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에... (12)

눈물공주 | 2012.04.27 22:10:39 댓글: 10 조회: 1105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698

(12)

안녕하세요.

인사말 안 적으려고 하다가, 그나마 나의 글을 좋아해주는 한 두 분을 위해서 적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글이 좀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요즘 좀 바빴거든요.

그리고 아마 5월 중순까지는 바쁠 거 같아서 예전처럼 이틀 경으로 올릴 순 없을 거 같습니다.

이해해 주세용~! ^>^

그럼, 오늘 급하게 쓴 이 글이라도 눈요기가 되길 바라면서~!

 

 

--------------------------------------------------------------------------------------------------------------

이튿날 아침,

6시가 좀 안돼서 나도 모르게 눈이 떠졌다.

화장하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대리님이랑 같이 호텔 1층 뷔페에서 아침 식사하고,

고객 만나고, 점심 먹고, 또 고객 만나고….

심천에 있을 때랑 별 차이 없이 지냈다.

 

오후에 고객을 다 만난 후, 저녁 식사를 7시에 하기로 하고 각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심심했다. 너무~~~!

 

방에 떡~ 하니, 혼자 앉아 있기 싫어서 전화번호부, , 노트, 핸드폰을 집어 들고 대리님 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7시에 같이 밥 먹으러 나가자고 했으니까 일단 대리님 방에 가서,

대리님이 보고서를 쓰고 있으면 난 옆에서 내일 만날 고객들과 미팅 예약을 해놓고 있다가,

7시가 되면 같이 밥 먹으로 나가면 되겠다. 그치 ??!! ㅎㅎ

너무 심심하니까 얘기도 몇 마디씩 가끔 하면서 말이다. ^.^

정말 이때까지만 해도 내가 한 행동이 엄청 큰 실수를 하는 것이란 걸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근데…. 대리님 방에 들어서서 바로 문 쪽에 있는 침대에 앉자마자 대리님이 화를 낸다. ㅠㅠ

빨리 나가! 너 애야?!!!”

순간 너무 놀랐다.

멍청한 내가 바보스런 실수를 하는 것일지는 몰라도, 대리님의 극도로 민감한 반응에 괜히 섭섭하고 화가 났다.

!!! 저 애예요!!!”

 

빨리 못 나가?!!!”

왜 화내고 그러세요?! 대리님 이상해요!”

 

이건 오바다. 너 이 사실을 지나랑 은희한테 말해봐~!”

이건 또 무슨 소리?!!

아직도 확실하게 대리님이 왜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뭔가 좀 잘 못 된 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 안 할건데요..”

대꾸는 해야겠고, 또 바로 나가면 왠지 모르게 자신이 부끄러워질 거 같아 그냥 잠시 버티고 서 있었다

.

그랬더니, 대리님이 소리, 아니 고함을 지른다.ㅜㅜ

날 폭발하게 하지 말라구! 나가라구!!!! ”

 

이렇게 나한테 큰 소리 친 적은 없었는데…,

순간 마음이 다 얼어 버렸다.

더 이상은 계속 있을 수가 없어 돌아서 방을 나와버렸다.

 

나오는데 대리님이 뒤에서 한마디 한다.

다신 나한테 연락하지마!”

 

 

 지금ㅠㅠ

나 지금 대리님을 꼬시려고 한 거라고 오해 받은 거 맞지?

나 지금 몸 함부로 굴리는 여자로 오해 받은 거 맞지?

나 지금 엄청 쉬운 여자로 보인 거 맞지?

나 지금 지조 없는 여자로 보인 거 맞지?

 

….. ㅠㅠ

내 생에서 처음으로 남자랑 호텔방에 들어가서, 지금 이 무슨 망신을 당하고 나온 거지?

이 나이 먹도록 요즘 세대에는 있을 수 없다는 숫처녀의 몸을 아끼고 또 아껴온 나인데~!!

비록 이쁘게 생기지도 않았고, 몸매가 좋은 나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껏 살아오면서 나의 이 젊은 몸을 탐내는 몇몇 남성들로부터 겨우 지켜낸 몸이라고~!!!

아무리 대리님을 좋아한다 해도, 아직까지 대리님한테 이 몸까지 줄 생각은 꼬물만치도 해 본 적이 없다구!!!

, 그냥 그 뭐냐, 정신적 사랑?!(柏拉图式爱情), 뭐 이런 거를 원했을 뿐인데..ㅠㅠ

그리고, 어차피 이 나이까지 아껴왔는데, 줘도 남편 될 사람한테 주겠다는 환상을 갖고 있던 나인데 말이다!!!

또 그러므로 해서 나름 난 이 세상에는 몇몇 안 되는 나름 지조 있는 여자라고 자부심을 가지고 왔었는데 말이다.

갑자기 성녀에서 창녀로 타락된 듯한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ㅠㅠ

 

 

뚜벅뚜벅 자신의 방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고,

나를 이런 여자로 만든 대리님에게 화까지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대리님이라도 날 이렇게 오해하는 건 절대 용서 못해… ! ㅠㅠ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힘 없이 풀썩~ 누워 버렸다.

머리 속이 쑤셔놓은 벌 둥지 안처럼 복잡하다.

 

~~~~~

침착하게, 잘 생각해 보자……

뭐가? 어디서? 어떻게? 잘 못 된 거지?

, 그래, 여긴 호텔이고,

보통 한국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남자랑 여자가 호텔방에 함께 들어가면 무조건 섹스 하러 들어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조선족들도 그런가??

나만 모르고 있는 일인가?

 

….., 그래, 그래…… ㅠㅠ

나이도 이만큼 먹었으면 그렇게 오해 당할 만도 하겠다.

어떤 바보가 28살이나 먹은 여자가 아직도 16살 순진한 여자애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남자의 호텔 방에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하겠냐고……!!!

정말 몰랐다고 그러면 내숭과 가식 그만 떨라고 할 뿐이겠지?!

 

….!!! -.- 내가 죽일 년이지!!

이 바보 멍충아!

이제 어떡하면 좋아 ….. ?!

……………….. ! ㅠㅠ

.. …….!!!

정말 자신한테 엄청 맞아댔다. ㅠㅠ

 

시계를 보니 6 48.

7시에 밥 먹자고 했으니, 7시까지 전화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니, 7 20분까지 전화 기다려보다가 전화가 안 오면, 내가 전화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내가 밥 안 먹으면 다이어트나 되고 괜찮지만, 대리님은 내가 안 먹으면 혼자 굶으실 거 같아서,

지금은 내가 먼저 전화해서 일단 밥은 먹이고 볼까? 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며칠 전에 읽은 글귀가 생각났다.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한테 자신의 과거를 말해준다. 이해 받기를 원해서다.

●남자들은 좋아하는 여자랑 싸웠을 때 자신이 먼저 말을 걸어야 하는 의무감을 느낀다.

 

그래~, 기다려봐야지, 나한테 진짜 연락 하나 안 하나…?!

내일은 어차피 일해야 되니까 연락 올 거고,

만약 오늘 연락 안 오면 날 정말 싫어하는 거로 알고, 마음 완전히 접을 것이고,

만약 오늘 전화오면 용서해주기로 했다.

비록 대리님이 오해할 만한 원인을 내가 제공해 준거라는 걸 알았으니까, 내가 대리님을 용서하니 안 하니 할 입장은 아닌 거 같긴 하지만 ㅜㅜ

 

 

근데 7시 반이 되어도 전화가 안 온다. ㅠㅠ.

불안불안 해지기 시작했지만 꾹 참았다.

TV를 켜니 마침 내가 좋아하는 영화가 나와서, 그래도 시간을 쉽게 기다릴 수 있었다.

 

 

정말 몇 년 같았단 긴긴 기다림의 시간을 뒤로하고, 정확히 8시가 되어서야 전화벨이 울렸다.

인간 승리다!!!!!!!!!!!!!!!!

혼자서 넘 좋아서 폴짝폴짝 뛰다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대리님..”

(힘 없는 듯, 풀이 죽은 듯 낮은 목소리로ㅋㅋ)

밥 안 먹어?”

?! ㅍㅎ~ 다신 연락 하지 말라고 한 건 누군데…??

전화 받자마자 나보고 밥 안 먹어 물어보면, 네 먹겠습니다~! 이렇게 대답할 줄 알았나요??ㅎㅎ

 

……..”

뭐라 말 해야 할지 몰라 말을 흐렸더니 한마디 한다..

“10분 후에 나와 !”

 

알겠습니다.”

ㅋㅋ 전화를 놓고 또 폴짝폴짝 뛰었다.

 

또 정확히 10분 후에 호텔 방 벨 소리가  울려서 나갔더니,

대리님이 저만치 앞에서 걸어가다가 나를 뒤 돌아본다.

 

괜히 무안해서 다른 곳을 보고 뒤를 따라 걸어갔더니, 빨리 와~!! 하고 부른다..

천천히 따라가는데, 또 빨리 와 하고 부른다.

가고 있잖아요!!!”

괜히 퉁명스레 말했다.

 

아린씨…, 내가 왜 화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 모르겠는데요ㅠㅠ

 

사람이 회사생활 하면서 지켜야 할 게 3가지가 있어…”

3가지가 엄청 궁금했는데, ㅠㅠ

근데 엘리베이터에 도착했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들어와서 말을 잇지 못한다.

나중에 무슨 3가지인가 물어 봐야지! 진짜 궁금하다,

대체 뭐지…??????? 뭘까….???????????

 

 

호텔을 나와 함께 택시를 타고 한국 돌석 전골을 먹으러 갔다.

사천에도 한국 음식점이 있다니, 참 신기할 따름이다.

 

일단 전골과 백주(白酒)를 시키고;

 

아린씨, 내가 왜 화났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 왜 화내고 그러세요…?”

아까 호텔방에서 왜 화내냐고 당당하게 따질 때와는 사뭇 다른 어투다.

대리님이 자꾸 이렇게 추궁하니, 나도 모르게 죄지은 사람처럼 더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ㅠㅠ

점점 작아져 가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머리를 책상 밑으로 처박았다.

그랬더니, 대리님이 그 후로 다시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다행이다~! ~~~

 

분위기 전환을 해 주려고 맘 먹었는지,

대리님이 엣날 추억거리들을 하나하나 얘기해 준다.

대학교 때 선배와 친구한테 이끌려 자기도 모르게 시작한 배낭여행 때문에 개고생한 이야기랑,

들끓는 청춘의 열정의 피를 숨기지 못하고 시위에도 참가하고, 수류탄?인가 하는 것도 뿌려 봤다는 일들,

그 추억거리들 덕분에 함께 얘기하고 웃고 떠들며 좀 전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식사도 맛 있게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ㅍㅎ, 정말 어이없지만, 그래도 추억거리 또 하나 생겼다!

 

추천 (4) 선물 (0명)
IP: ♡.176.♡.41
rena (♡.144.♡.213) - 2012/04/28 10:35:51

감정이란건 참 뭐라하기 어려운것인듯.. 잘읽고 가요

karenkim (♡.193.♡.50) - 2012/04/28 11:21:57

재밋게 잘보고 갑니다, 담편 기대할게용~

눈물공주 (♡.62.♡.240) - 2012/04/28 16:19:22

필립스님, 대리님두 아린씨 좋아하는거 같아 보이나요? ㅎㅎ
다행이다. ㅋㅋ

근데 필립스님은 필립스에 출근하나용?ㅋㅋ
-------------------

레나님,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게 사랑, 그리고 다이어트 같습니다. ㅎㅎ

-------------------

karenkim님, 처음 보시는 분이네요, ㅋㅋ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Denis311 (♡.118.♡.100) - 2012/04/28 20:34:48

좋은 글 잘보고갑니다~~~~~~~~~~~~~~~

눈물공주 (♡.176.♡.43) - 2012/04/30 22:34:31

데니스님,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자주 놀러 오세요~! ^^

가로수baby (♡.116.♡.33) - 2012/04/30 10:47:40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추억의 서른

눈물공주 (♡.176.♡.43) - 2012/04/30 22:35:21

가로수님,
아~ 아~, 세상은 아름다운거죠~
아~아~, 그대 때문에~~~^>^

- 서신-

해피투데이 (♡.70.♡.3) - 2012/04/30 19:42:58

사람이 회사생활 하면서 지켜야 할 3가지 그게 무엇인지?...
무지 궁금합니다 ㅎㅎ
대리님도 은근슬쩍 아린이한테 관심이 있는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야 호텔방에 들어온 아린이한테 그렇게 성질 낼 이유는 없잖습니까?
관심밖의 여자라면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암튼 님 글 보면서 여자의 짝사랑 심리를 배워갑니다 ㅋㅋ
좋은 시간 되시구요. 담편 기대합니다^^

눈물공주 (♡.176.♡.43) - 2012/04/30 22:37:45

해피투데이님, 대리님이 정말 아린이가 정신 없는 여자라 생각해서 화 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잘 모르겠네요~ 저도~~ ㅎㅎ

여자 마음도 알기 힘들고, 남자 마음도 알기 힘들고...
암튼 다~ 힘드네요 ㅠㅠ

사랑안할래 (♡.128.♡.61) - 2012/05/02 10:06:06

ㅋㅋ 오늘두 잼있게 보구갑니다. 대리님이 왜 화를 냇을까요?
무지 궁금하네요~ 그리고 대리님두 아린이한테 조금은 맘이 있는거 같은
좋은예감... ^^ 담편두 기대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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