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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수필]상처입은 절약정신

네로 | 2002.05.15 15:29:41 댓글: 1 조회: 1045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514
나는 돈에 둔감한 남자다.
어느정도냐면 한국에 온지 5년넘었지만 소주한병값이 얼마인지 맥주 한병값이 얼마인지도 모른다.심지어 라면값도 모르고, 어렴풋이 껌은 한통에 300원,디스담배는 한곽에 1300원이라는 정도의 몇몇 수치만 알고있을뿐.

술가격에 대해 더욱 둔감한 이유는 술을 종래로 한병씩 사본적이 없어서이다. 술사고,마른오징어같은 안주를 사고 만원 내지는 2만원을 들이밀고 거슬러받고... 가격표에는 전혀 신경을 안쓰다보니 간혹 가격을 기억할때도 있지만 하루도 못가 까먹는다.

옷을 살때에도 가격깎는법이 없이 달라는대로 다 퍼주고 비싸다싶으면 안사고,호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참고... 누구 한사람 같이 써줄사람 없고 혼자벌어서 혼자쓰는 홀아비신세라 비계산적인 소비방식이 별로 불편함을 못느꼈는데,요즘은 형편이 좀 달라졌다.

더구나 현재 일하는데는 월수입이 별로 많지 않은곳이라 따지지 않고 살다보니 사는게 쉽지 않다. 월급나오면 집세내고 전기세,티비시청료,가스요금,수도요금 등 잡다한 요금을 문뒤 교통비와 식비까지 뚝 떼내면 용돈정도가 남는다. 감히 저축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예전엔 월급이 나오기 바쁘게 저축하는것이 습관이였는데 요즘은 저축하자마자 뻔질나게 돈을 찾아야 하므로 아예 지갑에 넣어두고 쓴다.ㅡ.ㅡ)

월말이면 항상 손가락을 빨면서 월초를 기다리는 신세인데... 묘하게도 돈이 떨어지는 순간이면 월급이 나오다보니 그럭저럭 숨은 붙어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아무리 따져봤자 머리만 아프고 더 생기지 아니하므로 따지지말고 산다는 내 생활의 신조는 변함이 없었는데 이런생활을 청산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얼마전 사무실사정상 월급을 5일 미루었던것이다. 그때의 황당함이란! 월급날이 가까워오자 내 호주머니는 어김없이 깨끗하게 비워졌고 빨각빨각하는 현찰로 다시 채워지길 원했으나 그 시간이 5일뒤로 미루어진것이다. 요즘에는 늘 그러했듯이 저금통장에는 불과 수천원(인민페가 아니라 한국돈 ㅡㅡV)밖에 남아있질 않아서 5일이 아니라 하루가 급박했는데 워낙 얼굴이 엷은터라 누구한테 돈꿔달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 제발 돈쓸일이 생기지 말아야 할텐데...

결국엔 사무실동료한테서 얼마간 구제금융?을 신청해서 어려운 고비를 넘긴 했는데 그돈을 월급날에 갚고나니 다음달생계가 더 걱정된다.

그래! 이제부터 아끼고 따지면서 사는거야! 이전에 아이엠에프를 이겨냈던 그 시절처럼! 퇴근무렵에 습관처럼 집에 들고들어가던 쥬스나 과일꾸러미도 ... 하루에 한갑씩 피웠던 담배도 다 끊었다. 심지어 출근길에 하나씩 즐기던 바나나우유마저...흑흑 ㅡㅜ 요즘은 무슨낙에 사는지 모르겠다.

다만 군것질은 줄이되 건강마저 줄이면 안되므로 두부나 김치같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건강에도 보탬이 될만한것은 챙겨먹는편이다. "살기위해 먹는다"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면서.

절약정신을 행동에 실천한지 불과 보름도 안됐는데 효과는 벌써 확연하게 드러난다. 지금쯤은 돈이 바닥날때가 가까워졌는데 아직도 상당한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있다니? 음하하!!!

그러던중 어제 우리집앞에 있는 마트로 쇼핑을 나갔다. 김치를 담아둘 비닐통이랑 주걱같은 필수품만 챙기고 이전에 자주 들리던 부식품매대를 지나쳤다. 예전같으면 햄이랑 통조림따위를 한보따리 샀을텐데...  

그런데 술코너만큼은 그냥 지나칠수가 없다. 술까지 안마실거면 왜 살아야 하나? 하지만 절약정신은 발휘해서 가장 저렴한걸로 구입하기로 했다. 가격을 보니까 진로소주가 가장 싸다. 한병에 800원. 그래! 이걸로 하는거야,그런데 다시보니까 병뚜겅이 라선형으로 탈린 일반 병뚜껑이 아니라 한번따면 다시 닫을수 없는 사이다병뚜껑이다. 즉 한번 따면 다 마시라는건가?  혼자마시기엔 한병이 너무 많고 여러번 나누어마셔야 할텐데 갑자기 뾰죽한 수가 생각나지 않았다. 게다가 집에는 빈소주병도 없고,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진로골드"라는 술을 샀다. 같은술임에도 불구하고 마개가 여닫을수 있는 라선형이라는 이유 하나로 무려 150원이나 더 비싼 950원이다. 그리고 진로도 한병 샀다. 먼저 진로골드를 다 마신뒤 진로를 빈병에 부어서 마시면 그래도 150원은 절약된다.^^

어떻게 보면 150원을 낭비한것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150원이 절약된것 같기도 하고...약간 알쏭달쏭하지만 누구는 같은 반컵의 물을 보고 반컵이 비여있다고 말하며 슬퍼하고 누구는 반컵이 남아있다고 즐거워한다지 않은가? 나도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누가 뭐래도 오늘 150원을 번거야!

흐뭇한 심정으로 집에 돌아와서 비닐백에 들어있는 물건들을 꺼내던 나는 무심결에 영수증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영수증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있다. ********* 진로소주(골드) 950원 2병 **********

꽈당!!! 일반소주와 소위 골드는 병뚜껑만 다르게 생겼길래 캐셔아줌마가 두병다 진로소주골드인줄 알고 950원씩 받았나보다. 기분이 우울해진다. 150원을 손해본탓도 있겠지만 150원 남길라고 얼마나 머리를 짜고 고민도 많이 했는데, 심지어 자부심까지 느끼기도 했는데 이모든것을 한펀치에 깨끗이 날려보낸다.

그렇다고 소주병을 들고 달려가서 150원을 환불해달라고 따질수도 없고,환불받더라도 이미 상처입은 가슴을 치유할수는 없다. 비로소 오늘에야 그 허망한 심정이 약간은 수습이 되면서 또 교훈을 얻는다. 아무리 절약하더라도 너무 오바하지는 말자, 그리고 영수증을 확인할라면 집에와서 하지말고 그자리에서 해라
추천 (1) 선물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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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176.♡.120) - 2002/08/08 09:36:25

ㅋㅋㅋㅋㅋ, 무우님 참 잼있게 봤어요..... 타향생활하다보믄 그런일도 있져...... ^^, 저도 한번은 물건을 택시에 놓고 그냥 내렸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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