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에... (16)

눈물공주 | 2012.05.29 17:56:12 댓글: 14 조회: 1303 추천: 8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788

 

(16)

 

Workshop 회의가 있은 몇 일 후,

드디어 주해 온천으로 Workshop 가게 되었다.

배를 타고 주해로 가는데 난 창문 곁에 앉고, 은희가 중간에 앉고, 대리님이 길옆에 앉았다.

한참 자다가 눈을 뜨고 봤더니 둘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잔다.

짜증난다.

배에서 내릴 때도 은희는 대리님 가방을 꼭 잡고 따라다닌다.

역시 짜증난다.

 

주해 온천, 꽤 좋았다~!

그리고 살아 처음으로 5성급 호텔에 들어 본다. ㅎㅎ

즐기는 일만 남았는데…. !!!

근데

온천에서 노는 게 진짜 너무 부끄러웠다.

출렁이는 뱃살을 어떻게 감출 수도 없고ㅠㅠ

특히 대리님 앞에서어쩔 바를 모르겠더라~!

다행히도 나보다 훨씬 웅장한 은희가 있어 어느 정도 위안이 되었지만~! ㅋㅋ

배에다 힘 주다 힘주다 너무 지쳐버려서 눈앞이 헤롱헤롱대는 것 같았다. ㅠㅠ

그냥 나중엔 포기하고, 대리님을 단념한다는 생각으로 놀이에 집중했다.

 

 

저녁엔 쇼를 봤는데 이쁜 여자들이 너무 많았다.

~ 여자인 내도 감탄할 정도인데 대리님은 어떨까?!!

다이어트 해야겠는데ㅠㅠ

 

쇼를 다 보고 저녁 식사를 하는데

놀러 왔다는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 하는 수 없이 또 내가 오버했다.

대리님은 여자가 나서대고 푼수기가 있는 건 싫다 했었는데.. ㅠㅠ

어쩔 수 없다.

다들 사발에 머리를 처박듯 조용히 음식만 먹고 있으니..

~!!!

대리님은 또 이런 어색한 분위기도 너무 싫어한다.

지사장으로서 회식자리가 늘 북적이고 열정적인 걸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또 희생해야지 머.

 

내가 분위기 메이커인건 확실하다.

침묵을 깨뜨리고, 동료들과 동맹을 맺었다.

지나, 이 대리님, 한국 신입사원, 나랑 넷이서 대리님에게 연이어 술을 권하기로 했다.

역시 분위기 UP에는 술이 최고인 거 같다.

제갈량” 2병 좀 넘게 마셨는데 대리님이 조금 취한 거 같다.

밥 다 먹고 식당을 나서는데 대리님이 또 은희 목을 꼭 껴안고 머라고 얘기한다.

진짜 술을 더 마시면 뽀뽀라도 할 것 같았다.

 

심장이 굳어지는 거 같다.

대리님이 이젠 막 밉고 야속해진다!!!

아까 술 마실 때는 나보고 취하지 말라더니,

(신대리님 환송회 때 내가 취해서 자신을 끌어안았다고는…. ㅠㅠ)

정작 자신은 ….!!

 

 

 

호텔로 돌아왔는데 은희가 우리 방에 들어와서 이대리님이랑 지나랑 수다를 떤다.

난 그냥 옆 침대에서 잤다.

왜냐면 은희가 옛날에 나한테 다 했던 말들을 다시 또 하고 있으니까 별로 듣고 싶지도 않았다.

자기 자랑.

그리고 이대리님이 지금 회사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답답해하니까 관심해주는 척 하는 것;

(이대리님이 심천지사로 파견 오기 전에는 나한테 자신 앞에서 이대리님 말 꺼내지도 말라고 할 정도로 이대리님을 싫어하더니만 지금은 어지간히 걱정해주는 것 같이 연기하는 게 너무나 역겹다.), 

그리고 사장님에 대한 평가?! ……등등

 

가식에 쩔어있는 영혼….

너무 싫다.

 

그리고 내가 잠에서 깼더니 은희가 지나랑 이대리님에 웃으며 하는 말;

대리님은 좋은 사람이고 좋은 상사이지만, 좋은 남자인지는 모르겠다! ㅎㅎ..”

꼭 나를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나쁜 계집애~!!!

싫어죽겠다 !!!!!!!!!!!!!!!!!!!!!!!!!!!!!!!!!!!!!!!!!!!!!!!!!!!!!!!!!!!!!!!!!!!!!!!!!!!!!!!

 

 

주해에서의 둘째 날 아침,

호텔에서 함께 아침을 먹고 11시반 Check out 시간까지 호텔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데,

은희가 또 이대리님이랑 지나랑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난 또 옆에서 자고….

근데중간중간 잠에서 깨면서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가 있었다.

 

지나 :은희, 너 대리님한테 마음 동한 거 아니야?!”

은희: “…. ”

지나 :너 정말 마음 동했네, 그냥 자기 절로 모르는 것 뿐이지~!”

은희: “…. ”

지나 :대리님 괜찮잖아~! 그리고 너 기회 있어, 어제 주해로 올 때 배에서 너랑 대리님이 머리를 맞대고 자는 걸 내가 봤거든, 내가 봤을 땐 가능성 있어~~!ㅎㅎ …. ”

 

이런 된장. 지나도 그 장면을 봤네….   ㅠㅠ

 

이대리님:그리고 대리님 너한테 속심 말도 많이 하잖아, 일반적으로 남자가 자기와 미래가 있는 여자한테는 많은 속심 말을 하거든, 만약 잠깐 만났다가 헤어질 여자한테는 속심 말 절대 많이 안해, 그냥 이쁜 여자 찾지~~! (이 말은 결국 은희가 너무 못났다는 말로 들렸다 ㅋㅋ) 비록 지금이 서로 사귀고 할 시기는 아니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네 둘 발전 가능성이 있어~! ㅎㅎ. ”

 

구체적인 대화내용은 꼭 그대로 적기 힘들지만, 대략 내용은 이랬다. ㅎㅎ

모두가 은희를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은희의 입이 귀에 걸렸겠다.

은희: “…근데 난 대리님의 장점만 봐온 게 아니란 말이야, 내가 더 많이 본건 대리님의 단점이니까….

 

~~~~~!

자신의 단점이나 잘 알고 남의 단점 찾으라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난 분명히 안다.

은희도 대리님을 얼마나 좋아하는 지를.

가식의 극치를 보여주는 구나, 아주….!

대리님에게 튕기는 게 두려워서,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려고 아주 애를 써요, 애를~

 

한참 후, 심천으로 돌아가려고 호텔방을 나오는데, 지나가 나한테 묻는다.

너 아까 호텔방에서 잠들었어?”

.”

나의 표정을 보더니 또 한마디 한다.

아닌 거 같은데…”

내 얼굴이 좀 굳어지긴 굳어졌나 보다.

웃음이 안 나오는걸 어떡해

 

그런 얘기들을 듣고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 잠든 거 맞거든~!! 내 눈 봐, 지금 자고 일어나서 다 빨개졌잖아~!”

 

그새를 못 참아서 은희가 또 끼어든다.

왜 눈이 빨개? 너 혹시 울었어…?!”      

 

哭你个头啊!!

나 혼자도 이런 말이 퉁명스럽게 튀어 나온데 대해 깜짝 놀랐다.

내가 받은 충격이 크긴 컸나 보다.

사람이 확~ 바뀔 수도 있네~~!

 

아이씨~! 지나가 눈치채버렸다.

이럴 때는 왜 이렇게 눈치가 빠른지, 나보고 노래 가사 한 줄이 지금의 나랑 아주 맞아떨어진단다.

 也许放弃,才能靠近你”,

은희가 대리님을 포기 해야지만 나랑 가까워질 수 있다는 뜻 같다.

 

호텔 1층 로비에서 대리님과 만났다.

대리님도 내가 기분 나쁜 거 눈치챈 거 같다.

자꾸 대리님 눈길 피하게 된다.

눈길을 마주치면, 지금 나의 속상한 마음이랑 대리님에게 화난 마음이랑, … 모든게 ..다 들킬 것만 같아서피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대리님은 또 내가 놀러 와서 기분 좋게 놀아야 할 판에, 쓸데없는 성깔 부린다고 오해하고, 이러는 나한테 실망하겠지….

악순환……… !

 

1층 로비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동료들이 밖에 나가서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자고 하며 하나 둘 일어섰다.

난 나의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아예 일어 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굳어있는 표정 그대로.

예전 같으면 날 달랬을 대리님도 오늘은 힘에 부치나 보다.

마지막까지 맞은 편에 앉아 있더니 화가 난 듯 벌쩍 일어나더니, ~ 돌아 나가버린다.

 

대리님이 뭐가 화가 날 일이 있다고,

이런 태도 보고 싶지 않으면 엊저녁 술 마실 때나 처신 잘해서 오해 사지 말거지,

지금 같아선 대리님에 대한 마음 다 접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렇게, 우리들의 여행의 사진 속에 나의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너무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숨쉬기 힘들 정도로 갑갑할 수가 있지???

며칠 동안 쌓아놓은 빨래는 많고도 많은데 도저히 할 힘이 없어서 세탁기 사러 갔다.

15분이면 걸을 거리를 1시간도 더 걸었던 거 같다.

한 발자국 한발자국 겨우 옮겨 디디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갑자기 사는 게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어떻게 대리님을 마주해야 되지…?!!!

표정관리를 잘 해야 되는데, 내 맘 같지가 않아서 …………….

근심이 태산 같다. ㅠㅠ

 

 

추천 (8) 선물 (0명)
IP: ♡.176.♡.221
윤정맘 (♡.62.♡.116) - 2012/05/29 18:00:06

그냥 그 회사에서 나와서 다른 회사에 가서 주인공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남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10억이면 (♡.3.♡.106) - 2012/05/29 21:40:01

글쓴분혹시 강 여사? 맞아요?

사랑안할래 (♡.128.♡.131) - 2012/05/30 08:38:45

힘내세요~~~ 쨍하고 해뜰날이 있겠죠....

눈물공주 (♡.176.♡.236) - 2012/05/31 06:28:59

윤정맘님,
충고 감사합니다. ㅎㅎ

10억이면님,
강여사~ 아닙니다~! ㅋㅋ

필립스님,
제가 원래 애 같았는데,
요즘 부쩍 철 들고 있는 중이랍니다 ~ ㅋㅋ

행복스타맘 (♡.93.♡.2) - 2012/05/30 10:16:27

항상 당당하고 활달한 님 성격 너무 맘에 들어요.

부러워요.

다음회도 기대할게요~~~

눈물공주 (♡.176.♡.236) - 2012/05/31 06:29:48

행복스타맘님,
칭찬 받았다고 지금 하늘 하늘~~ 정신 못 차리고 있습니다~! ㅋㅋ

고마워용~ ^^

희망태양 (♡.44.♡.226) - 2012/05/30 10:52:13

넘 재미있어요. 꼭 드라마 보는것 같네요. 담집 기대합니다.

눈물공주 (♡.176.♡.236) - 2012/05/31 06:31:08

희망태양님,

제가 일기 쓴 걸 정리해서 적는 거여서,
제 글이 별로 스릴이 없어요....

지루하다는 느낌이 오히려 많은 편.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Saleisha (♡.14.♡.125) - 2012/05/30 13:58:29

빠른 기승절개를 부탁드립니다.

눈물공주 (♡.176.♡.236) - 2012/05/31 06:31:43

기승절개~ ㅋㅋ

장미의 전쟁~ ㅋㅋ

믿는데 (♡.209.♡.181) - 2012/05/30 19:32:32

언니야,

니글을 드문드문 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해봐서 아는데.. 어렵고 힘들고 아픈건 사랑 아인거 같혀... 그만해 ~ 휴.....

눈물공주 (♡.176.♡.236) - 2012/05/31 06:32:21

연아~ ㅋㅋ
그만한지 오라네요~ ^^

이젠 해라도 못해요~ ㅋㅋ

해피투데이 (♡.70.♡.3) - 2012/06/01 20:57:08

아~~ 글 분류를 연재로 해서
그냥 연재소설인줄로 알았는데
이건 님 실화였군요 ㅎㅎ
어쩐지... 되게 실감있다 했슴다.
저번편에선지 대리님이 전 여친이랑 다시 사귄다고 나오던데...
그런 대리님을 좋아해서 마음 고생 심했겠슴다
글 잘 보고 갑니다 ㅎㅎ

황금단 (♡.251.♡.90) - 2012/06/20 14:59:27

못본 글들 쭈욱 읽으면서 오늘에야 따라잡앗네요.
가끔은 확실한 표현이 필요할때도 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관계를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듭니까.
포기하는게 쉽지는 않겠지만 잡으려면 빨리 서두르셨으면 좋겟네요.
고백도 먼저하고 싫다그럼 빨리 포기할수도잇고 다른 남자 만날수도 잇고 ..ㅠㅠ

22,966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4326
별꽃구름달
2012-05-30
7
1223
무학소사
2012-05-30
0
841
눈물공주
2012-05-29
8
1303
눈물공주
2012-05-29
0
1050
리링산
2012-05-29
3
1380
천이
2012-05-29
0
733
Blue07
2012-05-28
1
1032
리링산
2012-05-28
0
678
어떻게하지
2012-05-28
1
1529
해피투데이
2012-05-28
11
936
o첫사랑o
2012-05-28
18
2850
김삿갓
2012-05-28
0
861
리링산
2012-05-28
1
1379
슨상7
2012-05-27
0
469
리링산
2012-05-27
2
1930
슨상7
2012-05-26
0
734
리링산
2012-05-26
0
553
리링산
2012-05-26
1
416
인생역전중
2012-05-26
2
726
연금술사
2012-05-25
18
1592
o첫사랑o
2012-05-25
17
2428
ging
2012-05-25
10
2552
연금술사
2012-05-24
17
1417
melgirl
2012-05-24
4
841
연금술사
2012-05-24
9
1377
인생역전중
2012-05-24
3
784
인생역전중
2012-05-24
0
1015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