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다가오는 계절 (4)

작은 도둑 | 2008.08.25 11:35:37 댓글: 12 조회: 1308 추천: 9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75425






- 좀만 더 왼쪽으로... 아니 우로... 야 제대로 좀 걸어..

- 에이씨...안해 안해...

 


투덜거리면서도 액자를 든채 내 요구대로 걸어주는 성환이..
날씨가 좀 따뜻해지고 화사한 햇살이 창문을 두드리는 어느날, 나는 거실쪽 베란다를 향한곳에 자그마한
책궤와 테이블을 하나 마련하고 인터넷 선을 그쪽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바로 옆에 메모지를 붙힐수
있게끔 간이식 칸막이 비슷한걸 만들고 그쪽에 사진이며 그림 같은걸 압침으로 꽂아두었다. 인테리어
업체에서 해주긴 했지만 액자 거는건 어쩔수 없이 손을 빌려야 했다.

 

지난번 한번 다녀간 뒤로 어쩌다가 가까와진건지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성환이는 겁도 없이 다니고 있다.
나도 그다지 그쪽으로는 까다로운 편이 아니여서 상관이 없었고 오히려 가끔 일손을 도와주는 성환이가
고맙기도 했다. 여자 나이 서른이 되면 남자가 드나든다는것보다 전혀 안 드나든다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니까 손해를 보면 성환이가 보는거지 내가 무서울게 없다는 얘기가 된다. 하긴 내가 언제 누구 눈치 보며
살았나?  나이만큼 느는게 뻔뻔함인것 같다.

 

 

일을 마치고 시간을 보았을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썩 지난 뒤였다. 그제야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들렸고 집에 있어봤자 라면뿐인지라 냄비에 물을 끓이고 라면을 삶기 시작했다.양념장을 넣고 있는데..
들리는 전화벨소리...성환이의 핸드폰 벨소리였다. 불을 약간 줄이고 나는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인다.
그 여자다. 딱히 대화를 엿들은건 아닌데 성환이가 뭔가를 거절하는것 같았고 서로 다투는것 같았다.

 

 

물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나는 성환이의 그 여자를 떠올렸다. 지난번 황당한 사실이 있은뒤로 끝난줄
알았는데  두사람 사이는 내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것 같다.그리고 여자는 집착을 벗어나
거의 의부증수준이다.  정면으로 마주친적은 없지만 가끔 성환이랑 만나는 장소에는 늘쌍 어느 구석
한쪽에 그여자가 있었다. 스토커도 아니고. 간혹 가다가 눈길이 마주칠때면 오싹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성환이에게 걸려오는 전화들... 늘쌍 하는 말이: 왜 연락을 안하냐고? 그 여자랑 같이 있냐고.
여자말가운데 그여자란 아마도 나를 가리키는것 같다. 가끔은  잘못했으니까  다시 시작하자고 애원
하는것 같기도 하다. 한 사람을 사랑하는 정도가 이토록 숨막혀보기는 첨이였다.

 

 

라면을 냄비채로 들고 나왔을때 성환이는 이미 통화를 마친 뒤였고 얼마전에 청장고원에서 찍었다는
비디오를 돌리고 있었다. 내가 성환이에게 끌리는 또 다른 이유, 매번 올때면 또 다른 세상사람들의
모습을 담아오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그런다. 핸드폰 사용범위를 통해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현대인의 생활범위는 반경 10키로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나에게 그의 넒은 견식은 색다른 대리만족이였다.언제부터 서 장을 한번 다녀올려
했지만 해발고 3000이상,게다가 황야... ...산소결핍으로 쇼크할지도 모르는 내 체질때문에 줄곧
시도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성환이의 제일 처음 관중이다. 봤던 내용이 며칠이 되면 티비에서
나온다. 그리고 내가 그것보다 더 좋은건 내가 보는건 편집전의 100% 리얼실제상황이다.


 

보름 넘게 다녀왔다는 고원생활,
화면의 마지막에 수염이 꺼칠한 성환이의 모습이 나타났고 워낙부터 별로 하얗진 않지만 더 거칠어진
얼굴선...바람을 따라 흩날리는 머리와 묘하게 조화적인 담배연기...흐뭇한 미소뒤에 피발이 선 눈동자와
진한 피로가 전해지는것 같다.옆에서 라면을 후룩후룩 먹는 자식이랑 비교가 안되게 남자의 향이 느껴진
다.

 

그 여자도 아마 이래서 성환이가 좋은가부다. 곁에 있다면 조금만 내가 더 그 여자랑 허물없이 얘기하는
사이라면 얘기해주고 싶었다. 연락을 하지 않은게 아니고 하지 못하는거라고...사랑한다면 믿어주라고..
그렇게 잘 알면서, 믿었으면서 차인 나는 뭐냐 하는 생각이 들어서 저도 모르게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걸린다.

 

티각태각 하는 가운데서  냄비는 굽이 났고  거두는 동안  성환이는 싸이트에 걸려있는 내 소설 조회수를
체크하고있다.시월이는 성환이 주위를 뱅뱅 돌면서 시위하듯이 콩콩거린다. 이상하게도 시월이는
성환이가 별로 맘에 안드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적대의식 같은게 있는지 혜림이넘들과는 무지 친한
녀석이 성환이에게만은 발톱을 세우고 으르렁 거린다. 얼마전에 성환이가 입고 옷 바지를 물어뜯어
구멍낸 사건도 있었다.


 

- 시월아. 그러지말고 우리 타협할까? 대신 내가 여자친구 소개해줄께.

 

이제보니 저건 습관이였다. 능청스레 순진한 얼굴을 하고 시월이에게조차  조건을 거는 모습에 피씩
웃음이 나간다. 손을 씻고 나왔을 때는 컴퓨터를 마주한채 내 소설에 답플을 대신 달아주고 있었다.
싱거운 넘이다. 나 역시 신경이 쓰여서 조회수를 확인한다. 무슨 영문인지 요즘 인기가 자꾸 떨어지고
있다. 훨씬 많은 시간투자와 수정을 거쳐 올려도 여전히 간당간당한 순위로 가늘고 길게 ...

 

- 뭐가 문제지? 그렇게 재미없냐?

- 솔직한 얘기 해줄까?

- 응..

- 자극점이 부족해.

- 뭔데?

- 보여줘?

- 응..

 

대답이 떨어지기 바뿌게 나를 확 밀어서 벽에 밀어붙이고  갑자기 다가오는 얼굴, 지꿎은 모습은 없어지고
진지한 눈빛이 순간 파도처럼 다가온다. 눈길이 마주치고 얼굴로 향하는 손길과 아래입술을 스치는 감각에
가슴이 후둑후둑 뛴다. 짧은 침묵뒤에 천천히 다가오는 입술...살짝 내리깐 성환이의 눈빛이 섹시하고 뇌쇄
적이다. 티비에서 자주 나오던 키스십이다. 거의 닿일쯤..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는데 아무런 감각이 없다.
살며시 떠보니 어느덧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고 팔짱을 낀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이건 여자가 남자 마음에 불을 질렀을때의 반응이고...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더니 손바닥을 펴서 머리 위로부터 가볍게  쓰다듬어 내려온다.
그윽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가 바로 고개를 돌려버린다.

 


- 이건 남자가 여자를 많이 좋아하는데 여자가 다른 남자 생각하는것 같을때 .남자는 본능에 솔직하다. 
  좀만 주의하면 볼수 있어.쓸데없는 대사를 줄이고 제일 직관적인 반응을 찾아봐라. 글 쓰면서  언어나
  감성보다 더 중요한게 상식이다. 그건 책이나 리론으로 찾을수 있는게 아니지. 너 마지막 연애한게 
  언제냐? 격식은 다 갖춘것 같은데 상식이  어긋나는게 있고 총적으로 메마르다.

 


별다른 기대를 안했는데 정확하게 문제를 잡아내는 넘, 가끔 나를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다.

 


- 그런거 어디서 들었니?

- 별거 갖고 다  놀라. 나 전문이잖냐?

-  그래서 어떻게 고쳤음 좋겠는데?

 


나답지 않게 나는 이미 룰이 잡힌 내 글의 흐름에 대한 제안을 요구했고 잠간 생각하는듯 하더니 하는말..


 

-음... 그러지 말고 연애해라. 머 필요하다면 내가  도움을 줄수 있는데..


 

능글거리며 다가오는 넘, 하마트면 넘의 진지함때문에 또 농간에 넘어갈뻔 했다. 확 밀어버리고 나는
시월이에게 괴롭히라고 추긴다. 뒤돌아서면서  터무니없이 뛰는 심장소리를 들킬까바  두려웠고 떨쳐
버리려고 길게  숨을 들이쉬였다가 내쉰다. 참...남자가 궁하니 헛것이 보이네 ...성환이는 여전히
시월이랑 아까 여자친구 얘기를 계속하고 있다. 생머리가 좋냐 파마한 넘이 좋냐 한다. 보기좋게
무시하고 나는 컴퓨터에 마주앉았다.

 

내가 쓰고 있는 러브스토리, 다들 글속의 주인공에 대한 애절한 감정을 담아주었고  동정하면서도
동경하는 메세지를 적어준다.

 


누군가가 리플에  - 다른 사람의 사랑은 다 로맨틱하네요. 나만 빼고....라고 적혀져있다.
나는 그에게 현실속의 나도 그처럼 노맨틱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별볼일 없는 30대의 여자라고
알려주고 싶었고 글속에 있는 감성과 절대적인 사랑이야기는 현실에서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이여서
더 간절한건지 모른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거라면 한번 만나 볼수 있냐는 문제를 던져준다. 나는 그에게
내가 보여주고 싶은건 내 생각과 내 사고방식일뿐 내가 사는 세상은 또 다른 공간이라고 답플을 달았다.
온라인상에서 글을 쓴다는건 말하고 싶은 충동이다. 현실에서는 가족과 친구한테 조차 꺼려지는 얘기들
아무도 모르는 공간에서 하고 있다는게 인터넷의 매력인것 같다. 바다에 던진 돌처럼 되돌아오는 메아리
같은건 없어도 그냥 던져졌다는게 중요하다.사실이던 허구던 상대방한테는 절실하지 않아서 좋고 
착잡하지 않아서 좋고 마음속 얘기를 누군가가 들어주고 있어서 좋다. 가끔 나는 <임금님귀는 당나귀귀>에서 나오는 왕관만드는 사람이 삼림에 대고 소리칠때의 기분을 알것 같다.


드디여 한토막 끝내고 돌아봤을적엔  성환이는 어느덧 가버렸고 시월이가 배고픈지 나를 올려다본다.
어깨가 지긋지긋 해나고 목과 허리가 아프다. 고개를 의자에 뒤로 젖히고 나는 태양혈을 지긋이 누른다.
주말은 또 다 지나가고 해가 저물어가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아남이였다.

 


- 너 요즘 얼굴보기 바뿌다. 준혁씨하고는 잘돼가냐?

- 그럭저럭.

- 잘 잡아. 올해는  떠블모임 좀 가져보자.

- 그게 내가 잘한다고 될 문제냐?

- 너 먼저 연락은 하니? 기다리지만 말고 니가 먼저 밀고가봐. 요즘세상 그거 문제도 아니다.

- 알았어. 수다하고는...너 요즘 아줌마티 제대로 난다.

- 아줌마가 로처녀보다는 낫지.

- 그냥 끊을까?

- 알았어. 그나저나 혜림이 남편 생일 내일 모레인건 알지? 선물 뭐로 할거냐?

- 벌써 그렇게 돼? 나야 뭐... 맨날 하는거 그거지머...

- 그날 준혁씨한테도 연락해라.

- 너무 빠르지 않나?

- 그러면서 친해지는거지. 우리 아저씨도 니 남친 궁금하다더라.

 

 

지난번 성탄절후  미안하다며 밥 한번 함께 먹은게 전부였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읽기가 복잡하다고
한다.남자의 마음 읽기도 만만치가 않으면서...나한테는 친절한 사람이다. 거의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고 함께 있는 시간에는 즐겁다. 하지만 웬지 늘쌍 간간히 거리를 두는 기분이 든다. 같이 밥을 먹고
데이트를 하고 영화도 보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잘자라 작별하고... 여직껏 손잡은게 전부였다.모든 연인들
이 하는 코스를 다 거쳐가는것 같은데 너무 몸에 배인 습관 같아서 나에 대한  관심인지 이성을 배려하는
매너인지 섞갈린다.과대분석은 안하기로 했다.

 

 

나 역시 나이 먹을만큼 먹었는지라 급하지 않은게 아니였다.며칠전에 엄마한테서 또 전화가 왔었다.
쿡 찍어서 얘기는 하지 않지만 늘쌍 변두리를 건드려 중심을 물어본다. 아마도 내가 이대로 엄마처럼 혼자
보낼까바 두려운가보다. 아빠의 외도때문에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적에 아빠랑 헤여지셨고 그리고 쭈욱
누구를 믿지 못하신다. 그걸 내가 유전받으실까바 두려우신게다. 믿고 안믿고는 살면서 내 짐인데 엄마는
늘쌍 그게 자기탓이라고 생각한다. 결혼은 살면서 누구나 다 겪게 되는 일이고 그래야 완정한 여자가 된다
고 한다.하지만 나는 서로 필요해서 합쳤다가 다시 헤여질거면 아예 지금이 더 좋다.
엄마는 나중에 늘쌍 나 같은 딸 만나서 속 썩여봐야 안다고 하셨다.
그리고 로처녀로 늙는거 부모한테는  불효중 상 불효라고..

 

전화기를  쥔채 의자에 기대앉아 한참동안  갈등하다가 나는 준혁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번 효과음이
오간후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많이 바빠요?

- 아니. 지금 업체 방문 끝나고 가고 있는 중인데...

- 내일 모레 뭐해요?

- 아직은 약속 없어.

- 금 시간 비워둬요.

- 지금 데이트 신청 하는거지?

- 지난번 보셨죠? 제 친구넘들...혜림이 남편 생일이예요. 선물은 제가 준비했으니까 시간나면 같이 갈수
  있는지 해서요.그냥 밥먹고 노래방가는 정도얘요. 다들 편한 사람들이니까 신경안써도 돼요.

- 나 친구들한테 소개해주기로 한거야? 나 그거 내 식대로 해석해도 되는거지?

- ^^ 금 그날에 봐요. 저녁 6시에 xx 호텔이니까 5시반정도 오면 돼요.

- 다왔어.

- 네?

- 내려다봐.

 


용수털처럼 벌떡 일어나 베란다로 내려다 봤더니 어느새 도착한건지 차를 주차시킨채 핸드폰을 흔들고
있었다. 놀란 얼굴을 한 나를 보고  빙긋 웃더니 한마디만 보태고 핸드폰을 닫아버린다.

 


- 모레까지 기다릴꺼 뭐 있어? 오늘 보자. 내려와.

 


흩어진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 엷게 화장을 했다. 온하루 성환이와는 생얼로 마주봤으면서 웬지 이사람에겐
여자로 보여지고 싶다. 며칠째 간만에 보니까 반갑기도 하다. 식사하러 가는중 마침 같은 길이여서 준혁이
는 사무실에 들려서 잠간 서류를 체크하고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찾아간 사무실,주말이라 직원들은 휴식
이였고 250평 가까이 되는 사무실엔 파티션으로 스무명쯤 되는 자리가 배치되여있었다. 준혁이는 10분이
면 족하다고 했고 약간 싸늘한 날씨에 대비해서 커피 대신 우유한컵을 데워준다.

 


- 따뜻할때 마셔.. 몸 좀 녹이고...

 

 

우유컵을 받아들면서 특별히 배려해주는걸 거절할수가 없었다. 실은 나는 웬지 우유만 속에 들어가면
화장실이다. 냄새는 향기로운데..혹시나 다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만 마셨고 괜찮은것 같아서
절반정도 마셨는데 그러고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아니나 다를까 장이 뒤탈리는것 같았고 위가 메슥메
슥해난다. 준혁이는 서류에 얼굴을 묻은채 뭔가를 열심히 보고있다. 데이트에 쪽팔리게...속은 좀체로 나아
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점점 바쁘니까 식은땀이 흘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나는 모기목소리만큼
작고 가늘게 불렀다.

 


- 저기 화장실이... ...

 


준혁이는 못 들었는지 고개를 돌리지 않았고 나는 체면을 무릅쓰고 조금 더 크게 불렀다.

 


- 저기 화장실이... ...

 


드디여 내쪽을 바라보던 준혁이는 영문을 모른채 급한 상황에 화장실을 가르켜줬고 나는 그러고도 네번을
더 갔다왔다.온하루 먹은거라곤 라면 하나밖에 없는데 그걸 다 털어내고 나중에는 시큼털털한 위액까지 토
해낸것 같다. 준혁이는 여자화장실이라 차마 들어오지 못한채 점점 새하얗게 창백해진 내 얼굴을 당황스레
지켜본다. 마지막 화장실에서 나올적에는 거의 기여나오다 싶이 체력이 바닥났다.

 


- 괜찮아?많이 아퍼? 그냥 병원가자..

- 하~ 아니요.됐어요.

- 왜 갑자기 그래?

- 우유가...우유가..?

- 상했나? 오전까진 괜찮았는데...


늘쌍 여유롭던 남자가 당황해하는걸 처음 보았다. 이사람도 흩어질때가 있구나
속은 조금 괜찮아진것 같았고 나는 가냘프게 웃고말았다.

 

- 저 우유먹으면  이렇게 돼요.

- 바보냐. 그걸 알면 먹지 말아야지.

- 혹시나 했는데...

- 풋.... 깐깐한줄 알았는데  어리버리하네..담번부터는 싫은건 싫다고 그래. 너답게...

 


내가 설사 만난 고양이처럼 뱅뱅 돌던 이유가 고작 우유때문이라는걸 알고 준혁이가 간신히 웃음을
참는것 같다. 남은 죽는줄 알았구먼...준혁이가  내 앞머리를 흐트러놓는다.

 


- 으이구, 그래도 귀엽다.

 


밥먹기는 글른것 같았고 주변의 죽파는 가게에 들려서 죽 반그릇 정도 비우고 나니까 좀은 살것 같았다.
그사이 준혁이는  위약 몇개 사가지고 왔고 약반응때문인지 돌아오는길 따뜻한 차안에서 잠이 들었다.
깨여났을적엔 커다란 외투를 덮고 있었고 언제 도착한건지 이미 내 집문앞이였다.
오늘은 제대로 망가지네..



- 속은 좀 괜찮아졌어? 좀 더 자지 그러냐.




차에서 내려 이제는 그나마 많이 괜찮아진듯한 나를 보더니 또 다시 씨익 웃는다.그래.
내가 생각해도 화장실 다섯번 다녀오고 헤여진 데이트가 떠올라 풋 웃고말았다.

 

 

- 이제는 괜찮아요. 잘 가요.




작별하고 돌아서려는데 갑자기 다가오는 커다란 두팔, 나는 엉겹결에 안기고 말았다.
어느정도 예상을 했던건지 별다른 거부감이 없었고 조금만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준혁이의 어깨너머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보인다. 웬지 올해엔 사랑이 올것 같다.






 

추천 (9) 선물 (0명)
IP: ♡.39.♡.248
(♡.234.♡.118) - 2008/08/25 12:52:24

군더더기 없구 참 깔끔한 솜씨네요.. 근데 글 올리는 속도 넘 늦으셔요. 많이 기다리구잇는데...

도께비 (♡.44.♡.2) - 2008/08/25 14:19:41

많이 기다렷어요 ~~
전 성현이의 기습키스에 넘어갈줄 알앗는데 ㅎㅎ
준혁이하고의 사랑이 이렇게 시작되는건가요 ~~
잼잇게 읽엇습니다 ~~
담집은 일찍 올려주세요 ~기다림이 쉽지 않더라구요 ㅎㅎ

mermaid (♡.128.♡.150) - 2008/08/25 14:47:04

전에는 답플이 없어서 약간은 서운했는데..
이렇게라도 답글 주시니 어린아이 마냥 흥분되는 기분이네요^^

어릴땐 사랑이란 그렇게도 열정으로 넘치고 화끈한 감정이라고..
결혼까지 하고 나니 지금의 사랑은 그냥 평온하고 고요하고, 아늑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적으로 비현실적에서 현실적이 되는가봐요..

뱅뱅뱅 (♡.231.♡.248) - 2008/08/25 15:51:02

짜근 도둑님..ㅎㅎ
가페에 가입할려고 하는데 왜 안되는건지...
제가 짜근 도둑님...팬될라나 봅니다

하트 (♡.245.♡.96) - 2008/08/25 16:54:06

글이 너무 좋네요

팬이 될거예요
오늘부터.......
좋은글 많이
글구
자주 올려주세요

금자란 (♡.118.♡.195) - 2008/08/25 20:38:18

ㅋㅋㅋ 성환이의 행동에 내가 막 주인공인듯 두근닥근 했어요.

아찔했어요.

수선화향기 (♡.146.♡.20) - 2008/08/25 20:43:40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완벽하게 자신을 포장하고 싶어하는게 자존심 강한 여자들의

욕심이지만 살면서 보면 오히려 약간은 부족한듯 하면서도 덜렁덜렁 보호본능을 자극

하는 여자들이 더 인끼가 많더라구여 아마 준혁씨는 그런데서 매력을 더 느끼는가봐요

오늘도 잼있게 잘보고 가요

rena (♡.65.♡.101) - 2008/08/25 22:02:56

잘보고 갑니다~~~~...코멘트는 십자이상

숲속루비 (♡.146.♡.158) - 2008/08/27 01:17:39

난 항상 냉철한 언니 글이 너무 좋아... ^^

근데 담집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네???

작은 도둑 (♡.224.♡.119) - 2008/08/27 12:46:52

풀님: 속도 -_- 뵐 낯이 없습니다.


도께비님: 그럼 너무 쉽잖아요.ㅋㅋ


mermaid님: 평범한 생활의 룰을 깨고 가끔 먼저 분위기를 만들어보세요.평범한것중에서 즐거움을 찾는게 행복입니다.

뱅뱅뱅님 : -_- 되는데...

작은 도둑 (♡.224.♡.119) - 2008/08/27 12:51:38

하트님: 기운 더 내야겠는데요. 아자!!!!!


금자란님: 님은 어느남자가 더 좋아요?


수선화향기님: 맨날 지루하게 벌려놓은 제 글 한두마디로 개괄해주셔서 제가 워낙부터 얼마 안되는 밑바닥 보여지는것 같아서 고맙고 쑥쓰럽습니다. 다음번엔 예상을 뛰여넘어야 될텐데...ㅋㅋ


레나님: 들려주신것만으로도 저 오늘 또 벌었네요.


루비야: 대신 좀더 길게 잼있게 올리는거로 보상하면 안될까? 구실이 먹힐려나?

서연주 (♡.28.♡.173) - 2009/06/14 23:27:46

잠이 안오는 밤, 도둑님의 소설을 읽습니다. ^^:
가볍게 시작해서 읽었는데, 긴히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요,
아마도 몇년만에 첨으로 댓글달아봅니다.
다음글도 기대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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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
2008-08-20
17
921
곰곰
2008-08-2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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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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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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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inzheng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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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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