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신비,그리고 전람회

네로 | 2003.02.28 18:02:37 댓글: 1 조회: 292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1335
두쪽으로 반듯하게 잘려진 사람, 자신의 가죽을 벗어서 손에 들고있는 사람, 스테이크용 고기처럼 엷게 잘려진 사람, 배에 구멍이 뻥 뚫려서 속의 태아까지 보이는 임신부, 이것은 어느 공포영화의 장면이 아니라 얼마전에 내가 다녀온 인체전시회에서 본것들이다.

이미 베를린,오사카,쾰른 등 세계 여러곳에서 수백만명의 관람객을 불러모았던 인체전시회의 한국전시회였었는데 서울의 대학로에 위치한 전시장으로 이미 130만명이상이 다녀갔다고 한다.

비슷한 또래친구 10여명이 함께 약속을 하고 찾아갔다. 드디여 입구에 들어서니 사진으로 봐왔던 인체들이 내부의 이곳저곳에 서있었다. 인체들은 내부의 지방질과 수분을 플라스틱 재질로 교체했기때문에 전혀 변형이 없이 살아있을때의 색상과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있었다.

내부를 더욱 잘 들여다볼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복부는 대부분 갈라져있었고 그속으로 창자며 심장,허파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게다가 유리관같은 격리설비도 없이 세워져있어서 코앞에서 볼수 있도록 해놓아서 피부의 주름이며 근육의 결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수가 있었다.

같이 간 여자친구는 무서운지 내손을 꼭 잡고있었지만 눈만은 이곳저곳 둘러보느라고 쉴틈이 없다. 방학이라서 그런지 전시장은 소란스러웠고 부모들과 함께온 어린이들도 유난히 눈에 많이 띄였다. 자상하게 설명해주는 아버지와 열심이 듣고있는 엄마와 아이들... 수첩을 꺼내들고 일일이 적고있는 학생들도 많고...

대부분 백인기증자들로 보여지는 인체들은 마디마디가 절단되여있고 파헤쳐져있어서 괴기스럽기 그지없어서 흔히 말하는 인체의 아름다움을 떠울리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사람 한명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엷게 썰어서 주르르 펼쳐놓은 광경이며 갈라진 배사이로 보이는 거무스레한 간과 창자, 근육을 한올한올 파헤친 모습이며 뼈와 살만을 발라내서 뇌수와 혈관밖에 남지않은 두개골, 그것을 탁자위에 올려놓고 물끄러미 바라보고있는 모양을 하고있는 또 한명의 인체.

정육점에 걸어놓은 고기를 연상시키는 근육덩어리와 플라스틱막대기처럼 느껴지는 뼈들, 생명이 빠져나간 인체는 너무나도 허무하고 쓸쓸해보였다.

1층에 있는 전시관을 한바퀴 돌고나서 2층으로 옮겼다. 2층에도 여러가지 포즈를 취한 인체들과 함께 태아들도 전시되여있었다. 임신4주부터 태여날때까지의 태아가 시간별로 쭉 진렬되여있는데 2개월된 아기가 겨우 손톱만큼 크다는데 대해 놀랐다. 여인의 자궁도 사실 세수비누만큼한 크기밖에 안되였고...

한쪽코너에는 아인슈타인의 뇌가 전시되여있었다. 천재라고 불리우는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 하지만 희끗희끗한 그의 뇌절편을 보면서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는다. "저거, 좀 딱딱해보이는걸?" 이정도다. 한참을 돌아보고나니 기분이 찜찜해나는데다가 내부는 너무 더워서 서둘러서 전시장을 빠져나왔다.

밖에서 눈이 내리고있었고 얼마 지나니 친구들 모두 빠져나왔다. 피자를 먹으려고 하다가 빈자리가 없어서 가까운데 위치한 한식집에 몰려갔는데 좀 있으니 상다리가 부러지게 밥과 반찬들이 올라왔다. 인간들이 숟가락이 부러지도록 밥을 먹느라고 말도 안한다. 그래도 얼마전에 시체를 수두룩하게 봤으면 꺼림직도 하련만 육포?를 보고 구미가 동했는지... 나원참!

아무튼 인체의 신비전을 보고나니 내 몸속에 어떤 모양의 근육과 장기들이 들어있는지 대강 짐작할수 있어서... 그동안의 궁금증을 풀수 있어서 참으로 유익했었던것 같다. 그리고 시체라면 괜히 무섭게 느껴져있는데 이렇게 보니 그저 고깃점과 뼈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더 객관적으로 육체와 정신에 대해 생각해볼수 있는 계기로 된것도 같다.

인체의 신비전같은 국제적 규모의 전시전은 서울에서 항상 접할수가 있다. 한창 삼성동에서 열리고있는 공룡전시전이라던가(물론 살아있는 공룡은 없으니까 공룡뼈다구+모형들이겠지..) '생각하고있는 사나이'로 유명한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의 작품전시회가 현재진행중이고 북조선에서 출토된 유물들로 꾸민 고려문물전도 열리고있다.

이미 지났지만 이밖에 기억나는걸로는 이탈리아의 화가 다빈치의 진품그림전시회와 미켈란젤로 조각전이 있다.
번마다 나도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이나 유명짜한 볼거리들을 구경하고싶은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다빈치의 그림을 코앞에 갖다놓는다고 해도 감동할만한 감수성이 없음을 스스로 알기에 자제를 했다. 실제로 눈썹없는 모나리자가 아름답다고 느낀적도 없으며 팔이 없는 비너스도 그냥 몇원짜리 석고상의 대명사로밖에 인식못하는 내 머리통...

단지,이런 전시전은 중국에 있을때 만나보기도 어려울뿐더러 실제로 열릴지라도 보기가 힘들겠다는 생각에 좋던궂던 일단 봐두고싶기도 하고..여간 모순되지 않는다.

공연도 많은데 보고싶지만 못본 공연들로는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스콜피온스의 내한공연,러시아볼쇼이 아이스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 등등이다.  

며칠 있으면 유명한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캣츠를 예술의 전당에서 상영한다고 한다. 오페라의 유령,미스 사이공,레미제라불과 더불어 4대 뮤지컬중의 하나로 불리며 18년이나 연속공연을 한 전설적인 공연을 볼수 있는 기회가 닥쳐오니 영어로 된 대사를 전혀 알아들을수 없을게 뻔하지만 또 엉뎅이가 들썩거린다.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설픈 로맨티스트로 서울에서 살려면 이렇게 끊임없이 유혹당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추천 (1) 선물 (0명)
IP: ♡.27.♡.234
네로 (♡.27.♡.234) - 2003/03/03 23:36:12

헉~ 김재욱님, 카테고리를 보시면 아시겠다싶이 이건 제가 쓴 글이 아니고 무우님이 쓰신 글 입니다.
개인적으로 무우형과 글을 너무 좋아하는 까닭에 무우홈 <a href=http://moowoo.x-y.net target=_blank>http://moowoo.x-y.net</a> 에서 글을 퍼다가 옮긴답니다.
시간나시면 무우님 홈페지에 들리셔서 좋은 글 많이 읽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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