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전 9

나단비 | 2024.03.14 13:19:44 댓글: 11 조회: 239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3780
화랑전 9
"아닌 것 같은데? 화랑 씨. 아니죠?"
"네. 아니에요. 그렇지만."
"저 친구와 선약이 있다는 것도 아닐 테고 맞죠?"
이연의 엉뚱한 거짓말에 놀라서 정신을 못 차리던 화랑이 뒤늦게 입을 열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그쪽이 뭔데?"
이연의 서늘한 목소리가 그 둘 사이를 가르고 들어왔다.
"그쪽?"
"어. 그쪽이 뭔데 그걸 얘한테 추궁하냐고. 뭣도 아니면서."
"잠시만요."
화랑이 불시에 소리를 질렀다.
"저 이연 선배. 우리 약속 없는 거 맞잖아요."
"아니. 분명 약속했어. 왜그래?"
화랑은 너무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이연의 얼굴을 의아한 마음에 쳐다보았다.
이연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둘의 대치 상태가 잠깐 흐른 뒤 해영이 끼어들었다.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네요. 화랑 씨, 우리 그럼 약속 다시 잡아요."
"아, 네 죄송해요."
"죄송하긴요. 미리 말도 안 하고 갑자기 찾아와서 제가 죄송하죠. 연락 드릴게요."
해영은 괜찮다는 듯 웃어보이고는 뒤돌아섰다. 멀어져가는 해영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화랑이 옆으로 다가선 이연을 발견하고 뒤로 물러섰다.
"저기 선배. 대체 왜 이러세요?"
"왜? 내가 뭘 어쨌다고."
"우리 약속 없는 거 맞잖아요. 왜 거짓말해요?"
"그럼. 오늘 점심, 같이 먹을래? 지금 잡으면 되잖아."
"그게 아니라. 하...."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이연을 보던 화랑이 한숨을 내뱉었다.
"또 남자 친구니 뭐니 하는 소리는 왜 한거예요?"
"우리 오늘부터 1일 할래?"
"네?"
기다렸다는 듯 말을 해오는 이연을 본 화랑은 말문이 턱 막혔다. 이 사람 미친 거 맞지?
한참 아무 말 없던 화랑은 시선을 피했다.
"싫어요."
"그럴 리가."
"무슨 자신감이에요?"
"너도 나 싫지는 않잖아."
픽 헛웃음을 날리며 이연이 대꾸했다. 당황해하던 모습도 잠시 화랑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비가 곧 내릴 것 같네요. 저 학식 먹으러 갈거에요."
"같이 가. 우리."
"아니, 선배는 오지 마세요. 친구랑 밥 먹기로 했거든요."
단호하게 거절한 화랑은 먼저 뛰어갔다.
천천히 뒤따라 발걸음을 내디딘 이연은 조금 전 충동적으로 내뱉은 자기 말을 되새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뭐가 그리 급해서.

하늘을 보니 구름이 좀 있긴 해도 해가 쨍쨍했다. 비가 내릴 것 같진 않았다.
오늘 다시 본 해영은 확실히 뭔가 익숙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대체 어디서 본 거지? 그리고 왜 그 얼굴을 보면 기분이 말도 못하게 더러운지. 설마 질투를? 그럴 리가 없다며 이연은 고개를 저었다. 본 지 얼마 안 되는 여자이기도 하고. 또 전생이기는 해도 자기를 죽인 여자이기도 했다. 자기와는 다르게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에게 전생에 대체 왜 그랬냐며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람이 슬며시 불어왔다.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연은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섰다. 옆구리에 급작스러운 통증이 밀려왔다.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손을 가져다 대던 이연은 통증이 오는 부위가 꿈에서 크게 다친 그 부위라는 걸 떠올렸다. 설마. 이거 우연이 아닌 건가. 보슬보슬 내리는 비를 속수무책으로 맞고 서 있던 그는 겨우 발걸음을 옮겼다.
"야. 너 괜찮아?"
돌아보니 친구 은석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아니. 왜?"
"아니. 보니까 갑자기, 아니다. 같이 점심이나 먹자. 오늘 학식 별로래."
은석은 어딘가 불편해 보이는 이연의 안색을 살피다가 화제를 돌렸다. 오랜 시간 봐온 이연은 자기 이야기를 거의 안 하려 하는 편이었다. 그를 고등학교 때부터 쭉 지켜본 은석은 이연의 가세가 기울었던 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연이 자존심이 강한 타입이라 일부러 모른 척해주었을 뿐이었다.
이연은 애써 주의력을 다른 곳에 돌리며 통증을 잊으려 했다. 다행히 잠시 후 실내에 들어간 이후에는 통증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화랑은 식판에 음식을 담아서 창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뒤이어 서연이 식판을 들고 화랑의 맞은 편에 앉았다.
"갑자기 비가 왜 내리지? 오늘 우산 챙겼어?"
"응. 챙겼어."
화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전에 이연에게 우산을 빌린 이후부터 화랑은 날이 조금만 흐린 것 같아도 접이식 우산을 챙겨서 갖고 다니게 되었다.
"날씨 앱에서는 비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참. 맨날 점심 거르던 애가 웬일로 학식 먹으러 왔어?"
"오늘 좀 시간이 비어서. "
"아. 그래. 화랑, 저번에 만난 그 사람이랑은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별일 없었어."
"아. 왜? 별일 좀 있으면 좋지."
서연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어갔다.
"사실, 그 전주에 이연 선배가 나한테 너에 대해서 물어본 적 있다 했잖아."
"응. 그래서?"
"그다음에도 또 밥을 사줬거든. 내가 살짝 말했어. 네가 그 헌팅당한 사람 만날거란 이야기."
화랑은 그제야 그 자리에 이연이 나타난 맥락을 짚었다.
"아니. 그걸 왜 말해?"
"궁금하잖아. 어떻게 나올지. 내 생각엔 이연 선배가 너한테 관심 있는 것 같았거든."
"관심이라고? 아닐 거야."
서연은 답답하다는 듯 화랑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 어떡하지? 관심 없으면 왜 궁금하겠어."
"아까. 좀 이상한 일이 있긴 했어."
"뭐? 뭔데?"
심드렁해 보이던 서연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 빛났다.
자초지종을 들은 서연은 피식 웃으며 결론을 냈다.
"아니긴 뭐 아니야. 그것보단 네 생각은 어떤데?"
"내 생각?"
물잔을 들어 마시고 내려놓은 화랑의 시선이 의미 없이 주변을 쓱 훑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어."
"모르겠다고? 나 같으면 감사합니다 하고 만날 텐데. 이연 선배 정도면 괜찮지 않아?"
"아니. 그렇긴 한데. 타이밍이 좀 이상하잖아. 알게 된 지 얼마 안되기도 했고, 또......."
"응. 몰라. 안 들려."
서연은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만나봐야 알 거 아니야. 기회가 생겼을 때 잡아. 지화랑. 너 이러다 진짜 모솔로 늙어 죽을 수도 있어."
"그건......."
화랑은 뭐라 답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정말 기회가 온 걸까. 이상하리만치 그동안 연애운이 없긴 했다. 집에서 지낼 때는 엄격한 통금 시간 때문인가 싶기도 했고, 공부에 너무 몰두했던 탓인가 싶기도 했다. 전교 1등 하면서도 연애를 곧잘 하는 친구를 보면 딱히 그 이유로 보기도 애매했다. 대학에 가면 이뻐지고 연애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선생님의 장난 섞인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보낸 지난 1년을 돌이켜보니 전혀 그런 기미기 보이지 않았었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우리 화랑이 어디가 빠져서 그동안 연애를 못 한 거지? 얼굴도 이쁘고 또......."
서연이 묘한 웃음을 흘리면서 뒷말을 생략했다.
"야. 너 진짜 조용히 안 해?"
화랑이 주위를 두리번거리고는 서연에게 주의를 줬다.
"그러니깐 기회가 왔을 때 경험해 보라고. 이연 선배도 좋고, 그 해영이란 사람도 좋고. 잘 모르겠으면 둘 다 만나보던가."
"뭘 둘 다 만나봐. 말도 안 되는 소리."
"뭐 어때. 사귀라고 한 것도 아니고 만나만 보라는 건데."
아무렇지 않게 말한 서연이 한숨 섞인 말을 덧붙였다.
"아. 부럽다. 나는 왜 좋다는 사람이 안 생기지?"
"서연이 너는 고백해도 다 찼잖아."
"아. 맞다. 그랬었지. 근데 다 내 스타일이 아니었어."
서연은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너는 두 사람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네 스타일이야?"
"굳이 따지자면......."
화랑은 답을 말하려다 머뭇거렸다.
"아. 뭔데. 답답하네. 이 아가씨가."
"이연 선배가 좀 더 괜찮긴 해. 외적으로는."
화랑은 머릿속에서 두 사람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보다가 내키지 않은 대로 답을 했다. 뭔가 좀 수상하게 굴긴 해도 이연은 확실히 그녀의 외적 이상형에 가까웠다.
"그럼, 답 나왔네. 감사합니다 하고 만나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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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나요 (♡.50.♡.250) - 2024/03/19 05:49:53

잘 보고 갑니다 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05

잘 보고 갑니다 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13

잘 보고 가요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24

잘 보고 가요 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37

잘 보고 가요 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42

ㅎ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50

ㅎㅎ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0:56

ㅋㅋㅋ

힘나요 (♡.50.♡.250) - 2024/03/19 05:51:02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4/04/12 01:23:41

외적이상형에 가까워도 그속은 모르니까 지내바야 알죠.과연 어떤반전이
잇을란지.전생의 웬수가 연인으로 될수잇을까.

나단비 (♡.62.♡.158) - 2024/04/12 06:29:59

네. 사람 속 알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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