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50회)

죽으나사나 | 2024.04.02 05:17:01 댓글: 21 조회: 216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8120
너를 탐내도 될까? (50회)  엄청 닮은 여자가 찾아왔는데요. 

<K>

”강 실장님!”

“어머, 박 변호사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해외에 계시는 게 아니었어요?“

은서는 가게 복도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몇 해 전 각종 비리와 불법 운영으로 룸살롱에서 일하던 거의 모든 직원들이 곤경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유능한 변호사 덕분에 결국 다 무죄 판결을 받게 되었다. 딱 한 명, 사채업자와 뒷돈거래가 있었던 정 마담 빼고는 그랬다. 

가게가 지금까지 무탈하게 운영되고 있는 거에는 박 변호사의 공이 컸다. 

물론 아저씨는 이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K‘ 라는 이 룸살롱을 아예 없애려고 했으니…

은서도 처음 이 가게로 발을 들였을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어른들의 세상엔 이런 은밀한 공간이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지 치를 떨었었다. 

그러나 같이 지내온 아가씨들은 은서한테 나쁜 사람이 아닌 따뜻한 동료들이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은서한테는 그랬다. 

그냥 돈을 쉽게 벌고 싶어서였던, 많은 돈이 필요해서였던. 

남들한테 떳떳이 얘기할 만한 직업이 아닌 건 틀림없지만 그 속까지는 그리 저급하지 않았다. 

나름 다 꿈이 있었고 노력을 했었다. 

평범한 직장을 가진 사람은 이해를 절대 못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은서가 이 가게를 포기할 수가 없었던 건 딱 한 가지였다. 

여기가 아니라도 이런 가게는 세상 어디엔가 많고도 많고 자의든 타의든 돈이 필요한 여자들은 또 돈이 되는 곳을 찾기 마련이다. 

자기가 길거리에 나앉은 그 여자들을 품으면 안 될까.

억지로 방에 쑤셔 넣고 어떻게 굴러가던 방치하던 옛날 시스템을 갈아치우고 원하면 원하는 대로. 아니면 바로 빠질 수 있게.

그렇다고 그렇게 당당한 룸살롱이 될 거란 보장은 못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구역 안에서는 저처럼 시작하는 여자가 없기를 바라면서. 

그냥 그랬다. 남들은 우습다고 쓴소리를 하겠지만,  
은서는 힘든 인생을 사는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덜 다치면서 일할 수 있게. 
아저씨한테는 이해를 못 시켜준 거 같지만 그것마저 끝내는 받아들여준 사람한테 가슴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여기서 벗어나길,

그 하나만 바라온 사람의 뜻을 꺾어버렸으니…

“잠깐 한국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강 실장님 생각이 나서요. 실장님은 여전히 예쁘시네요!”

“변호사님도 참, 여전히 농담을 잘하시네요.”

꽤 능청스럽게 던지는 농담에 은서는 입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그때만 해도 꼬꾸라질 직전인 가게를 강 실장님이 하신다고 하실 때 사실 우려가 되는 부분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분위기로 승승장구를 할 줄은 몰랐네요. 몇 년 만에 왔는데 느낌이 뭐랄까. 딱 차분하고 우아한 실장님 분위기에 들어맞는 가게가 되었다고 할까.“

”과정이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변호사님이 그때 재판 결과를 잘 잡아주신 덕분에 시작이 좋았죠.“

오랜만에 만난 박 변호사였지만 엊그제 만났던 인연처럼 자연스러웠다. 

“권대표랑은 아직도 진전이 없어요? 그냥 그렇게 지낼 꺼면 그때 내 손을 잡지 그랬어요.”

박 변호사는 재판을 하면서 은서와 권기혁의 평범하지 않은 관계를 자연히 알게 되었었다. 

그러나, 이미 기혼자인 권기혁과의 그런 사이는 세간에 들키면 자칫 질타를 받을 게 뻔했고,

의뢰인이었던 은서를 처음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던 박 변호사는 비혼 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은서에게 은근 이런 농담을 던졌었다. 

“비혼 주의자 시잖아요. 변호사님은.”

“어허? 기혼자였던 권대표보다는 그래도 총각인 내가 더 낫지 않았나요? 비혼 주의는 실장님 하기에 따라서 바뀔 수도 있는 거였고요.“

박 변호사가 억울하다는 듯 목청을 살짝 높였다. 

”아니에요. 변호사님은 아주 쿨한 성격의 여자를 만나셔야 돼요. 저 같이 쉽게 상처받는 여자는 감당을 못 해요."
은서가 옅게 웃었다.
"알겠어요. 그래도 내 옆자리는 아직 비어있으니 언제든지 연락을 줘요. 아쉬운 내가 기다릴게요."
은서는 여전히 고운 미소만 흘리며 답을 하지는 않았다.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치면 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농은 딱 여기까지였다.
"실장님. 밖에 나가보셔야 할 거 같은데요."
등 뒤에서 웨이터 한 명이 은서를 불렀다.
"왜?"
웨이터를 향해 몸은 돌리지 않은 채 은서는 고개만 살짝 틀어 물었다.
"그게... 실장님과 엄청 닮은 여자가 찾아왔는데요..."

똑같다고 해야 할 정도로 닮았어요.
웨이터의 머뭇거리는 한 마디에 은서의 몸은 홱 돌아갔다. 두 눈동자는 순식간에 지진이라도 난 듯 정신없이 흔들렸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수년간을 기다린 소식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있던 존재였지만 차마 거기까지 뻗을 수가 없었던 사람이라 먼저 제 귀를 의심해야 했다. 잘못 들었을 수도 있었으니.
그러나,
웨이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기나긴 복도 끝에서부터 가볍지 않은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또각."
아주 멀리서 훔쳐본 적이 있었던 그리운 사람. 
내 동생, 강은지.
그녀가 은서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제 앞으로 걸어오는 하이힐 소리가 점점 느려졌다.
저랑 똑같이 생긴 사람을 처음 본 하정은 두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이윽고,
손이 닿을 거리까지 은서의 앞에 멈추었다.
내 언니라고?
사실 정연의 말을 듣기까지는,
적어도 이런 곳에 들어와서 이 얼굴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절대적으로 안 믿었다.
쌍둥이 언니라니,
웃기지도 않았다.
근데...
그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을 만큼 이 여자와 나는 너무 많이 닮아있었다.
하정은 어느새 팔을 들어 저랑 똑같이 생긴 은서의 얼굴에 손을 올렸다. 검지로 살짝 콕 하고 뺨에 찍어보았다. 가짜가 아니다.
홍콩에서 보았던  밀랍 인형이랑 다르다. 실제 체온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니... 
하정의 눈썹이 부르르 떨렸다.
[대표님이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
그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
[강은서라고, 네가 모르고 있던 너의 쌍둥이 언니야.]
정연한테서 금방 들은 말과,
[강은서는 안 된다. 어디 업소 여자를...]
그 사람의 어머니신 사모님이 그랬었지. 
업소 여자...
내 쌍둥이 언니라 하는 이 여자는 업소 여자다.
방금 가게에 들어서면서 웨이터 보고 강은서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
강 실장이라고 했다. 텐프로 룸살롱의 마담.
"... 은지야."
떨리며 가늘어진 목소리가 은서의 입에서 흩어져 나왔다. 
이제 나를 기억하게 된 걸까. 아니면 박서울이란 은지의 지인이 나의 존재를 알려준 것일까.
은서는 궁금했다. 그리고 7살 이후로 처음 이렇게 손을 뻗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하정을 만지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있는 하정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더러워.”

낮지만 강렬한 하정의 혐오 넘치는 한마디에 은서는 잡았던 그녀의 손목을 스르르 풀었다. 

눈빛은 여지없이 흔들렸다. 쌍둥이 동생인 하정과 어렵게 상봉을 해서 너무 기뻤던 은서였는데 하정은 이 한마디로 그녀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러는 하정도 사실 마음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근데 언니가 텐프로 룸살롱 마담이라고?? 룸살롱이라면 웃음 팔고 몸 파는 아가씨란 소리 아니야? 

나한테 어떻게 저런 언니가 있지? 불결해. 

그리고 그 사람은 어떻게 내가 아닌 저런 언니를 좋아한다는 거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해진 심경은 어디에 가서 풀 데가 없어 보였다. 

하정은 이제 금방 알게 된 은서란 존재가 너무나 불편했다. ​
​“제 언니라면서요? 강은서?“

”… 어, 응.“

엄청 반가워해야 하는데 정작 하정을 마주한 은서도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럼… 왜 나를 안 찾은 거예요? 나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뾰족한 날을 세운 하정이 뱉은 그 말은 은서의 심장을 마구 찔러댔다. 

“그건…”

하정은 그저 몹시나 불안해하는 은서를 무감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미안해. 찾아갈 용기가 없었어.”

허,

은서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들은 하정은 차디찬 코웃음을 내비쳤다. 서늘해진 눈매는 제 앞에 있는 이 쌍둥이 언니라는 은서를 노려보고 있었다. 

언니…

나한테 언니가 있었다니,

나는 몰라서 그렇다고 쳐도, 내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나를 찾지 않았던 나랑 피와 살이 섞인 혈육. 

하정의 머리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비틀 거리며 그대로 돌아섰다. 

“은지야! 아니, 하정아!”

천천히 발을 내딛는 하정의 뒤에서 은서가 급히 불렀다. 

“너를 잊은 적 없어! 찾기 싫어서 안 한 게 아니라, 너한테 부끄러운 언니라 내 발로 널 찾아가기 힘들었던 거야.”

은서의 간절한 웨침에도 하정은 그냥  걸었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는 불규칙적으로 들리며 은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억지로 잡을 수가 없었다. 

충격이 클 하정이를 너무 몰아붙일 수는 없었다. 

이제 알 게 되었으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지. 

곧게 서있던 은서가 다리 힘이 풀리며 비틀거렸다. 

”조심해요!“

뒤에서 모든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던 박 변호사가 무너져내리는 은서의 팔을 잡았다. 

”괜찮아요?“

은서는 하얗게 변해버린 얼굴색을 숨기지 못 한 채 박 변호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뚜벅뚜벅 그 자리를 떴다. 

은지가 왔 건만…

왜 이리 하나도 기쁘지 않은 걸까.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상처받은 그 얼굴을 마주한 순간,

여태 자신이 무얼 위해서 이렇게 꼭꼭 숨어서 버텼던 건지 기억이 안 났다. 

은지야…

내가 뭘 놓친 걸까.

***

서울은 푹푹 찌는 이 여름날의 늦은 밤, 땀을 한 바가지 쏟으며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연 누나에게서 연락이 왔다. 

누나가 연락이 끊긴 지  2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전화기는 꺼져 있어서 너무 걱정된다고 했다. 

[하정이가 내 말을 듣고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야. 여태 몰랐던 가족 얘기를 꺼내갖고… 내가 미쳤지.]

전화기 너머 정연 누나는 자책을 하며 애가 타서 울고 있었다. 

가족 얘기…

정연 누나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강은서에 대해서. 

누나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권대표와의 사이도 알 게 된 걸까.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이런 일이 아니라도 죽으려고 했던 누나였다. 

혹시나,

혹시나 또 만일에 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더 생각할 것 없이 서울은 걸음을 더 재촉했다. 

마음이 조급해져 뛰기 시작했다. 

그러다,

동네에 있는 작은 공원의 놀이터에 시선이 멈추면서 서울은 저도 모르게 그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군가가 있다. 

한껏 웅크리고 통 미끄럼틀 옆에 앉아 있는 사람…

무릎과 가슴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누군지 모를 수도 있었지만 서울의 긴장되었던 표정이 다소 편해지면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천천히 모래가 잔뜩 덮어져 있는  그곳으로 발을 들였다. 

8살 그때,

어두컴컴한 집 안에서 엄마를 무작정 기다리다 참다못해 집 밖으로 나왔었다. 무척이나 외로웠던 자신의 앞에 나타난 건 저처럼 똑같이 외로움에 허덕이는 14살의 누나였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누나 앞에 나타난 거겠지. 

어찌 되었던 난 누나에게서  평생 잊지 못할 위로를 받았었다. 누나의 매 한 마디가 굳은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지금은,

지금은 내가 누나의 아픈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누나가 나를 받아줄까?

천천히 누나 앞에까지 다가갔다. 

기다란 몸을 낮추며 그 역시 그녀의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쉽게 부서지기라도 할 듯 아주 조심스레 그녀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누나…“

그리고 그녀가 놀라지 않게 아주 나지막이 불렀다.
추천 (2) 선물 (0명)
IP: ♡.214.♡.18
Figaro (♡.161.♡.35) - 2024/04/02 10:50:01

잘 보고 갑니다.재밌어요.
화이팅 작가님^^

힘나요 (♡.50.♡.143) - 2024/04/03 06:42:33

잘 보고 깁니다 ㅎㅎㅎ

힘나요 (♡.50.♡.143) - 2024/04/03 06:42:45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50.♡.143) - 2024/04/03 06:42:55

잘 보고 가요 ㅎㅎㅎ

힘나요 (♡.50.♡.143) - 2024/04/03 06:43:08

잘 보고 가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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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힘나요 (♡.50.♡.143) - 2024/04/06 15:09:32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힘나요 (♡.50.♡.143) - 2024/04/06 15: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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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50.♡.143) - 2024/04/06 15:11:12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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