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38회)

죽으나사나 | 2024.03.13 09:26:14 댓글: 5 조회: 261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3467
너를 탐내도 될까? (38회) 이 건장한 청년은 누구셔? 
호오!~~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여지없이 쏘고 있는 정연은 이제 전세 역전인 상황을 꽤 즐겼다. 눈은 가늘어지고 입술은 많이 오므려져 있었다. 다이닝 룸에 셋은 같이 앉아있었고 제 앞에 앉은 이 건장한 청년을 빤히 쳐다봤다.
"이 어리신 분은 누구실까~?"
싱긋 웃으면서 턱을 괸 채 제 옆에 앉은 하정에게 물어왔다. 생각지 않게 곤란해진 하정이가 제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가 이내 같이 입매를 들어올렸다.
"서울이라고, 같은 회사 직원이야."
"아아~. 직장 동료~?"
과장된 리액션은 하정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누나. 가게 이모님이 포장할 때 잊고 수저를 안 챙겨줬는데 주방에 아무거나 쓰면 되는 거죠?"
서울은 자신이 포장해온 낙지 볶음을 비닐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수저가 없는 걸 발견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에 하정은 바로 정연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복화술을 했다.
-적당히 해. 이상한 리액션 그만하고.
- 네 네~
타격감이 전혀 없는 정연이가 실실 웃으면서 머리를 끄덕이었다.
사실,
자신이 오늘 여기로 온 진짜 이유는 하정의 의심이 들어맞았다.
[뭐라고요?!]
[쉿, 남들 들어요.]
오늘 회사 옥상 위에서 이 실장에게서 들은 그 말은 너무 놀라 헉 하는 소리가 절로 터져나왔다. 이한이가 제 입을 급히 손으로 막으며 주의를 안 줬으면 얼마나 더 크게 소리를 질러댔을지 몰랐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따뜻한 그 손길에 얼마나 설렜던지...
아,
지금 이게 아니지.
어찌 되었던 어제의 하정은 권대표의 어머니인 재벌 사모님과 독대를 했다는 거지.
우리 하정이가 예쁜 얼굴이긴 해도 평범한 우리한테 언제 재벌 사모님께서 친히 부를 용건이 있으려나 싶었는데,
드라마 같은 일이 내 친구한테 일어났다는 말씀 아닌가. 생각보다 권대표와 제 친구의 인연이 그리 가볍지 않아 보여서 궁금한 게 많은 터였다.
이 실장의 말대로라면 당연히 서로 호감을 갖고 잘 만나는 줄 알았는데 그 집에서 나온 둘의 표정이 많이 안 좋았었고 하정은 만나는 사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고 했단다.
그렇다는 건 만나지 말라는 말을 들었거나, 진짜 아무 관계가 아니었거나 그런거라는 건데.
이 실장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일 거라고 했다. 어찌 되었던 그 자초지종을 들음과 동시에 몹시 놀랐을 친구를 위로해주러 온 거였는데.
이게 웬 걸,
때를 맞춰서 요런 새파랗게 어린 남자가 집에 왔다고?
이 실장이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사실은 진짜 권대표하고는 아무 사이가 아니고 진짜로 만나는 사람은 이 애송이가 아닐까 하고.
주방에서 어느새 수저를 챙겨온 서울을 아래 위로 훑으며 정연은 상체를 앞으로 살짝 기울였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생글생글 웃으며 물어오는 그 의도가 조금 부담스러울 법도 한데 서울은 그런 그녀를 보며 같이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스물 여섯이요."
"에?"
정연의 입꼬리가 툭 떨어졌다. 서른 둘인 저들하고 차이가 얼마인지 손가락을 한 두개 접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려 하정에게 눈꼬리를 올렸다. 그런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하정은 같이 눈꼬리를 치켜들었다.
-뭐,
하정이 소리 없이 입으로만 뻥긋 했다.
"와아.."
정연이 입에서 감탄사가 나왔다.
요것 봐라,
한 눈에 딱 봐도 어려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어리잖아? 6살이나 어린 연하잖아?
"그 머리에 이상한 생각을 집어넣지 마라."
하정이 어느새 정연의 생각을 읽었는지 주의를 줬다.
"우리 하정이 집은 원래 이렇게 드나드는 편이에요?"
'우리 하정이' 란 말에 하정의 얼굴이 하얘졌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하지만 정연은 이리 낯간지러운 표현을 안 했던 거 같았다.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정신이 없었던 저번 방문 이후로 처음이죠.
서울은 정직하게 답했다.
"아아~ 두번째구나~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레 초인종을 누르고~"
머리를 세차게 끄덕이는 정연을 보며 하정은 두 눈을 찔끈 감았다가 떴다.
그냥 직장 동료라고 했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정연은 말도 안 되는 추측을 날이 샐 때까지 할 게 뻔했다.
"너 기억 안 나? 내가 아마 너한테 얘기한 적 있을 텐데."
"뭐를?"
서울이가 왔을 때 그 뒤로 바로 술안주를 시킨 배달도 왔던지라 제 안주를 꺼내 들던 정연에게 하정은 두서없는 말을 꺼냈다.
"놀이터에서 위로가 되어주었던 꼬마 아이가 있었다고."
"응?"
정연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도통 제 기억엔 없는 얘기인지 눈을 굴렸다.
"아!"
그러다 뭔가가 떠올랐는지 자기 허벅지를 찰싹 내리치고는 아야!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너무 아프게 내리친 허벅지가 얼얼했다.
"너랑 나중에 만나면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던 그 꼬맹이?!"
"어?"
하정과 서울이가 동시에 시선을 마주했다. 거의 외치 듯이 뱉은 정연의 말에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 하정은 이내 서울에게서 눈을 떼었다.
"내가 그런 말도 했어요?"
[다시 만나면 그땐 누나랑 결혼할 꺼야.]
그 작은 손으로 하정의 등을 쓸어내려주며 속삭였던 서울은 정작 본인이 했던 말이 기억이 안 나는지 입꼬리에 화색이 돌며 여전히 하정에게서 끈끈한 시선을 두었다.
오호~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정연은 내심 즐거웠다.
분명히 어린 남자는 여유롭고 그게 비해 나이만 꽤 먹은 친구는 수줍어한다?
재미있는 조합이다. 
내 친구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나만 연애를 하는 거 같아서 꽤 미안해 지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겠어.
정연은 편의점에서부터 들고 온 캔 맥주 뚜껑을 딱 따며 이들에게 내밀었다.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는 술을 마시면서 듣죠?"
정연이가 배시시 웃었다.
***
"벌써 출근을 하러 가는 거야?"
"네. 이모, 저 이제 괜찮아요."
아침에 퇴원을 하고 그날 밤으로 바로 가게로 출근을 한다는 은서를 우희는 안타까워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라도 더 쉬지 좀."
은서의 하려는 고집은 꺾여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지만 한번 푸념을 했다.
"진짜 괜찮아서 그래요. 집에 있으면 오히려 마음만 답답하고요."
운전 중 스피커로 하는 통화라 은서는 전방을 주시하며 혼자 웃었다.
"권대표는 너 오늘 일하러 나가는 거 알아? 알면 그냥 일하게 놔두지 않을 거 같은데."
괜히 기혁이까지 거들먹거렸다.
"아저씨는 모르죠. 말을 안 했어요. 괜히 걱정 시키고 싶지 않아서."
"걱정을 좀 시켜드려. 넌 그게 문제야. 뭐든지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그 독한 마음. 남자들 가끔은 저한테 기대는 여자를 더 좋아하지 은서 너처럼 곰 같은 스타일 별로 안 좋아한다."
답답함에 하는 잔소리에 은서는 소리 내어 웃었다.
"얘는? 그냥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
전화기 너머 우희가 약간 언성을 높였다.
"네네~ 명심하겠습니다. 이모, 저 다 오고 있으니까 이제 끊어요. 제 걱정은 그만 하고요."
"그래~, 몸 조심하고 좀이라도 안 좋으면 일찍 들어가서 쉬어."
"네에~"
진짜 주차장에 들어서는 것도 있지만 우희의 잔소리를 더 듣고 싶지 않았던 은서는 피식 웃으며 종료 버튼을 눌렀다.
오늘 병원으로 온다는 기혁이한테 오지 말라고 했다. 집에서 쉴 거라고 얘기했지만 정작 홀로 우두커니 집에 앉아 있으려니 가슴이 정말 답답해졌다.
음식 소화가 제대로 안 된 듯 속이 그냥 더부룩했다. 저번 날부터.
정확히는 룸살롱 복도에서 준우와 마주치고 나서 이랬던 거 같다.
스트레스성 위경련.
요즘 신경 쓸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저씨하고 어딘가 모르게 자꾸 어긋나고 있었지만 철없던 시절 동락을 했던 동창들을 만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도 적잖이 받았어서 기분이 좋아지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준우와 딱 거기서 마주쳤으니...
준우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다.
겁을 먹고 떨어져 나간 거겠지.
씁쓸한 표정을 담은 은서는 시동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때였다.
누군가 은서를 갑자기 확 밀치는 바람에 하얀 벽에 크게 부딪히고 말았다.
"아..."
어깨가 으스러질 것같은 통증이 올라왔다. 
"실장님. 오랜만이네?"
핏기가 가신 제법 싸늘한 눈빛을 한 말라 비틀어진 그 면상이 은서의 시야에 들어왔다.
"당신은..."
"뭐야. 내가 누군지 잊은 거야?"
인상을 확 구긴 남자는 은서의 턱을 마구 웅켜잡고 그녀의 머리를 젖혔다.
저를 향한 거친 행동에 은서의 눈꺼풀이 떨리기 시작했다.
"왜..."
"왜라니, 당신 덕분에 내가 직장도 잃고 받아주는 곳 하나 없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 왜라니!"
허연 이를 바드득 갈고 있는 이 사람은 가게에 찾아왔던 태양 일보 김재중 기자였다.
지방에서 자잘하게 정치하는 사람들만 상대를 하다가 서울 중심부로 와서는 여느 때보다 포부가 강했다. 여기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겠노라 하면서.
신입 때처럼 과한 열정을 보이며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자 어느 선배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을 듣고 혹시나 해서 얼마 전부터 권기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살아있을 때부터 내연녀가 있었다는 권기혁의 민낯을 확실히 벗겨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쉽게 제 레이더에 걸릴 줄을 몰랐지만.
이걸로 윗선에 잘 보여 크게 잘될 줄 알았다.
지방에서 하던 그대로 독단적이었지만 다 이해해 주길 바랬다.
권기혁과 독대를 했고 생각보다 담담한 그의 행동에 살짝 겁을 먹긴 했지만 그거에 꺾일 위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권기혁과 만난 다음날 태양 일보로부터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노동부에 신고를 한다고 했더니 오히려 콧방귀를 끼었다. 
[그러니 왜 가만히 있는 사람 건드리고 그러나. 영진 그룹 잘못 건드렸다가 잘려나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네.]
사장의 조소 섞인 말을 던지기 전까지는 몰랐다. 
틀린 얘기도 아니고 본 것 그대로 올린 뉴스 때문에 왜 자신이 이렇게 잘려나가야 하는지.
다른 일보를 알아보았지만 다 퇴짜를 맞았다. 받아 줄 수가 없단다.
하,
고작 이런 년 때문에 자신은 하루 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고작 술집 아가씨 년때문에.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힘이 더 들어갔다. 은서는 고통에 미간을 찡그렸다.
"네 년이 뭐라고!   x 발, 내가 하루 아침에 백수 생활을 해야 하냐고!"
번쩍 들린 손은 위협적이었다. 은서는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찔끈 감았다.
"아악."
은서한테 손찌검을 하려던 김재중의 팔이 순식간에 뒤로 꺾이며 죽는 소리를 냈다.
"은서야, 괜찮아?"
준....우?
자신을 한껏 구석으로 밀쳐넣었던 김재중이 떨어져나가자 스르륵 주저앉았던 은서가 그제야 눈을 천천히 떴다.
"당신 뭔데 은서한테 이러는 거야."
"으윽."
여자한테나 힘을 쓸 정도지 큰 키에 굵은 팔뚝으로 가해진 준우의 힘에 김재중은 종잇장처럼 몸을 팔랑이었다.
"그만해, 준우야."
그러다 팔을 그대로 꺾어버릴 기세였다.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일어난 은서가 준우의 팔을 꼬옥 잡았다. 걱정 가득한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자 준우의 손 힘이 누그러졌다.
"읏."
저를 잡은 팔이 느슨해지자 그 틈을 노리고 김재중은 미꾸라지처럼  쏙 빼고 정신없이 도망쳤다. 
"저 새끼!"
방심한 사이 김재중을 놓친 준우가 그 뒤를 쫓으려고 하자 은서가 더욱 그의 팔을 꽉 잡았다. 돌아서서 그녀를 내려다보니 절레절레 머리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그녀의 촉 내린 눈매를 한참이나 들여다보던 준우의 잇새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
은서가 갑자기 배를 부여잡고 신음을 했다.
"왜 그래?"
어느새 배라도 맞은 걸까, 준우가 바짝 긴장해서 은서를 살폈다.
"위경련이야."
그의 뜻을 알아차린 듯 이마를 찡그린 은서가 답했다. 갑자기 놀랬더니 괜찮았던 위가 또 욱신거렸다. 출근은 글렀다.
"미안한데... 준우야. 내 차까지 가게 도와줘."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비틀 거리는 은서를 잡아주며 준우가  물어왔다.
"아니야. 그냥 집에 가서 쉬면 돼."
"내 차로 가. 바래다 줄게. 이대로 너 못 보내."
욱신거리는 배를 끌어안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은서가 준우를 올려다보았다. 가라앉은 그 눈동자는 쉽게 물러설 기미가 안 보였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은서는 준우가 운전하는 차에 조수석에 앉았다.
한참을 조용히 앉아 가니 욱신거리던 위가 더 이상 그리 아프지 않았다.
"왜 연락 안 했어?"
조용히 운전만 하던 준우가 바깥에만 시선을 둔 은서에게 묻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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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208.♡.170) - 2024/03/14 06:21:24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4 06:21:36

잘 보고 가요 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4 06:21:43

ㅋㅋㅋ

힘나요 (♡.208.♡.170) - 2024/03/14 06:21:49

ㅎㅎㅎ

힘나요 (♡.208.♡.170) - 2024/03/14 06:21:56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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