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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2일간의 전쟁-불법체류자진신고

네로 | 2002.05.24 12:25:23 댓글: 2 조회: 1437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515
자진신고를 했다. 무슨죄를 지었냐구?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한 죄로. 출입국사무소에 찾아가서 일년후면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했고 그 대가로 명년 2월까지 한국에 머무를수 있는 도장을 받아왔다.

한국에 온지가 어제같은데 벌써 5년이다.산업연수생이라는 신분으로 2년동안 일했고 기한이 찼지만 돌아가지 않고 눌러앉아 3년간 더 머물렀다. 무려 3년씩이나 불법체류를 하면서도 출입국사무소나 경찰의 단속을 용하게도 벗어날수 있었던것은 내가 한국물정에 대해 밝은데다가 나이가 어린탓이다.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하는 사람들은 거개가 아줌마,아저씨들이라 단속은 그들을 상대로 주로 이루어졌다. 땡볕에 그슬려져서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머리에는 야구모자를 쓰고 어깨에는 헝겊가방을 멘 "노가다"는 두명에 한명꼴로 조선족이였으므로 단속에 가장 잘 걸려든다. (노가다차림이 비슷할수밖에 없는것은 건설현장의 세멘트먼지를 막기 위해서 모자를 꼭 써야 하고 가방에는 항상 갈아입을 작업복을 넣고다녀야 하므로 일반인들과 다른 차림새를 할수밖에.)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동안 "위기의 순간"에 맞닥뜨린적도 몇번 있었지만 번마다 용케 넘어갔다.장할시구!

이제는 심지어 길을 모르면 경찰을 찾는 뻔뻔함과 여유마저 생겼으니, 불법체류하는것이 무슨 잘못이나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은 뒤전으로 한지 오래되였다. 그런데 올해에는 무슨 불법체류 자진신고제도라는것이 도입되여 자발적으로 신고를 하면 시한부나마 합법적으로 체류할수가 있는 길이 열렸다.

맨날 단속에 걸릴가봐 마음고생을 하던 수십만의 불법체류외국인들은 구름같이 출입국사무소에 몰려들었고 드디여 꿈쩍않고 버티던 나도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단속에 걸릴 념려는 별로 없지만 자진신고를 하면 귀국시 벌금면제하고 재입국규제도 풀어준다는데 나두 해야 하는거 아닌가?)

-------------- 줄서기? 줄앉기? --------------

자진신고를 하는데 필요한 여권을 분실했으므로 일단 여권재발급신청을 하려고 나는 중국대사관으로 향했다. 새벽6시도  안된 이른시간이지만 일찍 나온게 아니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국대사관골목을 메우고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쭈그려앉혀져있었고(쭈그려앉은것이 아니라 앉혀졌다. 감히 일어서면 쫓겨나니까...)한국경찰 몇명이 질서를 지휘하고있었다. "번호표를 받고싶은 사람은 모두 앉아!" "당신 왜 일어섰어? 당장 집으로 가!"

대사관내부로 들어가려면 한국경찰의 번호표를 받아야 했는데 단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밀렸으므로 번호표받기가 쉽지 않았다. 서로 밀치락닥치락하고 줄을 서도 끼여들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결국에는 모두 경찰에 의해 쭈그려앉혀졌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유효한것만은 틀림없었다. 끼여들고싶어도 쭈그려앉은채 오리걸음으로 끼여들순 없으니까...

한쪽에서는 자원봉사를 나온 한국인들이 않아있는 사람들에게 김밥을 나눠주고있었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 사람들이 태반이였던것이다. 하지만 주먹하나 나들지 못하게 빽빽하게 앉아있어서 김밥을 사람손에 넘겨주기가 쉽지 않다.

결국에는 던져주기 시작했다.

"여기요!" "여기두요!"
수류탄을 투척하듯이 자원봉사자들은 사람들을 향하여 김밥을 던진다.알루미늄호일에 싸인 김밥이 머리위로 돌멩이처럼 날아다닌다. 그걸 잡으려고 허둥대는 손들,참 가관이였다.

나도 쭈그리고 앉았다. 슬펐지만 나는 필경 자존심을 세우러 온것이 아니였다.
나의 자존심은 한국에 올때 이미 접어두고 왔다.

무리의 뒤끝에 붙어서서 인파의 움직임에 따라서 조금씩 오리걸음으로 앞으로 움직였다. <아차!> 호주머니를 들춰보니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오지 않았다. 장가가는놈이 X을 두고 간다더니,

집에 들려 외국인등록증을 갖고 부랴부랴 다시 대사관에 도착했을때는 8시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였지만 이미 늦었다. 번호표는 이미 다 나눠졌고 큼직한 포스터가 대문에 붙혀졌다.

"번호표를 받을 사람은 24일 오전 7시에 오십시오.

2002.05.20일 "

25일에 수속이 마감되는데 24일에야 번호표를 준다니 눈앞이 캄캄했다. 24일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릴게 뻔한데 전날부터 밤새워 줄을 선다해도 받을수 있을지 모른다.

무거운 발길을 끌고 돌아가는 길에 오르는데...
"서류를 작성했어요?" 길가에서 웬 아줌마가 물어본다.
"무슨서류요?"
"아니,모르다니? 대사관을 들어가기전에 서류를 미리 작성해야 돼요, 저를 따라오세요."
"얼마받는데요?"
"4만원에 해드릴게요,신문에 여권분실광고까지 대신 해주는데 이정도면 싼거예요."

왠지 미덥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나중에 하겠다는 핑게로 아줌마를 보내고나서 같이 수속을 하고있는 형한데 전화했다.

"형님은 서류를 하는데 얼마를 줬소?"
"나는 3만원을 주고 했다."
"신문광고까지 해줍데?"
"응,신문광고까지 포함해서 3만원 받더라."

아닌게아니라 곱게 따라갔더라면 선자리에서 만원을 날릴번했다. 마침 3만원을 받는다는 아줌마가 있길래 따라 들어선곳은 근처의 여행사였다.여행사에서 수수료의 일정액을 떼주기로 하고 아줌마들을 고용한모양이였다. 아무튼 갑자기 몰려든 인파때문에 대사관근처의 여행사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있었다. 그곳에서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뒤 대략적인 수속절차에 대해서 문의하고 여권분실신고를 하러 가까운 경찰서로 찾아갔다.
추천 (1) 선물 (0명)
IP: ♡.99.♡.22
리령이 (♡.196.♡.198) - 2002/08/11 14:36:36

넘 생생한 우리 조선족들의 가슴아픈 현실이예요..
어떡하면 좋죠. 나두 거기 일원이지만 속수무책인 이 현실에 대해서 마음이 무겁구 아파요.

샛별 (♡.134.♡.13) - 2004/07/24 19:51:35

넘 생동하게 &#50043;어요.......글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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