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있는 힘껏 캐리어를 들어 기내 선반에 넣으려 는데 키가 많이
부족하다.
젠장! 하이힐 신었어야 하는데.
까치발을 들고 다시 집어 넣으려 는데 뒤에서 누군가 내 캐리
어를 들어 가볍게 선반 안에 넣는다.
고맙다고 인사 하려고 머리를 돌렸지만 슥~ 지나가는 바람에
인사는 커녕 얼굴도 보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 그 사람 찾으려고 뒤로 돌아 목을 쏘옥~ 내 밀었다
가 뒤에 사람들 눈길이 일제히 나를 향하는 거 같은 민망함에
다시 정면으로 앉아 안전띠를 착용했다.
피곤해서 자려고 눈을 감았다.
자야지, 자야지. 자야 되는데. 좀!!!!!!
아침에 받았던 하얀색 청첩장이 자꾸만 내 눈앞에서 팔랑~팔
랑~ 날아 다닌다. 결국 나는 일어나 가방 안에서 아침에 받았
던 청 첩장 을 꺼내 펼쳤다. 거기에는 둘이 이쁜척 하고 찍은
사진과 함께 "우리 결혼합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었다.
신부가 이쁘다.
< 내가 너보다 먼저 결혼 했어야 되는데. 누구는 결혼하고 누구
는 5년내내 쏠로고 세상 이렇게 불공평 해서야 되겠어? >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청첩장을 찢어 입에 넣고 씹고 있는 나
를 옆자리 아주머니께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민망함에
찢다 만 종이 조각들을 다시 가방에 넣고 자는 척 눈을 감았다.
그렇게 나는 도착 할 때까지 민망해서 자는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
비행기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하나 둘 짐을 챙겨 내리
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거이 빠져 나가고 나서야 나도 짐을 챙
겨 내리려고 어김없이 까치발을 들고 캐리어를 꺼내려 는데
역시나 손이 닿지 않는다.
뜨억~
이놈의 작은 키 땜에 오늘 여러 번 실망한다.
< 여기....>
승무원 언니를 부르려 팔을 높이 들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긴~
기럭지와 긴~ 팔을 이용해 내 캐리어를 쉽게 꺼내서 나를 주고
는 또 아무 말 없이 내 앞을 슥~ 지나간다.
뒤 모습이 아까 그 남자다. 나는 재빨리 고맙다는 인사 하려고
가 아니라 얼굴 보고싶어서 그 남자 뒤를 쫓아 갔다. 그 남자는
긴 다리를 이용해 저벅저벅 어느새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짜리 몽땅 내 다리가 오늘 나를 세번이나 실망 시킨다.
베이지색 자켓을 입은 그의 뒷모습이 참으로 근사해 보였는데
말이다.
공항 리무진 출발시간에 맞추어 간신히 버스에 올랐다. 생각보
다 사람이 많았다.내 자리를 찾아 앉으려 는데 너무 나도 익숙
한 베이지색 자켓이 내 눈에 들어왔고 나도 모르게 세 발짝 뒤
로 가서 슬쩍 얼굴을 확인 하려 는데 뜨악! 그 사람과 눈이 마
주쳤다.
순간 당황한 나는 자리를 찾는 척 두리번 거리다 빈자리를 찾
아 앉았다. 뒤 모습 보다 앞 모습이 더! 더! 더! 근사 했다. 연예
인 뺨치는 그런 이미지는 아니지만 내가 먼저 고백하고 싶어
지는 그런 사람이다. 더구나 오늘 저 사람과 두번이나 같은 장
소에서 마주 쳤다는 거다 .비행기안 그리고 공항 리무진 이건
내가 그동안 상상만 했던 운명적 만남이다.
스치면 인연 스며들면 사랑 이라고 일단 스쳐보기로 했다. 마
침 그 사람 옆자리는 공석이 였다.
어떻게 여기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어느새 그 사람 옆자리에 앉아있다.
내가 미쳤구나. 그래, 미친 김에 한번 더 미쳐 보기로 했다
< 你好 >
<.......>
남자는 눈을 껌벅 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중국 사람 아닌가?
< 안녕하세요.>
<.....>
또 대답이 없다.
그럼 일본사람인가?
< あの....>
<..........>
이번에도 대답을 듣지 못했다.
< 내 일본어 발음이 않좋은가? 아쒸~ 미친 척 전화번호 따려
했더니 >
그 남자는 혼자 중얼 거리는 나를 힐끔 보더니 피식 웃는다.
나를 보며 웃는 거면 지. 금. 내. 말. 알. 아. 들. 었. 다. 는건데
머야? 그럼 내 말을 씹은거?
< 저기요~ >
< ..... >
또 ! 씹였다.
표정 보면 내 말을 알아 듣는게 확실한데? 분명 한국사람 아니
면 조선족인데 나는 가자미 눈으로 그의 얼굴을 계속 쳐다보
았다.
1초
2초
3초
4초
5초
< 얼굴 닿겠네 >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그의 목소리에 무방비 상태로 있던
몸 안의 내장이 여기저기 튕겨 다니고 있다.
한참을 멍~~해있다 내장들이 다시 자리를 잡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 말을 알아들었으면서 왜? 대답을 안해요? 못 알아 듣는 척 하
려면 계속 말을 하지 말던가 >
< 그럼 처음 보는 여자가 불쑥 옆자리로 와서 눈을 깜박거리며
세가지 언어로 인사하는데. 제가 뭐라고 대답 했어야 했나요? >
< 처음 보는 거 아닌데...아까 비행기 기에서 빨강 캐리어 기억
안나요? >
<아~ 155 >
< 155? 그거 먼데요? >
< 키 155아니에요? 그 이상이면 선반에 손이 닿았을 텐데 >
와~우 이 남자 생긴 거랑 다르게 완전 또라이네?
엄마 말이 맞았다. 사람은 얼굴보고 평가 하는게 아니 랬다.
< 저 156.5거든요 >
아차! 나 지금 뭐라고 한거? 순간 당황해서 내 키를 말하고 말았다.
< 프. 155나 156이나 도토리나 땅콩이나 >
역시 내 눈은 썩은 붕어 눈이 확실했다. 이런 또라이 번호 따려
고 했다니 나도 참으로 한심한 인간이다.
나는 그 또라이를 한번 째려보고 내자리로 돌아가려고 일어나
려 는데 그는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 어. 디. 가. 요. 전. 화. 번. 호. 따. 려. 고. 온. 거. 아. 닌. 가? >
( 야~~ 이 ㄱ ㅅ ㅇ ㅅ ㅇ )하마 트면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 뻔 했다.
다시 자리에 앉아 눈에 힘을 빡! 주고 정면으로 그를 보고 말했다.
< 생각 바뀌 였어요.>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 그래요? 번호 알려주려 했는데. 혹시 담에 또 만나면 제가 그
쪽 번호 따도록 할께요. >
와~ 대박!!!! 이런 미친 슈퍼 또라이를 내가 직접 눈앞에서 보
다니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려다 빈자리가 없는 거 같아 그 자리에
계속 앉았다.
그리고 옆으로 머리를 돌려 눈을 감고 도착 할 때까지 또 자는
척 했다.
오늘 하루가 너무 다이나믹 한거 같다. 옛 남친 청첩장에 슈퍼
또라이 까지 여행이 시작이 생각 했던 것처럼 아름답지 않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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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재밌어요 ~슈퍼또라이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잼잇네요..인연은 진짜 이렇게도 만나게 되네요..ㅎㅎ잘 보고갑니당~~
댓글 감사합니다.좋은밥 되세요^^
재미있는 드라마 보는것 같습니다.글솜씨도 좋구요.
재미 있다 해주셔서 감동입니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