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이야기.
참 외로운 여자인듯 했다.
그 외로움을 달랠길 없는 여자지만 아닌척 하느라 무지 애를 쓰고 있는게 보였다.
보지 않아도 뻔한 바람핀 남편과 불운의 아내 뭐 그런 식상한 스토리인데
웬지 그 주인공이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싶어졌다.
처음으로 내가 한 여자에게
조바심내지 않고,
재촉하지 않고
그녀 스스로 경계심을 내려놓을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좋은 아침.
나는 간단한 아침인사와 함께 창가에 놓인 화분을 사진으로 찍어보냈다.
며칠전에 후배가 공기정화에 좋다고 준 선물을 이런 용도로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까지 살면서 식물에게 할애할 시간과 정력의 여유가 나에겐 없었고
그런 고상한 취미는 육식동물 체질에 가까운 나에겐 별로 위선으로만 느껴졌던 것들이였다.
단지 이 여자는 웬지모르게 이런것들을 좋아할것 같은 생각에…
몇초뒤에 바로 답장이 왔다.
- 호피란이네. 식물 키우는 취미는 나랑 같네요.
- 뭐.. 키운다기 보다.. 그러네. 우연의 일치인가.
내가 서른 두살이라고 밝힌 뒤에 그녀는 이렇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가며 쓰고있다.
뭐 그건 신경쓸거 아니지만
희한한 일이다.
천하에 한기준이가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고있다. 지금…
일하는 간간히
일상적인 대화를 몇마디씩 주고받으면서 그녀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일상은 단순했다.
집과 회사..
그 두 점사이를 오가면서 그녀는 항상 혼자였다.
결혼하면서 고향을 멀리 떠나온 그녀에겐 가족도 친구도 너무 멀리 있는듯 했다.
어떻게 생긴 여자일까.
목소리는 어떤 여자일까.
그 날 밤도 습관처럼 손이 핸드폰으로 갔다.
카톡을 켜놓은 채로 뭔가가 기다려졌다.
그 여자가 먼저 말을 걸어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지.
그러면서도 손가락은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 우리 만날가?
- 결혼한지는 몇년 됏어?
- 어떤 노래 좋아해?
- 무슨 색갈 좋아해?
- 지금 무슨 옷 입고있어?
나는 지금 수많은 물음표들을 핸드폰에 썻다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렇게 망설이는 내가 우습기도 하고 뭣땜에 이러는지 모르겟다.
한낱 바람핀 남편때문에 울고있는 낯모르는 아줌마때문에…
한참을 방안에서 맴돌아치다가 그녀한테 전송한 메세지는 고작 한마디였다.
- 어디 살아?.
- **시에.
- 나하고 수천키로는 떨어져있네. 옷깃 스치며 지나칠 걱정은 안해도 되겟네.
- 지금 머해?
- 나 술마셨어.지금 세상이 다 콩알만하네..ㅎㅎ
어쩐지 조금 흐트러진 한 여자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 보고싶은데. 니 지금 술마신 모습.
평소의 예상대로라면 기대도 안했던건데 뜻밖으로 사진이 날아왔다.
로딩 되는 몇초 잠간 심장이 박동을 가했다.
심호흡…
내 눈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한 여자의 몸이 보였다.
얼굴은 안보여줄려고 아래쪽으로 돌린 카메라.
그속에 빨강 블라우스에 까만색 스커트, 그 밑으로 스타킹을 한 그녀의 다리가 비쳐졌다.
가는 허리와 그 아래로 둥근 힙, 허벅지가 완벽한 라인을 그리고 있었다..
섹시한 몸매를 가진 여자였다.
나의 본능이 불끈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젠틀맨으로 보이고싶었다.
하지만…
내 손가락은 또 내 의지를 벗어나 제멋대로 달리고있었다.
- 다리가 예쁜데.. 혼자 사는 남자한테 이런 매력적인 여자의 위험한 장난, 어떻게 받아들이지?
- 그러게. 나도 내가 매력있는 여자인줄 알았는데 남편한테는 아니더라구.
나… 정말 그렇게 못났나.
외롭다. 정말 미칠거 같다..쓰러질거 같다..
그녀의 메세지 마디마디에 외로움이 배여나왔다.
앞에 있었으면 누구든. 건강한 남자라면 꼭 안고싶을것 같은 여자였다.
술기운에 이성을 잠간 놓고있는 그녀가 안쓰럽기도 하고.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 너 나랑 파트너 할래?
나에게 이 여자의 의미는…
잠간 생각을 해보았다.
32년간의 인생철학, 수학적론리, 책에서, 삶에서 배운 모든것들을 사용해도
그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여자에게 나는?...
내가 이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 답이 없어진 그녀…
- … …
나에게 돌아온 답장이 이거였다.
그리고 사라진 Lady, 아마 술기운에 잠들엇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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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걱 무슨일인가 발생할꺼 같은 느낌 ~~
위험한 관계는 늘 짜릿하고 두렵고 환상적이죠..
발자국 남기고 포인트 가지고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