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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잡이 쥐잡이

네로 | 2003.02.28 18:03:07 댓글: 1 조회: 299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1336
아침에 눈을 번쩍뜨니 내시선에 가장 먼저 띄이는게 뾰르르르 집안에서 뛰여다니는 바퀴벌레다.이넘들은 잠도 없는지? 투덜대면서 스프레이를 찾아 칙칙 뿌려댔다. 음하하! 막강한 화력을 누가 당할소냐? 단방에 발랑 뒤집어진다. 하품을 길게 하면서 치솔컵을 찾으니 컵밑굽에 남아있는 물에 익사한 놈이 배를 하늘로 향하고 둥둥 떠다니는게 아닌가?

바퀴벌레는 아무리 구석구석 약을 뿌려대도 하루이틀뿐이지 전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재개한다. 집이 반지하라서 음습한 까닭이다. 그래도 우리집에 식구는 나빼고 얘네들인지라 너무 심하다싶지 않으면 사정을 봐주고 산다.
하지만 밥상같은것을 펼때마다 그밑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바퀴벌레를 보면 식욕이 떨어져서 한바탕 소탕을 벌이기도 하는데...

현대화의 물살로 정신없는 서울도 해충의 피해에서만큼은 벗어나기 어려운데 그중에서도 모기와 바퀴벌레가 극성이다. 여름이면 모기가 하도 창궐해서 동네마다 연막처럼 뿌리는 모기약살포차가 등장하는가 하면 한때는 심지어 헬기로 모기약을 뿌린적도...

바퀴벌레도 그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사시장철 끈기있게 활동하고있다.
이에 따른 갖가지 박멸방법이 있는데 슈퍼에 가면 끈끈이로 만들어져서 바퀴벌레가 붙게 만든 끈끈이 바퀴벌레집으로부터 치약처럼 짜놓으면 먹고죽게만든 바퀴밥, 길다란 노즐이 달린 바퀴약스프레이까지... 없는게 없다.

집안에서 뒹굴거리며 노는 일부 백수들은 심지어 바퀴잡이를 일종의 취미겸 스포츠처럼 발전시켰는데
예하면

1) 테이프붙이기.
지나가는 바퀴벌레의 등짝에 테이프를 붙인다. 테이프에 날자를 써두면 얘가 며칠이나 버티나 알수까지 있다.

2) 참치캔으로 감전사시키기
다먹은 참치캔을 놔두면 바퀴벌레가 그안에 몰려든다. 그때 잽싸게 뚜껑을 닫고 라이터(일회용라이터말고 전자식으로 불붙이는 라이터,주방의 가스렌지용이면 더 좋다) 의 전기스파크를 이용하여 바퀴벌레를 감전시킨다. 사람이 맞으면 따끔할 정도지만 바퀴벌레에게는 220볼트전류와 똑같은 세기이다.

3) 헤어스프레이 뿌리기
바퀴벌레가 지날때 헤어스프레이를 휙 뿌려버린다. 바퀴벌레는 즉시 주문에 걸린것처럼 굳어버린다. 이대로 놔두면 재미없다. 불을 갖다대면 확 붙어버린다. 헤어스프레이는 불이 잘붙거던~

뭐,그렇다고 내가 직접 이런짓들을 했다는건 아니다. 믿어주기 바란다. 내가 바퀴벌레를 잡는 방법은 단조롭다. 그냥 스프레이로 뿌리는것.

바퀴벌레박멸에 몰두하다보면 가끔 20여년전의 쥐소탕작전이 눈앞에 떠오른다.(아무리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지만 20년전의 이야기라고 할때 스스로도 황당하다. 바로 어제같은데...) 내가 붉은넥타이를 매고 학교를 다닐때 정부에서는 "사해를 없애기"운동을 개시하였다. 사해(四害)란 이른바 인민의 건강을 해치는 네가지 해충을 말한다.

파리,모기,빈대와 더불어 포유류로는 유일하게 쥐가 당첨됐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다른 해충은 그냥 위해성교육에 그쳤지만 쥐는 그렇게 무사하지 못했다. 쥐약을 무료로 배포하는가 하면 전민이 쥐잡기 운동에 나서기를 촉구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녁, 갑자기 귀청을 찢는 사이렌소리가 온 시가지를 뒤덮는다. 공습경보인가? 아니였다. 한국처럼 민방위훈련인가? 그것도 아니였다. 그것은 바로 시민들이 정한 시간내에 일제히 쥐약을 살포하도록 유도하는 쥐약사이렌이였다!

결국 쥐잡이운동은 우리가 다니는 학교에까지 그 파장이 미쳤다. 오전마다 있는 체조시간, 전교의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교장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쥐는 페스트같은 악질전염병을 퍼트리는 장본인이며 한마리의 쥐는 일년에 수키로의 알곡을 먹어치웁니다. 특히 일년에 수차례나 번식할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없애는것이 좋습니다.
이번 쥐잡기운동에 우리 학생들도 예외일수 없습니다. 모든 학생들은 쥐를 3마리이상 잡아오도록 합시다. 잡은쥐의 개수를 확인하기 위해서 쥐를 잡은 학생들은 꼬리를 잘라서 가져오기 바랍니다. 이상."

학교에서 쥐잡이운동에 동참한것은 그 어떤조치보다 유효했다.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하늘같이 여기는 학생들은 즉각 쥐잡이에 총동원됐고 그럴 능력이 없는 학생들은 자신의 부모를 동원시켰다. 게다가 쥐를 많이 잡아온 애들은 심지어 표창장을 타고 상품도 받았는데 나도 시샘에 눈이 붉어질 지경이였다.

그래서 집에만 돌아오면 어떻게 쥐를 잡을수 있을가 궁리에 골몰했고 길을 가다가도 혹시 쓰레기더미같은델 지날때면 죽은쥐라도 있지 않을가 호시탐탐 훑어봤다. 하지만 혹시 보더라도 그건 어김없이 꼬리가 잘려나간 쥐였다. ㅠㅠ

여기에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몇개 있다.

철호라는 녀석은 집근처에서 쥐를 보고 잡으려고 삽으로 내려쳤는데 쥐는 도망가고 대신 꼬리가 삽에 맞아 뭉척 잘려나간것이였다.  아무튼 쥐잡는데는 실패했으되 꼬리를 확보했으니 목적을 달성한셈이다. 여기서 끝나면 모를가나? 같은 동네에 사는 녀석이 얼마후에 쥐를 잡았는데 글쎄 꼬리끝이 잘린 쥐었던것이다. 아쉬운대로 몽당꼬리나마 잘라서 학교로 가져갔다가 사기극이라고 선생님한테 호된 욕만 얻어먹고...

문호라는 녀석은 마지막 기한이 다가오도록 쥐꼬리를 확보하지 못하자 급기야 무우뿌리를 불에 그을린뒤 쥐꼬리로 위변조해서 넘어가려다가 들통이 나서 뒤지게 혼났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쥐꼬리위조사건"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은 성실하게 학교에서 하달한 임무를 완성했고 특히 한녀석은 아버지가 쥐덫을 여러개 만들어준 덕분에 백여마리나 잡아서 현정부의 표창까지 받았다.

그시기에는 정말이지...쥐는 보기만 해도 반가웠고 자면서도 쥐꿈을 꾸었다.
다행히도 우리집주변에는 논과 밭이 많았는데 방과후면 친구들이랑 같이 삽을 둘러메고 쥐잡이를 다니기에 안성맞춤이였다.  특히 논두렁에서는 벼이삭을 주워먹는 들쥐들이 많이 살고있었는데 그들은 학생들땜에 발편잠을 잘날이 없었다.

특히 그동안의 사냥경험으로 애들도 미립이 틀때로 터서 거의 전문가수준이였다. 구멍만 척봐도 빈굴인지 아니면 쥐가 살고있는지 눈치챈다. 특히 갓 파낸 흙이 굴앞에 보이거나 굴옆의 잔설에 쥐발자국들이 보인다면 틀림없이 쥐가 살고있는 굴이다. 그담부터 삽을 들고 무조건 파제끼는가? 아니다. 교활한 토끼가 굴이 세개라는 말이 있는이 반대쪽에 다른 출구가 있는 경우도 있기때문에 쥐굴을 파기에 앞서 먼저 주변의 구멍을 다 막아버린뒤에야 작업 개시한다.

한참 파다가 놀란 쥐가 뛰쳐나오면 삽으로 퍽!

간단해보이지만 쥐의 수효는 우리의 수요를 따라잡지를 못해서 나마저 천혜의 조건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마감일이 되여야 임무를 완성할수가 있었다. 사실 그전에도 몇마리 더 잡기는 했었는데 같이 간 여자애들의 애걸에 가까운 눈빛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그만 다 잡은 쥐를 줘버리곤 했었다. 자고로 영웅은 여자에게 약하다고 했거늘!

하루는 내가 교실에 앉아있는데 선생님이 나를 조용히 불렀다.

"김상일학생 이리오시오."
"어째 불렀슴까?"
"교무처 가보시오. 시킬일이 있습니다."
교무처에는 다른애도 한명 이미 와있었고 교도주임은 우리에게 종이박스를 하나 건넸다.
"이걸 뒤울안에 가서 아무도 안보이게 깊게 파묻으시오.이때까지 거두었던 쥐꼬리입니다."

아무도 보이지 말라고 했지만 우리는 파묻기전에 호기심에 못이겨 박스를 열어보고야 말았다. 아마 그렇게 많은 쥐꼬리를 내 평생 다시 볼 기회는 없었을것이다. 전교생이 천여명이라서 아마 적게는 수천개에서 만여개가 되지 않았을가싶은데...

요즘에는 각종 농약살포에다가 도시마저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이면서 쥐가 설자리가 더 없어졌을텐데 그래도 사람들은 가끔 옛시절이 그립지는 않을지? 저녁이면 천장에서 찍찍거리는 쥐소리에 뒷이어 쫓아다니는 고양이가 쿵쾅거리고...

다시 그렇게 쥐가 많아진다고 해도 요즘애들보고 학교에서 쥐를 잡아오라면 학부모들부터 난리일것이다. 아무렴,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새끼를 보고 그 더러운 쥐를 잡으라고 하다니? 암,말도 안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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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로 (♡.27.♡.234) - 2003/03/03 23: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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