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 환 (3)

동녘해 | 2012.10.20 09:07:41 댓글: 1 조회: 550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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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의 눈에서 측은한 빛이 흘렀다. 그  빛은 고통때문에 오열하는 정우의 온몸을 실실이 감싸고있었다. 그 빛에 감긴 정우의 몸뚱이가 와들와들 떨리고있었고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둘둘 굴러내렸다.
-아저씨.
-환아.  나, 어디가서 앉아야겠다.
-네, 아지씨. 저저, 저기 걸상이 있어요. 거거거, 거기 가서 앉아요.
환은 너무도 급해 벅벅 말을 더듬으며 허리를 굽혀 정우를 부축하려고 했다. 정우는 왼손을 들어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훔치고는 그대로 환에게 손을 내밀었다. 환은 그 하얀 손으로 땀이 질퍽하게 묻어난 정우의 왼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정우의 허리를 부여잡았다. 정우는 환에게 기대면서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괜찮겠어요? 아지씨. 걸을수 있겟어요?
-괜찮아, 천천히 가자.
-네, 아지씨. 조심하세요.
정우는 걸상등받이에 머리를 붙이고 조용히 두눈을 감았다. 웃쪽 눈까풀이 무시로 파들파들 떨리고있었다.  무시로 떨어대는 그 눈까풀을  바라보다가 환이 입을 열었다.
-힘들죠? 아지씨.
-나아졌다. 숨이 나오네.
정우의 목소리가 낮았지만 숨소리가 고르로와지고있었다. 환은 호-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목소리에 궁긍즘을 담아 한마디 건넸다.
-수수께기예요. 
-뭐가?
-아저씨가요.
-내가?
-그런데 알것 같아요.
-뭘?
정우가 환이쪽에 머리를 돌렸다.
-아저씰요.
-나를?
힘 없이 열려있는 정우의 두눈에서  동공이 커지고있었다. 환이 머리를 끄덕였다.
-네, 아저씨. 콤플렉스가 있죠?
-콤플렉스라니?
-맞아요. 그래요. 녀자의 라체에 대한 콤플렉스!
-너너, 너 그게 무슨 뜻이니?
정우가 와뜰 놀라 몸을 흠칫 했다. 환이가 잠간 아래입술을 씹다가 긍정적으로 짚어냈다.
-그날 미술관에서두 김교수가 그린 라체화를  보고 증상이 발작한것이였어요. 처음을 내가 지켜보지는 못했지만요. 오늘도 그랬어요. 기분 좋게 올라왔었는데 그 녀자라체화를 보고난후 갑자기 배를 움켜쥐였어요. 우연한 일치일가요? 어떻게 설명할래요? 아저씨는 정답을 알고있죠? 말해보세요.
환은 얼음에 박 밀듯 자기의 견해를 피력했다.
-어...어...
정우는 갓 기름을 먹은 사이문처럼  막힘없이  착착 여닫기는 환의  빨간 입술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뭐라고 뒤말을 잇지 못했다.
-녀자의 라체에 어떤 콤플렉스가 있는게 분명해요. 이건 일종의 반사반응과 같은거지요.  바람이 불면 머리칼이 날리는것 같은 도리죠. 제 말이 틀렸어요?
-어... 그래.
정우는 고통스럽게 두눈을 꽉 감으면서 어금이를 깨물었다. 입술이 파랗게 질려가고있었다.
-털어놓으세요. 무슨 일인데요. 친구는 못 되더라도 믿음직한 조카는 될수 있잖아요?  도움은 못 되더라도 저 들어줄수는 있잖아요?
-후- 그날 먼저 돌아온것을 후회했어. 후회했다니까. 장춘으로 갔던 그 취재가 예산보다 하루 먼저 끝났었거든.

노랗게 구워진 통닭이였다. 금방 가마에서 꺼내서였던지 등에 기름기가 찰찰 흐르고있었다.  한근에 13원이라고 했다. 눈짐작으로 두근이 좀더 될것 같았다. 그놈을 사고싶었다. 안해가 통닭구이를 그렇게 맛나했던것이다.  하지만 넉넉치 못한 살림때문에 먹고싶은것이라고 선뜻 사먹을수 있는 형편도 아니였다.  며칠전에도 얼굴이 하얗게 질려 퇴근한 안해가 옷을  벗으며 중얼거렸었다.
-시장을 지나오는데 튀해서 걸어놓은 통닭들이 눈에 뜨이지 않겠어요?  하나같이 하얗게 튀해진게 얼마나 먹음직스럽던지. 그옆에는 노랗게 튀겨진 닭들이 주렁주렁 걸려있구요.
정우는 그 말을 하는 안해를 바라보면서 부끄러워 얼굴을 들수 없었다.
얼마나 먹고싶었으면 저럴가? 에잇, 녀편네가 먹고싶어 하는 통닭 한마리도 마음대로 사먹게 못하는 이 신세...
그날 이후로 정우는 내내 그게 마음에 걸렸던것이다. 호주머니에는 마침  출장비를 남긴 돈이 30원 푼히 있었다. 
그래, 한마리 사다가 깜짝 기쁘게 해주는거야.
차에서 내린후 동료들끼리 식당에서 술까지  마셨는지라 정우는 기분이 붕 떠서 한결 흥분된 상태였다. 
정우는 구운통닭을 한마리 사 들고 집으로 잰걸음을 놓았다. 뜻밖에 집에는 불이 꺼져있었다.
벌써 자나? 아직 아홉시도 안 됐겠는데. 피곤했나봐. 이 더운 날씨에 온하루 시장에서 익었겠으니까. 해볕에  피부가 상하기도 하겠건만 그의 피부는 왜 그렇게 하얄가?
정우는 나름대로 좋은 생각을 굴리며 조용히 열쇠를 꺼내여 자물쇠에 꽂았다. 곤히 잠들어 있을 안해를 깨우고싶지 않았던것이다. 그대로 들어가 혼곤히 잠든 안해의 하얀  옥체를 바라보는것도 행복할것 같아서였다. 집에 들어서보니 방문이 꼭 닫쳐있었다.
잠든게 아니구 어디로  갔나?
한풀 꺾이는 기분이였다. 정우는 통닭을 담은 비닐봉지를 부엌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웃방쪽으로 다가가 주저없이 사이문을 당겼다. 순간 침대에서 검은 물체가  벌떡 솟구치는  동정이 보였다. .
악!
정우가 비명을 터쳐올리며  스위치를 당겼다.
너무도 하얬다. 하얘서 눈부시는 몸뚱이가 눈에 안겨들었다. 와들와들 떨어대는 그 몸뚱이옆에서 검실검실한 피부에 어깨가 떡 벌어진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몸이 떨릴 때마다 남자의 후줄근해진 남성이 흔들흔들 춤을 췄다.  정우는 단말마적으로 소리지르며 그 남자에게 덮쳤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남자는 달려드는 정우를 잡아 침대아래에 팽개치고는 부랴부랴 옷을 찾아들고 정지칸으로 뛰여나갔다. 방바닥에 동그라졌던 정우는 악을 쓰고 기여 일어나 정지칸으로 향했다. 그때 안해가 정지칸으로 내려와 정우의 다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정우는 안해의 팔에서 다리를 빼려고 바락바락 악을 썼다. 정우의 다리가 빠지려는 찰나 안해가 정우의 종아리를 꽉 깨물었다. 정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다리를 뽑은후 그 힘으로 힘껏 안해를 걷어찼다.  안해는 악 소리와 함께 벌렁 동그라지더니 몸부림을 치며 한고패 휙 돌아 물독이 놓여져있는 콘크리크바닥쪽에 가서 쭉 퍼더버리고말았다.  하얬다. 죽은듯이 두팔을 쫙 벌리고 너부러져있는 안해의 몸뚱이는  불륜의 현장에서 남편에게 채여 실한오리 걸치지 못하고 쓰러져있는 그 순간에도  먼지 한점 묻지 않은듯 그처럼 하얬다. 미칠것만 같았다. 그 하얀 몸뚱이를 꽉꽉 밟아 꺼어먼 발자욱을 팡팡 찍어주고싶었다. 정우는 한달음에 뛰여가 안해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 하지만 발등은 안해의 몸이 아니라 안해의 옆에 있는 물독에 가 퉁 하고 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와잘랑 소리와 함께 물독이 깨여지면서 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와 함께    정우의 속에서 뭔가 욱 올리 밀었다. 저녁에 마신 술이며 채 소화되지 않은 안주가 그대로 쏟아져 발등을 적셨다.
안해는 그날밤으로 집을 나갔고 두달후 협의리혼으로 4년간의 결혼생활은 막을 내렸다.
18년전의 일이였다.

-텔레비죤을 보고있었다. 그날밤. 그림에 대해 소개하는거야. 라체화였어. 풍만한 몸매를 가진 녀자의 라체화였지. 몸뚱이가 하얬다구. 어쩔 사이도 없이 구역질이 올라왔고 나는 또 어쩔 사이도 없이 저녁에 먹은것들을 그대로 토해버린거다. 처음이였지. 그때로부터 나는 녀자의 라체를 상상만 하면 토하고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거야. 그리고 가끔 녀자의 라체화를 보기만 하면 진짜 구토가 시작되였구.
정우는 환을 건너다보며    "참, 너하구 별말을 다했구나. 어린애 하구" 하고는  어쭙게 입을 다셨다. 그러는 정우를 바라보면서 환은 미동도 없었다. 어쩌면 연푸른 화판에 티없이 맑은 하얀 색으로 오롯이 그려놓은듯한 환의 모습은 충격에 굳어진듯싶었다. 정우가 환을 향해 실웃음을 피워올리며 입을 열었다. 
-인젠 그나마 괜찮아졌다. 이렇게 한번씩 열병을 하고나도 인차 회복할수 있으니까. 전에는 아니였지. 한번씩 겪고나면 적어도 하루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더랬지.
-어쩌면 좋아요. 아저씨를 어쩌면 좋아요.
환이 정우의 손을 꼭 쥐고 안타까와 목소리를 떨었다.
-보고싶지 않아, 녀자의 라체를. 진심이거든.
-그게, 그게  말이 돼요? 
환이는 속삭이며 정우쪽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정우의 눈길이 담담했다. 그 시각 그 눈길에는 더 이상 아픔도 고통도 슬픔도 없었다.
-아저씨.
환의 목소리가 떨리고있었다.
-환아.
정우는 목소리마저 담담했다.
환이 정우앞으로 한뽐 다가앉았다.
환의 얼굴이 정우쪽으로 밀착되여갔다.  
환은 천천히 정우의 두볼을 감싸 안았다.
환의 빠알간 입술이 정우의 이마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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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보기1 (♡.245.♡.149) - 2012/10/20 15:33:31

뭐라구? 환의 빠알간 입술이 정우의 이마에 닿았다...구?
그럼 이건 뭔가? 설마~궁금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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