가 안보여서 궁금했는데(굳이 유선방송국까지 찾아가서 요금을 낼 필요가 없다.가까운 은행에 가서 일명 지로라고도 하는 요금고지서와 함께 표기된 액수대로 현금을 납부하면 된다,이밖에 전기세나 가스비같은 자잘한 요금도 지로로 납부된다.)올것은 드디여 오고야 말았다.

티비가 망가진것만 해도 억울한데 보지도 못한 요금까지 내라고 하니 속쓰리다. 무늬만 유선방송이지 채널은 10여개밖에 안나와서 무선방송이나 다름없지만 내가 사는데는 지하라서 무선방송이 아예 안나오기에 유선이 필수다.

까짓거 TV를 안보고 말지! 남는 시간에 책도 보고 잠이나 자면서 유익하게 보내는거야...

그런데 포기한지가 얼마안돼서 우리 매부가 TV를 갖다준단다.

매부는 나랑 비슷한 시기에 한국으로 왔는데 건설현장에서 지금 일하고있다. 가까운 친척이라곤 매부밖에 없지만 서로 할일이 바빠서 몇십분거리를 사이두고 일년에 두세번 만날가말가다. 가끔 만날때마다 보상이라도 하듯 뭘 잔뜩 들고오지 않으면 속이 내려안가는 우리매부...

매형이 갖다준 티비는 리모콘까지는 없지만 같은 20인치짜리이고 화질도 퍼그나 괜찮다,이거 웬떡이냐? 아무튼 다행이다.

그런데 망가진 텔레비를 처치하기가 좀 난감하다.중국같으면 쓰레기통에다가 버리면 되는데 한국은 가전제품을 함부로 버릴수가 없다.동사무소에 가서 해당되는 액수를 내고 스티커(不乾膠)를 구입해서 붙인뒤 버려야 한다. 5000원정도인가?아무튼 귀찮기 그지없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가구를 버릴때에도 스티커를 사다 붙여야 한다.매트리스(席夢思)도 일인용과 2인용가격이 따로 정해져있다.

한참을 진지하게 고민하는데 매형이 알려준다. 그냥 내놓으면 주어가는 사람이 꼭 있다고. 나는 그래서 일단은 버리기로 작심했다. 리모콘을 건전지를 넣은 그대로 TV에다 비닐테이프로 붙인뒤 전기코드도 잘 감아서 문앞에 내놓았다.

과연 얼마후에 보니 텔레비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ㅎㅎㅎ 고장난거라서 좀 미안하지만 수리해서 쓰시던지 아니면 부품이라도 재활용하시던지...

저녁에는 오랜만에 TV를 보았다.역시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없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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