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잘 들어 갔어요? -
영일이는 하루가 지난 다음날이 되어서야 문자가 왔다
-네. -
네! 라고 한글자만 보내고 더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출근길 지하철 안이 복잡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제의 서운함이
아직 남아 있어어 였다.
지이잉
지이잉
영일씨가 보낸 문자 일거라 생각하고 확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문자는 하루 종일 잊혀져 가다가 저녁에 자기전에 확인
할 수 있었다.
- 좋은 아침이에요. 오랜 만에 문자 해요 잘 지내고 계시죠?. -
영일씨가 아닌 김필씨가 보낸 문자 였다.
죄송한 마음에 답장을 하려 다가 너무 늦은 시간 인거 같아 핸드폰
을 도로 내려 놓았다. 그리고 자려고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아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어 답장을 보냈다. 하루가 지나 답장을 보내
는건 예의가 아닌거 같았다.
- 너무 죄송합니다. 핸드폰 문자 확인을 너무 늦게 했어요. 잘자요 김필씨-
문자를 보내고 나는 바로 잠이 들었다.
몇 시인지 시계를 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한 밤중에 전화벨이 울
렸다. 오밤중에 누구지? 하면서 잠시 받을까 말까 망설 이다가 이
미 망설인다는 것 자체가 깨어났음을 의미 하기에 그냥 받았다.
< 여보세요 >
<하나씨 저 김필입니다. >
여태 문자만 했지 통화는 처음이라 조금은 놀랐다.
< 네 김필씨 무슨 일이세요? >
< 저 오늘 하루 종일 하나씨 문자만 기다렸어요. 처음엔 출근길이
라 못 들었겠지 라고 생각했다가 점심때 쯤엔 많이 바쁘구나 라고
생각했다가 저녁엔 도저히 나를 위로할 이유가 생각이 나지 않더라
구요. 그래서 이 사람 나를 피하는 구나 라고 단정 지었어요. 그런데
아까 하나씨 보낸 문자를 보고 내가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전화
를......... >
핸드폰 너머로 이 남자의 마음이 느꼈다. 약간은 술 기운이 느껴 졌
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 에 모두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 김필씨 내일 시간 괜찮으시면 저랑 커피 한잔 하실래요? >
그의 진심에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다.
퇴근 무렵 김필씨는 병원 근처 커피숍에 도착 했다는 문자를 보내
왔다.
병원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건 그 사람의 배려 였다.
우리는 사이에 따뜻한 커피 잔을 두고 바로 앞도 아닌 옆도 아닌 대
각선에 앉아 이야 기하고 있다..
그 사람도, 나도 정작 중요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날씨 얘기, 요즘
근황 얘기 서로평범한 얘기 들만 오갔다.
결국 그렇게 정작 하려던 말은 꺼내지도 못 한채 커피숍을 나왔다.
커피 숍을 나와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밤 거리를 걸었다.
늦가을 이라 그런지 밤공기는 많이 쌀쌀했다.
< 벌써 겨울이 오려나 봐요. >
< 추워요? 괜찮으시면 제 옷..........>
< 아니에요 김필씨도 추우실텐데 >
나는 손사래 까지 하며 괜찮다고 했다.
< 제가 옷을 벗어 드린다고 한적 없는데...하하하 >
<하하하하하 . >
민망함에 눈을 찔끔 감고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웃었다.
< 추우시면 제 외투 안으로 들어 오시라고 얘기 하려 했는데... >
한손으로 가렸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 버렸다.
이 사람의 농담 인 뜻 농담 아닌 농담 같은 농담을 할 때마다 조금
씩 한발짝 더 다가 가고 싶어 진다.
< 날씨가 쌀쌀한데 샤브샤브 드시고 싶지 않으세요? >
길 건너 샤브샤브 집을 가리키며 내가 물어 온다.
< 그럴까요 >
추워서 따뜻한 곳이 그리웠던 나는 바로 대답을 했다.
샤브샤브집
마침 저녁 식사 시간이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저기 둘러 보아
도 빈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30분 정도 대기 해야 한다는 종업원의
말을 듣고 다른 집으로 가려고 나오려 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부른
다.
< 김필아.. 야. >
김필씨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이 였다.
친구들 한테 잠깐 들린 김필씨는 난감한 표정으로 나한테로 걸어오
더니
< 하니씨 저 사람들 제 친구 예요. 어..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
은 혹시 괜찮으시면 쟤네랑 합석 가능 할까요? 음...... 아니에요 아
니에요 못들은 걸로 하세요 그건 아닌거 같애요. 제가 생각이 짧았
던거 같애요. 나가요 다른집 가요 >
김필씨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본거 같다. 항상 유머러스 했고 당당했
던 사람이 갑자기 난감한 표정으로 서두 없이 얘기하는 모습이 우스
웠다.
< 저 분들 한테 저를 어떻게 소개 시켜줄껀데요? >
나는 갑자기 그게 궁금 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쳐다 보며 물었다.
< 아....예? 그거야......어....그러게요 >
난감해 하던 표정에 당황한 표정까지 더해졌다.
더 놀리고 싶었다.
< 여자 친구라고 소개 하실 건가요 아님 동료? 그게 아님 여동생 ?
그것도 아니면 그냥 아는 사람? 제 위치를 알아야 친구들 한테 인
사 라도 하죠 >
< 하니씨 괜찮으 시겠어요 ?>
아까의 난감한 표정과 당황환 표정은 금세 사라지고 뭐가 그리 좋은
지 표현할수 없는 그런 눈으로 나를 바라 본다.
나는 어느새 홀린 뜻 김필씨 친구들 있는 자리까지 와버 렸다.
친구들은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나를 쳐다 보았다. 민망함 그 자체
였다. 괜이 이자리에 합석 한다고 아까 큰소리 친거 같다.
< 여자 친구는 아니고.... >
김필씨는 궁금해 하는 친구들 앞에서 나를 소개하고 있다. 여자 친
구 라고 소개 할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였다.
<여자 친구는 아니고 내가 좋아 하는 사람 >
심장이 미치게 뛴다. 그날 고백을 받았을 때 보다 더 심하게 뛴다.
입을 벌리면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여 나올것만 같았다.
뒤에 친구들의 말은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뇌가 갑자기 정지 된 그
런 기분이 였다.
김필씨와 나란히 앉았다.
남자들 얘기에 나는 딱히 할 말이 없어 그냥 들으며 가끔씩 웃기도
했다. 친구 들도 김필씨 처럼 모두 매너있고 유머스러운 사람들인
거 같았다.
김필 씨는 친구들과 얘기 하는 동안 에도 가끔씩 내 표정을 확인했
고 내 기분을 확인 했다.
스윽
그의 손이 내 손을 포갰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 깍지를 꼈다. 나는
싫지가 않아 가만이 있었다. 그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그리고 그 사람의 떨림 까지도 고스란히 느껴 졌다.
이 사람도 지금 나 처럼 떨고 있다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
집으로 오는 길
< 하니씨 오늘 고마웠어요 >
< 고맙긴요. 저는 한것도 없는데요 >
< 내일 부터는 저를 좀 더 귀여워 해 주실꺼죠? >
< 귀여워 해달라구요? 하하하하하하하>
김필씨의 말에 나는 조용한 늦은 밤인 줄도 모르고 크게 소리내서
웃었다.
나는 어느새 이 사람의 농담에 잔잔히 스며들고 있었다.
나란히 걷고 있는 우리의 어깨 거리 만큼 우리 둘 사이 거리도 어느
새 가까워 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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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네요 ^^
엥?김필씨한테 넘어가는건가요?여자들은 부드럽고 섬세한 남자를 선호하는데..
저는 아마 김필씨를 택했을지도 ㅋㅋ
마음 조이는 자극적인 사랑보다는 편하면서 든든하고 나만 바라봐주는 그런 지고지순한
사람이 좋아요.
남의 사랑 얘기에 내가 더 날리짐 하하
아무튼 이번집도 푹~ 빠져서 단숨에 읽었네요. 추천 꾹~~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