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자의 명절

해바라기 | 2003.03.08 13:10:37 댓글: 3 조회: 240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1353
오늘은 3.8부녀절 녀자의 명절이란다.
아침부터 아빠가 해주는 아침밥을 기다렸건만 도무지 잠자리에서 일어날 기미가 안 보인다.
엄마는 나를 조용히 보며
"오늘은 밥먹고 가는거지?"
그러는 엄마를 보면서 혼자서 아침밥을 드실 엄마가 가엽다. 먹기싫은 아침밥이지만도...어머님을 생각하여 가볍게 "네."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오랜만에 아침밥을 먹겠다는 딸의 대답을 듣고 열심히 아침밥을 준비한다.
열심히 챙겨주는 아침밥이지만도 먹는둥 조금만 먹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조금 더 먹어."
"네. 많이 먹었어요."
나는 출근준비를 하다가 돈가방에 손을 넣었다.
돈가방에는 백원짜리 한장, 50원짜리 한장, 10원짜리 몇장이 들어있다.
요즈음은 호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국내 여행 한번에 만여원을 써버렸다.
그런데 오늘은 회사직원이 결혼식날이다. 거기에 부조금 100원을 내야 하는지라 눈을 질끔 감고 돈 50원만 부끄러운대로 어머님께 드렸다.
"어머님, 작지만 그냥 점심에 친구들과 냉면이나 드세요."
"이래서 딸자식가진 엄마는 행복하다는구나."
그래도 감격해하는 엄마다.
"어머님, 너무 작아서 죄송해요."
(돈 50원 가지고도 좋아하는 엄마를 보고 내 마음은 더욱 무거워났다.)
집문을 나서는 나를 보고 어머님은 걱정하신다.
"그집엔 뭘 준비했니?"
"걱정마세요. 내가 알아서 할테니깐요."
(속이 많이 캥긴다. 어머님께 드리고 싶은 선물이지마도 제집식구니깐...그냥...에때우는 철없는 내자신이 얄밉다.)
미래의 시어머님될 분한테 드릴 화장품한셋트를 뒤에 몰래 감춘채 나는 총망히 집을 나섰다.

여자는 힘들다.
시집, 본가집처리를 잘 해야 하니깐.
하물며 막내인 나는 맏이인 남친을 만났으니 부못님 모셔야 하는 처지이다. 앞날을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마음속으로는 다지고 또 다지지다만 좋은 며느리가 된다는것은 참 어려운 일일것같다.

내 마음은 무겁다.
엊저녁 남친이 전화에서 한 말이 자꾸 내귀를 울린다.
"정말 힘들어. 우리 언제까지 이렇게 갈라져있어야하는건지..."
"벌써부터 힘들면 어떡해? 우리 약속했잖아.길면 3년 짧으면 2년..."
말은 이렇게 햇지만도 절로 한숨이 난다.
"나도 힘들어. 그러니깐 나 힘들게 만들지 마"하는 말을 하고 싶지만도 서로에게 힘을 주는 상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에...입만 봉하고 있었다.

"엄마의 말이 맞어. 엄마는 건너온 분이니깐..."
"너 내 길을 걷는구나, 외지남자를 찾지말라"고 그렇게 말리던 엄마...
허나 고집 센 나를 엄마도 막을길 없었다.

오직 사랑만이 이 모든걸 헤쳐가는 힘이겠지...

찹찹한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선 나에게 상사가 선물꾸레미를 안겨준다.
"녀인절 축하하오."
명절때마다 작은 선물이라도 항상 잘 챙겨주는 상사다.
가끔씩은 회사일이 힘들지만도 이것때문에 안위를 받군한다.
가만히 선물꾸레미를 헤쳐보니 하얀 털실목수건이다.
나는 즐거워하는 엄마의 모습을 그려보며 혼자 빙그레 웃었다.
......

추천 (0) 선물 (0명)
IP: ♡.111.♡.252
아치미 (♡.48.♡.43) - 2003/03/08 16:27:22

해바라기~~
항상 환하게 웃는 밝은 꽃...

무슨들레 (♡.179.♡.154) - 2003/03/10 08:39:54

늦게나마 지나간 명절을 축하합니다.
가정과 남자친구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해바라기 (♡.111.♡.252) - 2003/03/10 09:35:18

아치미, 무슨들레님
고마워요^^
님들도 미소 잊지마세요^^
행복하세요^^

22,95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751
비오는날
2003-03-20
0
161
rena
2003-03-19
0
181
rena
2003-03-19
0
123
sara
2003-03-19
0
160
sara
2003-03-19
0
124
sara
2003-03-19
0
100
별@
2003-03-18
0
213
冰芯
2003-03-18
1
188
★연이☆
2003-03-17
0
203
무소유
2003-03-17
0
147
군자
2003-03-15
1
199
엔쥴
2003-03-13
1
234
구름따라
2003-03-12
1
349
군자
2003-03-12
0
244
하늘
2003-03-11
0
205
겨울나무
2003-03-09
0
343
해바라기
2003-03-08
0
240
로즈마리
2003-03-08
0
256
騎仕
2003-03-07
0
180
민정이
2003-03-07
0
192
심산
2003-03-07
0
237
하늘
2003-03-06
0
326
rena
2003-03-06
1
249
로즈마리
2003-03-06
0
198
김하영
2003-03-05
1
411
심산
2003-03-04
0
339
향기꿈
2003-03-04
0
393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