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사랑---중---

은난초 | 2012.09.28 11:07:16 댓글: 12 조회: 1718 추천: 4
분류실화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1118

그렇게 스쳐지나듯 가벼운 키스가 나한테는 충격적일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고,
꾸밈없는 그 사람의 소탈한 모습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내내 머릿속을 떠날줄 몰랐다.

쓰나미사건이후로, 나는 기계적으로만 움직이고 있던 나의 차가운 심장을 뜨겁게 해줄
그 한사람 같은거 아예 없을줄 알았고, 한치의 기대조차 한적이 없었다.

그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어려보인다는 내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돌아가자바람으로 자신의 신분증을 스캔한 파일을 보내왔다.
파일내용을 확인하고서 조금은 황당했지만, 그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 순간이었고,
그런 엉뚱한 구석이 또 다른 매력으로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사람은 일이 끝나고, 귀가한 후엔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꼭 멧세지를 남기거나
전화를 했다. 일 성격상 모임이 많았지만, 술을 마셔도 거의 티가 나지 않았고,
조곤조곤 얘기를 하지만, 필요이상의 말은 거의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날도 자정이 거의 다가오는 시각에 난 핸드폰이 울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당신이 너무 보고싶어서 전화했어.
날 이런 느낌 들게 해준 당신이 정말 고맙다.
우리 지금 만나면 안될까?

남자의 향기만 풍기던 그 사람이 가끔은 이렇게 애들처럼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난 또 한참을 달래야만 했다.

만약, 설레임 하나만으로 남여사이의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인생은 참 살아볼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물론 사랑은 두 사람의 감성코드가  잘 맞아야만 가능한 것이지만,
성숙한 두 영혼의 만남이여야만, 30대사랑의 가능성을 더 확실케 하는 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난 그 사람이 아주 자유분방한 영혼의 소유자라는 것을 보아냈다.
아니, 감지했다고 하는 것이 어쩌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사회에 진출해서부터 그 누군가의 수하에서 일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라,
그 어떤 유형, 혹은 무형의 속박을 아주 싫어한다.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속에서 성장하고 살아온 두 사람의 만남이니만큼,
우선은 상대방의 생활방식이나 성향을 존중해줘야 하겠지만,
자유자재로 살아온  그 사람의 생활패턴만큼은 어느정도 보정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사람은 노력을 하겠노라고 거듭 다짐을 표했고, 그때마다 난 그냥 조용히 웃기만 했다.
약속은 어쩌면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표현이 됐을때야만 더 무한한 설득력이 있는지도
모른다. 다행이 난 내 자신이 그 어느 누구를 개변시킬정도로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확신할만큼 미련하지가 않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가 않는다.
사람은 자기자신이 자신을 개변시켜야 할 충분한 이유와 계기,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철벽같은 결심이 섰을때야만이 비로소 자신의 개조를 위한 험난한 공정에 돌입할수가 있고,
거기엔 자율이라는 무형의 막강한 힘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게다가, 그 사람이 의도하는 노력은 결코 혼자하는 노력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생활하게 되면, 자신의 그런 자유분방함이 저절로 절제될 것이라고 하는,
아주 훌륭한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 어찌보면 나무랄데가 없는 제안이었다.

어른들은 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다--

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지만, 남자는 왜서 여자의 애타고, 피타는 노력끝의 탄생물이여야만  하는지? 지극히 정상적인 논리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가 어려운 
난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 사람은 가끔 맞은켠에 앉아 그윽한 눈길로 날 한참을 응시하곤 한다.
설마 자신이 나한테는 꽤나 풀기 힘든 난제일줄은 꿈에도 알고 있지 못하는 눈치다.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인데, 그 눈길만큼은 깊고도 따뜻해서
눈길이 마주칠때마다 난 그냥 웃기만 한다.

--설레이냐? 

그 엉뚱함에 난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가능하다면, 나란 존재가 자유분방한 그 사람의 영혼의 울타리만은 되고 싶지가 않다는,
나의 이런 속깊은 마음을 그 사람은 알고는 있는 것일까?


 

 

 

추천 (4) 선물 (0명)
IP: ♡.254.♡.129
새앙쥐219 (♡.219.♡.111) - 2012/09/28 12:57:50

카리스마 넘치는 은난초님과 자유분방한 영혼이 어떤 사랑을
할지 참으로 궁금하네요.

오늘도 잘 보구 갑니다.

은난초 (♡.254.♡.129) - 2012/09/28 13:50:20

단스 님

저의 초라한 데뷔작에 오늘도 한걸음에 달려와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다만, 카리스마라는 엄청난 타이틀을 달아주셔서 부담감이 백배입니다 ㅎㅎ
오늘도 변함없는 성원 고마워요.

새앙쥐219 님

첨 뵙네요.

저의 못난 글을 주목해주셔서 무엇보다 감사드리구요.
추천 고맙습니다.

골드미스 (♡.22.♡.158) - 2012/09/28 13:59:06

흠.. 저도 사랑 다시 해봣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건 님의 글때문일까요? ㅋ
30대의 사랑은 안정적일까 아님 스쳐지나듯?
뒷이야기가 좀처럼 상상이 안되네요..

은난초 (♡.254.♡.226) - 2012/09/28 17:36:26

골드미스 님

사랑은 흔히 아픔과 희생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성장하는게 아닐까요?
인연은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골드미스님에게도 화사한 인연이 내려지길 축복드릴게요.

yuyun (♡.213.♡.153) - 2012/09/28 14:10:33

조곤조곤 속삭이듯이 이어져가는 스토리에 잠간 머물다 갑니다..
공감되는부분도 많네요..ㅎㅎ감성깊은 분인것 같네요..
30대에 사랑 ...다음편이면 결과를 알수있나요?
과정을 즐기면서 살아가야하지만..사람들은 늘 결과에만 집념하죠 ㅎㅎ
담집 기대합니다..

은난초 (♡.254.♡.226) - 2012/09/28 17:39:37

yuyun 님

저의 글에 머물러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의 마음을 공감해주셔서 그 무엇보다 감사하구요.
결과가 궁금하신가 봅니다 ㅎㅎ
하는 제가 언제 올려드릴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네요.

딸기따기 (♡.29.♡.170) - 2012/09/29 10:04:29

같은 나이라서 그런지 맘에 딱 와닿는 느낌이 드네요 중편도 잘봤어요 담편 기대하면서 추석,국경날 잘 쉬세요

은난초 (♡.254.♡.221) - 2012/09/29 10:28:54

딸기따기 님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에 저랑 닮은 감성을 공유하신 분이라 소중한 지기를 만난듯한 느낌이네요.
딸기따기님도 행복한 추석, 국경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monsterdis (♡.208.♡.177) - 2012/10/03 12:44:43

잘보았습니다..수고하세요.

은난초 (♡.254.♡.38) - 2012/10/03 18:52:47

monsterdis 님

들려주셔서 감사하네요.
머무른 시간동안 즐거운 시간이었길 바랍니다.

황금단 (♡.251.♡.90) - 2012/10/03 12:45:24

감성이 풍부한 여쥔공...
그리고 엉뚱함이 매력인 남자쥔공...
사색의 계절 가을에 너무 잘 어울리는 글인것같아요.
국경절휴가 잘 보내시길 바래요.

은난초 (♡.254.♡.38) - 2012/10/03 19:03:38

황금단 님

저의 이전 글에도 다녀가셨더군요.
그런 엉뚱함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긴 했지만,
자유분방한 영혼만큼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는 일 또한 없는것 같아요 ㅎㅎ.
황금단님도 여유로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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