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즈음에... (1)

눈물공주 | 2012.04.03 02:31:12 댓글: 12 조회: 1867 추천: 6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617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긴 글을 쓸 결심을 하게 되었네요.

2007년에 처음으로 모이자를 접하면서 연재 한번 쓰고,

그 후로는 긴 글 쓸 정력도, 시간도 부족했거니와 엄두도 나지 않았었는데,

요즘은 시간이 남아 돌아서 이렇게 다시 한번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100% 저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을 쓰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저의 지금 이 나이 때에 겪은 일들과, 제가 느낀 감정들을 기록할 수 있는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되어서요.

지금 2007년에 쓴 글을 되돌아 볼 때 제가 25살 땐 참 유치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웃게 되는 것 처럼, 언젠간 제가 지금 쓴 이 글을 보면서 또 다시 미소 지을 날을 그리면서 다시 한번 심혈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저의 글에 머무는 동안 여러분들에겐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소박한 소원을 빌면서,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읍~ ~~~!”

. . .

 

알코올 중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기 전엔 어김없이 찾게 되는 요 녀석.

처음처럼.”

내일 아침이면 또 술 마셨냐는 엄마의 귀 따가운 잔소리가 예상되지만 도저히 손에 든 잔을 놓을 수가 없다.

 

반 병에서 한 병까지 마시면 슬슬 웃음이 나오고 정신이 아리몽롱해지는 상태여서 이쯤에서 그치면 딱 좋으련만 술이란 잔이 잔을 부르기 마련,

오늘도 한 병으로는 부족하다.

 

이제 딱 반병만 더 하자. 그래~ 김아린, 이제 딱 반병만 더~ 마시는 거다. 알았지 ???!!!”

신년 계획을 세울 때 보다 더 큰 다짐을 하듯 머리는 끄덕끄덕, 입 속으로는 중얼중얼 거리며 난 어느새 두 손 고이 모아 소주병을 쳐 들고 흔들어 대고 있다.

?

이효리 언니가 마시기 전엔 흔들어 줘야 된다고 했으니까.

 

굳이 흔들어 줘야 더 맛있다 해서 좀 번거롭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난 그래도 참 이슬이란 애보다 처음처럼요 녀석이 훨씬 더 좋다.

부드러우면서도 쌉싸름한 뒷맛이 일품이니까.

나의 짙지도 옅지도 않은 외로움과 고독과 천상조화를 이룰 만큼 묘하게 어울리는 바로 이 맛.
이 맛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얼마나 더 슬퍼 질까…?!!!!

..상상하기도 싫어~~~~ !!

난 누가 앗아라도 갈까 봐 두 팔로 빈 술병 하나를 꼭~ 껴안고, 나른해진 몸을 침대에 맡겼다.

흐흥좋다~!

입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퍼진다.

이제야 푹~ 잘 수 있겠구나.

~,

~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내 잠을 청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

귀청을 찢을 듯한 고음에 나는 빠개질 듯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쓸어 내리며 온몸을 뒤척거렸다.

일어나려고 애를 써봐도 속수무책이다.

 

!!! 빨리 안 일어나~~?!!! 이게 뭐야 이게~~!!! 어우….. 속 터져…. ㅠㅠ !!!”

야근 갔다 웬일인지 평소보다 일찍 돌아 온 엄마가 내방 이러 저리 널려져 있는 옷가지며 술병들을 치우며 잔소리를 해댄다.

여자애가 맨~~ 혼자 집에 쳐 들어박혀 술이나 마시고~?!!  시집이나 가겠냐???  남들은 시집 가서 애까지 다 키워 놓았다는데, 넌 서른 살 다 된 노처녀가 맨날 집에 들어박혀 술이나 마시고…, 대체 어쩌려구 그래? 어쩌려구~~?! ㅠㅠ!!!”

 

했던 말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지겹다.

이젠 연속 몇 백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들어온 저 대사들을 한 글자도 빠짐없이 외워라 해도 다 외울 수 있을 것 같다.

唐僧“의 잔소리에 뼈저린 속앓이를 했을 손오공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듯 한 심정으로 난 안깐힘을 다해 몸을 일으켜 휘청거리며 화장실로 향했다.

누워서 엄마의 괴롭힘을 당하느니 차라리 내가 이 곳을 뜨고 말아야지….!

 

근데 내 상태는 내가 봐도 말이 아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도 제대로 겨누지 못한 채 겨우 칫솔에 치약을 묻혀 입에 가져다 댔다.

엊저녁 취해 그대로 잠들어버려 양치질 못한 입에선 단내가 나고, 씻지 못한 몸은 거의 매일이다싶이 마셔댄 술 덕분에 허해진 몸에서 배출한 식은 땀 때문에 끈적거려 찝찝하다.

과연 결혼 해서 남편이랑 한 집에서 생활하게 되면 이런 모습은 상상도 할려나???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아무리 여자가 귀한 세월이라 해도 남편이 나의 이런 꼴 보면 12번도 도망가 버릴 거야.

.

결혼 전까지만, 딱 결혼 전까지만 이런 날 봐 주자.

결혼 후에는 절대적으로 술 자제 들어가고,

매일 남편이 깨어나기 전에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이쁜 모습만 보여주고,

밤에 자기 전엔 무조건 깨끗이 씻고 잠자리에 들어야지…!!!

지금 나의 이 다짐은 대학교 입시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비장한 각오보다 더욱 더 비장하리라.

 

 

겨우 양치질을 끝내고, 샤워 하려고 옷을 벗고 샤워기를 틀었다.

세찬 물살이 나의 머리, 얼굴, , 가슴..으로 스쳐 내려가며 푸석푸석한 나의 피부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어준다.

그래.. 아직도 탱글탱글하다.

비록 스무 살의 나의 피부보단 탄력이 떨어진 건 확실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봐 줄만 한 것 같다.

그래서 더 조바심이 나고, 더 슬퍼진다.

나의 운명의 상대에게 나의 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데

도저히 나타나지를 않으니….

 

25살까지만 해도 운명은 언젠가 스스로 찾아오는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나의 주위에는 지금 33, 37, 40, 심지어 49살까지 시집 안간 노처녀 언니들로 바글바글하다.

하늘의 장난이라 할까? 사회의 산물이라 할까?

암튼 이들이 피해자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녀들의 주관이 어느 정도 이런 결과에 작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과는 똑 같다.

결혼 못한 노처녀들.

세상에서 제일 듣기 싫은 단어이다.

그리고 나도 어쩜 이 행렬에 들어설지도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어쩜 영원히 내 짝은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하루하루 날 엄습해 오고 있다.

이런 괴로움 속에 매일매일 사랑 타령인 날 보며 친구들이 때론 남자에게 굶주렸냐며 구박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정작 나의 이 몸뚱아리 보다 나의 이 나약한 영혼이다른 사람이 보듬어 주기를 얼마나 갈망하고 기다리고 있는지를.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고, 가방 챙기고

엄마의 따가운 눈총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집부터 회사까지 난 매일 걸어서 출근한다.

1시간 거리.

다이어트를 위해 지옥 같이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또 늦은 출산을 위한 희망의 시간들이기도 하다.

늦게 결혼하더라도 꼭 건강한 아기만은 낳고 싶으니까.

그게 언제 될진 모르겠지만.

 

길 옆 나무에선 새싹들이 앞 다퉈 고개를 내밀고, 건물 앞 화단에는 이름 모를 꽃들도 활짝 피어 있지만 아직 초봄이라 바람은 여전히 차다.

 

이내 차가워진 손을 움켜쥐고 길 옆 슈퍼에 들러 모닝 케어하나를 사 들고 나왔다.

숙취 해소 음료를 많이 마시면 불임증에 걸리기 쉽다는 뉴스를 본 후 될 수록이면 안 마시려고 노력하지만, 오늘은 위가 너무 쓰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아침까지 안 먹었으니 이대로 걸어서 출근했다간 쓰러질까봐 두려우니까 오늘까지만 숙취 해소 음료를 마시자!!!

딱 오늘까지만.

 

 

 

걷고 걷고 또 걷고

드디어 회사에 도착했다.

내가 다니고 있는 반도체 IC 회사.

 

7 40

아무리 전날 술 많이 마시고 해도, 회사엔 늘 제일 먼저 출근하는 나이다.

 

남들보다 30~40분 일찍 와서 창문 다 열어 환기 시키고,

그 다음은 유유히 커피 한잔 타서 자리로 와 앉고는,

이어폰을 끼고 발라드를 틀고,

모이자 이쁜글 / 이쁜시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커피 한잔 홀짝거리며 읽는 이쁜글/이쁜시들은 내가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과 힘이 된다.

나의 아침은 늘~ 이렇게 시작된다.

 

 

 

딴딴 따라라 따라따라라…..”

오늘은 예외네…..!!!!

아이폰 벨 소리가 나의 티 타임을 망쳐놓는다. ㅜㅜ

꼭두새벽부터 어떤 덜 떨어진 인간이 전화질인지 참….

언짢은 기분으로 손에 쥔 커피를 내려놓고, 걸리적 거리는 이어폰을 신경질적으로 빼고,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여보세요? -.-”

ㅇㅇ, 나야, 승훈이…”

너구나, 차승훈! 아침부터 먼 일이래?”

오늘 저녁 시간 좀 내!! 너 다른 스케쥴 잡을까봐 미리 전화해 놓느라고 그러지~ ㅎㅎ

?”

왜긴, 금요일인데 또 술 한잔쯤은 마셔줘야지 않겠어…?”

, 됐고…!  이 누나 오늘 좀 피곤하다. 퇴근하고 집 가서 자야 돼~~!”

머야?! 이 좋은 봄날에 집에 처 박혀 자기 싶냐? 죽으면 쭉~ 잘테니까, 살아 있을 땐 적게 자도 괜찮아~~! “

됐고…! 이 좋은 봄날에 혼자 가 노시우…, 난 잘 테니까~ (메롱~)”

, 너 오늘 안 나오면 나 너랑 절교다~!!!”

알았어~, 절교~ ~~~!ㅋㅋ

“I~C~”

“IC? ? 우리 IC 사려고???? 너한테는 싸게 팔아줄게~~~~!!! 좀 많이 사라~ 우리 매출 올리게~~ ㅋㄷㅋㄷ

~~~ 너 나올래 안 나올래?”

안 나간다!!!”

남친 소개해 줄게~~~!!!”

알았어~!!!!!!!!! 퇴근하고 전화할께~~!”

….”

거짓말이기만 해 봐~! 죽었어~~~~!!!”

….”

끊어~~~!! “

……

 

차승훈! 쟈식~~~

그래도 이 누날 생각해 주는 사람은 역시 너밖에 없구나 ~~~ !

기여운 것. ^.^

--------------------------------------------------------------------------------------------------------

첫걸음 잘 뗀 건지 아닌 건지, 한편이 짧은 건지 긴 건지..

아직 도저히 감이 잡히질 않네요ㅠㅠ

시간은 벌써 자정을 훌쩍 넘겨버렸고ㅜㅜ

내일은 출근해야 돼서요.

오늘은 일단 이만 해야겠네요.

 

쓰다 보면 감 찾아지겠죠 뭐 ~ ㅎㅎ

마음씨 고운 분들은 감 한 박스 택배로 보내 주시던지,

아님 댓글로 감 띄워 주시던지,

암튼 달던 쓰던 모두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추천 (6) 선물 (0명)
IP: ♡.176.♡.208
의사오빠 (♡.75.♡.157) - 2012/04/03 09:25:19

재미잇게 잘 읽엇습니다 다음집 기대합니다

미쓰엔젤 (♡.19.♡.103) - 2012/04/03 10:26:36

이십대 후반인 저로서는 공감 많이 가는 글이라,,
잼게 읽고 갑니다,,
바라는게 있다면,, 조금나마 위로받을수 있는 희망을 주세욤~ㅎㅎ

눈물공주 (♡.246.♡.41) - 2012/04/03 12:47:51

의사 오빠~, 역시 의사라서 봉사정신은 투철하신가 봐요~~ ^^, 일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사 아씨님~, 저도 글 쓰는 내내 내 나이 또래 싱글 여성이라면 한번쯤은 공감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다행이도 공감해 주셔서 고맙네요~~
그리고 김빠진 글만 쓰지 않고 희망도 불어넣도록 노력해 볼께요~~ 차차~~~ ㅎㅎ

11월 8일 (♡.129.♡.198) - 2012/04/03 14:58:00

잘 보구갑니다 다음집두 빨리 올려줘요

눈물공주 (♡.62.♡.240) - 2012/04/03 15:34:41

11월8일님~, 그찮아도 저 지금 쉬는 시간에 짬짬이 글 쓰고 있는 중이예요~
욕심 같았으면 하루에 한집은 올리고 싶은데...
암튼 잘 봐 주셔서 고맙습니당~~ ^^

천사아씨 (♡.19.♡.103) - 2012/04/04 09:10:02

공주님,,,
어제 천사아씨 라고 불러주셨는데,,
그 닉네임이 넘 맘에 들어서,,
모이자 회원 신청을 다시 했었답니다,,,ㅎㅎ

눈물공주 (♡.70.♡.152) - 2012/04/04 12:25:05

깜짝 놀랬잖아요~~ 다른 사람 이름 막 불러 찾아 왔는 줄 알았어요~ ㅋㅋ
암튼 저로선 영광입니다~~!^^

해피투데이 (♡.70.♡.3) - 2012/04/04 21:32:05

호호호... 시집 안간 처녀들은 요렇게 사는구나^^
하긴, 장가 안간 총각들도 그리 산답니다...
부담없이 자유자재로...
단 한가지 거슬리는게 있다면 부모님들의 잔소리만은... 휴~
근데 1시간 거리를 걸어서 출근합니까?
고 부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실화가 아닌 연재이니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전 왜 이 글이 실화와 가깝다는 생각이 드는지
ㅎㅎ 그리고 차승훈, 웬지 글속의 주인장하고 엿길것 같네요...
글 잘 보고 갑니다.
날씨도 따뜻해지는데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ㅎㅎ

눈물공주 (♡.176.♡.113) - 2012/04/05 23:53:04

해피투데이님, 저 실제로 1시간 걸어다니는거 아닙니다.
실제로는 1시간 50분~ 2시간 걸어다닌답니다 ㅎㅎ

차승훈과 엿길지는 계속 지켜보면 알거예요~~
아마 아닐걸요~~ 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피투데이님도 행복하세요~~ ^^

황금단 (♡.251.♡.90) - 2012/04/05 10:22:42

웬지 제 이야기를 쓴듯 ㅋㅋㅋ 서른이라서 더 공감이 가는 ...
잼있게 잘 읽어봤어요. 좋은 인연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담집 기대할게요.

눈물공주 (♡.176.♡.113) - 2012/04/05 23:54:05

저의 이야기를 일부 가공한겁니다. ㅎㅎ
동갑이라 반갑네요~ ^^

lovesunny (♡.90.♡.90) - 2012/04/10 10:02:35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다음 글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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