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6회)

죽으나사나 | 2024.01.12 07:53:20 댓글: 0 조회: 220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39662
내 여자친구가 살해되었다. (6회) 다시 혜주의 몸으로.
어떻게 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돌아가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긴 한 걸까.
난 왜 돌아갔을까.
아직도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면회가 끝나고 쉬는 타임이라 재소자 모두가 밖에서 각자 쉬고 있었다.
한숨을 길게 쉬며 또 시선이 자연스레 어제 그 자리에서 아부 떠는 아우들이랑 어우러져 뭔 소리를 지껄이고 있는지 모를 덩치랑 눈이 마주쳤다.
[저놈 저래 봬도 아끼는 여동생이 하나 있는데 며칠 뒤에 결혼이라네?]
어제 중년의 말이 떠올라서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 그게 방법이 아닐 수도 있어. 맞았다고 과거로 가는 게 어디 있어. 내가 찍었던 타임슬립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뭔가 계기는 있긴 하지만 얻어터져서 가는 건 못 봤잖아. 
아닐 거야.
이때 반대편에서 어떤 재소자가 눈에 독기가 가득 한 채 벤치에 앉아 있는 재소자들한테 터벅터벅 걸어가는 게 보인 주혁이. 햇살에 비친 반짝이는 뭔가에 눈살을 찌푸렸다가 다시 떴다.
빠른 걸음으로 가는 재소자의 손에는 뭔가 반짝이는 물건이 쥐어져있었다.
뭐지? 
주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흉기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칼이 아니면 가위 같은 흉기!
근데 이 안에 왜 이런 게 쉽게 나돌아 다녀? 그리고 저놈은 어디로 가는 거야??
걸어가는 위치나 눈길을 봐서는 덩치한테로 간다. 
뭐야, 어어?
흉기를 든 재소자가 덩치랑 가까워지고 있는데 그들은 아직 눈치를 못 챈 채 낄낄대고 있었다.
에라이 씨x . 모르겠다.
"조심해!!! 덩치야!!!!"
무슨 정신으로 미친 듯이 뛰어갔는지 모른다. 혜주가 내 앞에서 이렇게 변을 당하는 거라면 더 빨리 갈 수 있었을까. 
"윽.."
"뭐, 뭐야!!"
"아 씨x."
미친 듯이 뛰어가 흉기로 찌르려는 덩치를 밀어내고 대신 찔린 건 주혁이었다. 주혁은 찔린 부위가 고통스러워 벤치에 주저앉았고 덩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도망치는 흉기 든 재소자랑 주혁을 엇갈아보더니 주먹을 꽉 쥐고는 벌떡 일어났다.
"윽!!"
너무 화가 난 탓일까, 일어서면서 옆에서 아파 허우적대고 있던 주혁의 얼굴을 실수로 팔꿈치로 들이박고 말았다.
둔기 같은 그의 팔꿈치에 얻어맞은 주혁은 앞이 노래졌다. 뜨거운 액체가 깊은 콧속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듯했다.
"아, 씨x .칼에 찔린 것보다 더 아프네. 개새...."
주혁은 흉기에 찔린 쇼크인지, 팔꿈치에 맞은 충격인지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
"저기요, 이렇게 사람을 불러놓고 아무 말도 안 할 거예요?"
잔잔한 음악소리와 함께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왔다.
눈을 감고 있던 주혁은 흉기에 찔렸던 배랑 코가 생각나 눈을 번쩍 뜨고는 한 손으로는 배, 다른 한 손으로는 코를 쥐어잡았다.
어?
여긴... 어디야??
그의 눈동자가 커지고 주위를 둘러보니 교도소는 절대 아니었다. 앞에는 긴 머리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웬 예쁜 여자가 앉아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여기에??
천천히 꼭 잡은 배랑 코에서 손을 뗐다.
작다. 내 손이 아니다.
창가에 앉아 있다는 걸 느낀 주혁은 고개를 조심스럽게 창가 쪽으로 돌렸다.
헉...
맞다. 혜주의 몸으로 들어왔다.
와! 이제 보니 진짜 그 덩치한테 맞고 쓰러지면 과거로 오네?
근데 왜 꼭 맞아야 돼?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tv에서는 그냥 쓩하고 오더니 나는 왜 꼭 맞아야만 오냐고!!!
속으로 백번 천 번 소리지르고 있는데 앞에서 혜주를 노려보던 여자가 참다못해 또 입을 열었다.
"그니까 당신이 뭔데 나보고 주혁 선배의 옆에서 알짱거리지 말아라 그런 말을 하냐 그거예요. 네??"
응? 예쁜 여자의 말에 혜주는 그제야 앞에 앉아있는 그 여자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누구...
내가 아는 얼굴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멀뚱멀뚱 쳐다보는 혜주를 보며 여자는 더 건방지게 다리를 꼬면서 비아냥거렸다.
"주혁 선배도 나를 좋아하고 있거든요? 그쪽은 뭐 선배를 짝사랑하는 여자인가 본데 나한테 이런 정성을 들일 시간에 자기 계발이나 좀 하죠? 얼굴이 반반해서 뭐 하나. 치장 하나 안하고 촌뜨기 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뭐, 뭐라고? 이 년이? 아, 말실수. 나 여자는 욕 안 하지. 그 여자만 빼고.
근데 우리 혜주를 촌뜨기라니. 이 미친...
혜주의 얼굴은 확 구겨지면서 오만한 여자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주혁이가 너를 좋아한다고?"
픽하고 코웃음을 날린 혜주는 앞에 있는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예의란 하나도 없는 표정으로.
"어쩌니? 그쪽은 우리 주혁이가 좋아하는 스타일에 '스' 자도 없는데?"
"뭐??"
무안을 제대로 주는 혜주한테 발끈한 여자가 홱 소리를 질러댔다.
"너 이름이 뭐니?"
들어나 보자. 왜 그렇게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니는지.
"나? 이름은 알 필요 없고. 곧 데뷔할 연습생."
응? 연습생??
또 한 번 콧방귀를 뀌었다.
"연습생이 주혁이랑 가당키나 해? 무슨 자신감인데??"
"그, 그러는 당신은 뭔데 우리 주혁이 우리 주혁이 하면서 말하는 건데요!!"
아, 내가 그랬었나?
"그거야..."
"그거야?"
오만하던 여자가 혜주의 대답이 많이 궁금한지 꼬던 다리를 내리고는 몸을 앞으로 기울었다.
피식 웃던 혜주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남주혁은 나 김혜주 꺼야."
그러고는 자리를 벅차고 일어나서는 그 자리에 뻥져있는 여자를 날선 눈빛으로 보며 마지막 충고를 잊지 않았다.
"같은 소속사 연습생인 거 같은데 그렇게 남이 사는 집 앞까지 와서 알짱거리지 마. 그러다 데뷔는커녕 연습생만 하다가  네 앞길이  아작나버릴지 모르니까."

생각났다. 저 얼굴. 강남 오피스텔 근처에서 맨날 수상하게 배회하던 그 여자다. 
분해서 치를 떠는 여자를 뒤로하고 혜주는 통쾌한 비웃음을 날리며 커피숍을 나왔다.
통쾌하기는 했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고 다니는 걸 알면 혜주가 식겁하겠지?

[남주혁은 나 김혜주 꺼야.]
남한테 들킬 가봐 노심초사하던 그녀인데...
근데 그러고 보니 혜주가 나 몰래 이런 일도 처리해 주고 있었나? 이런 얘기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그건 그렇고 보자. 
지금 일단 과거는 다시 왔고 오늘이 며칠이지?
주혁은 주머니 속을 뒤져서 휴대폰을 찾아서 화면을 켜보니 <6월 10일>. 한 달이 지났다.
현실에서는 하룻밤만 지났는데 여기는 벌써 5월에서 6월이 되어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이냐... 시간이 없다는 소리다. 혜주가 사망한 건 10월 8일. 지금부터 4개월 뒤다.
마음이 조급해진 주혁은 요즘 그녀가 누구랑 뭘 하고 다니는지 궁금해서 최근 통화 기록을 열어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메시지도 텅텅 비어있고 카x 대화 기록을 다 지운 상태였다.
깔끔한 성격의 혜주는 이런 기록들이 남는 걸 원래도 싫어했었다. 근데 그게 이렇게 내 발목을 잡을 줄이야.
그럼, 현재의 남주혁한테 전화를 해보자.
"뚜루루루루..."
신호만 가지 전화를 도통 안 받는다. 촬영 중인가 보다.
기운이 빠진 혜주는 다시 주소록을 훑어보았다. 
너무 단출하다. 나. 가족. 친척 몇 명이랑  심건희? 
하.. 이 여자는 왜 저장을 해 갖고,
혜주는 심건희의 번호를 확 지우려다가 최반장의 했던 말이 생각나 일단 놔두기로 했다.
[​심건희가 연락이 안 됩니다. 참고인 조사를 하던지, 피의자로 조사를 하든지 해야 하는데 그 사람이 깜쪽같이 사라졌다고요. 이상하지 않습니까?]
알아봐야 할 게 있다. 그 여자한테.​​
​ 민수. 아,  친구 민서도 있다. 그리고 가끔 영어 과외를 해주느라 남겨둔 학생들의 번호 몇 개. 그리고는 저장된 게 없는 혜주의 주소록...
얘는 도대체 뭘 하고 살았던 걸까. 그리고 나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게 도대체 몇 개나 있을까, 남을 탓할게 아니라 바로 옆에 있었던 내가 제일 문제였네!!
주혁이랑 통화는 안 되니 일단 민수한테 문자를 해야겠다. 
민수…

그러고 보니 내가 교도소에 갇혀있는 동안 지는 사직서를 내고 사라졌다지?  의리 참 더럽게 없는 자식이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지 월급을 따박따박 남들보다 더 얹어주던 사람인데 조사를 받는다고 하루아침에 나를 버려? 고등학교 동창에 친구이기까지 한데?

더군다나 혜주를 보던 그 뜨끈한 눈빛도 직접 보았네. 

민수의 행동을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혜주의  일그러졌던 표정이 축 내려앉아 굳어버린다.

아니면…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혜주는 무거운 마음을 누르며 민수한테 문자를 보냈다. 주혁이랑 어디에 있냐고. 문자는 금방 왔고 촬영 때문에 지방에 멀리 나와있단다. 

어쩔 수 없네.  일단은 그럼 심건희 그 여자를 만나야겠네.
"왜 전화했어?"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짜증이 섞인 목소리.
난들 전화하고 싶어서 했겠냐고.
"만나죠, 우리."
"싫은데?"
"돈을 그냥 받고 싶다면 만나는 게 좋을 텐데?"
그 여자의 정곡을 찔렀다.
잠시 후, 혜주네 오피스텔 1층 커피숍.
또 나를 기다리게 한다. 만나자고 한지가 언젠데.
혜주는 약속 시간이 훌쩍 넘어간 휴대폰에 찍힌 시간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또각또각."
저번처럼 익숙한 힐 소리가 들리더니 고개를 들어서 확인할 때는 이미 혜주의 앞에 다리를 꼬고 앉은 심건희었다.
"왜 만나자고 했는데, 돈은 저번에 받았잖아. 더 주려고?"
의자를 뒤로 젖힌 채 시큰둥해서 말을 하는 심건희.
혜주가 그 여자랑 눈이 마주치면서 보니 저번에 코 필러를 맞은 건지 부자연스러웠는데 이제 자리를 잡은 듯 부기가 많이 내린 모습이다.
그러고 보니 선글라스도 없네. 오늘은.
부르긴 했는데 사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물어보기는 이상하다.
"약속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저번도 그렇고 항상 이 모양입니까?"
"저번에? 저번에 언제."
아, 저번이라고 하기엔 한 달이 지났지.
"그건 됐고, 혜주, 아니. 나한테서 왜 돈을 받아 가는 겁니까? 그게 언제부터 고."
얘 뭐지? 기억이 상실이라도 된 것처럼 묻는 이 질문은?
건희는 앞에 조금 낯설어진 혜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언제부터 줬던지 기억이 안 나서 그래요."
건희의 이상한 눈초리를 느낀 혜주가 막 둘러댔다.
올렸던 다리를 바꿔서 꼬고 앉은 건희는 시답지 않은 소리에 심드렁해서 대답을 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내가 너희 둘이 주혁의 오피스텔에서 나오는 걸 보고 사람 붙여서 안 거잖아."
"언제?"
"그게 언제더라? 작년 여름쯤인 거 같은데? 근데 이런 질문은 왜 하는 거야?"
나랑 연락을 끊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때부터 그럼 쭉 혜주한테서 용돈을 받았다는 거네. 하...
한숨이 나왔다. 나한테 말도 못 하고 혜주가  이런 여자를 상대하느라 힘 들었겠네.
"나를 협박했겠네? 주혁이랑 만나는 거 퍼뜨리겠다고."
이 여자를 떠봐야 한다. 어떤 반응들이 나오는지 작은 문제점이라도 찾아야 한다.
"야, 너 어디 아프냐? 어디서 짜증 나는 소리만 해대고 있어! 나 바쁜 사람이야. 울 자기 요즘 데뷔한다고 바쁘니까 이런 쓸데없는 일로 전화하지 마. 짜증 나려고 하니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건희는 일어서서 가려고 하다가 돌아서서 혜주를 꼬나보면서 말을 했다.
"그리고, 이 돈은 네가 나한테 준다고 했잖아. 이제 와서 왜? 주기 싫어졌냐? 저번달도 말도 없이 늦게 넣더니만. 너 자꾸 수작 부리면 나 주혁이한테 다시 찾아갈 꺼야. 너랑 한 약속 깬다고."
​ 말을 끝내고 화난 얼굴을 하고 사라지는 건희다.
생각지 않은 건희의 말에 멍을 때리느라 가는 그 여자를 잡아 더 묻지를 못했다.
이게 뭔 소리지? 돈을 달라고 협박한 게 아니고 혜주가 저절로 준다고 해서 주는 거라고?
저번에 근데 왜 그리 지 x 을 한 거야? 돈을 안 넣었다고? 
아 씨... 뭐야 진짜.
뭐가 뭔지 몰라 머리가 복잡한 혜주는 자기 머리를 막 쑤시면서 헝클어버렸다.
머리를 쓰는 건 내 과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건 혜주가 하는 일인데...
집에 돌아온 혜주는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고 간단히 샤워를 하기로 했다.
훌러덩 다 벗고 들어서 샤워기 앞에 선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빤히 쳐다본다.
분명히 아까까지 머리가 복잡해서 지끈거렸는데 말끔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오호~ 김혜주! "
허리에 손을 올리고 오른쪽 왼쪽 돌려가며 자기 몸매를 확인하는 혜주, 아니 주혁이었다.
저번에 백화점에서 입었던 옷들이 그래서 그렇게 섹시했던 거구나. 
"햐아~"
빵빵한 엉덩이를 만지작만지막 하다가 배꼽 위로 올라가서  또 주물럭주물럭,
누가 볼 사람은 없지만 누가 봤으면 진짜 미친 여자라고 할만한 장면이다.
김혜주. 평소에 그렇게 밝은 데서 전라를 안 보여주더니 이렇게 볼 기회가 있구나. 참 애석하게도 내가 네 몸에 들어와서 문제지.
고등학교 2학년, 18살 그때부터 이어온 만남. 공부를 잘하는 혜주랑 사실 엮일 일이 없는 주혁이었다.
쭉 같은 반이었지만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제일 앞자리에 앉은 혜주랑 제일 뒷줄에 앉은 주혁은 서로 접전이 없었다. 2학년 때 담임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둘을 같이 앉히지만 않았다면. 이런 인연은 없었을 수도 있었다.
수업 시간에 잠만 자던 주혁을 흔들어 깨우면서 같이 수업 듣자고 한 혜주가 그때는 이상한 여자로 보였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지만 할 것이지 왜 자고 있는 나까지 건드리는지.
나한테 손수 펜까지 쥐어주며 문제를 푸라고 하기도 하고, 공식을 외우라고 하기도 했다.
처음엔 많이 귀찮았다. 항상 생계유지에 바쁜 아빠는 나의 학업까지 관여하기엔 시간이 없어서 누군가가 내가 수업을 듣는지 마는지 궁금해하는 건 처음이었다.
혜주한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때 비슷 무리하게 난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거 같다.
혜주의 그 동그란 눈이 반짝이면서 빛이 났었다.
[와아~ 어디에도 관심이 없어 보이던 주혁이 네가 사실은 연예인을 하고 싶어 했구나! 대단한데?]
남들은 내가 연예인을 할 거라면 비웃기 바빴는데 이미 연예인 데뷔라도 한 것처럼 나한테 감탄하는 그녀가 웃겼다.
내 생각보다 훨씬 혜주가 재미있을 거 같았다.
썩 나중에 알았는데 자기는 마땅히 꿈이 없단다. 공부는 어른들이 해야 한다고 해서 하지만 한 번도 재미가 있은 적이  없었단다. 그래서 꿈이란 게 있는 내가 진짜로 멋있어 보였단다. 
훗...
그 생각을 하니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는 주혁이다.
그렇게 혜주는 한 번도 내 기를 죽인 적이 없다. 아니, 쳐 올리기 바빴지 나를 내리 까는 인간들을 모조리 그 좋은 머리로 뭉개버렸다.
[주혁아, 나 너 좋아해.]
고백도 혜주가 먼저 했다. 남자인 나보다 항상 혜주가 나를 리드해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 그녀도 하나쯤은 약점이 있다.
그게 바로... 10년 넘게 이어 온 나와의 밀접한 접촉을 어려워할 때가 있다. 아직도 부끄러워한다.
뭐,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아니겠지?)  다른 데서는 자신감이  넘치고 당당한 여자인데 밤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거다.
그런 특이한 점 때문에 더욱 혜주한테서 맘을 떼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 있을 거다.
그래서 한 번도 그녀의 전라도 구경을 못해보고... 그냥, 음...
뭐, 그렇다. 대충...
따뜻한 샤워를 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잠깐 들린 거 같았다.
간단히 말리고 가운만 챙겨서 입고 나온 혜주의 눈앞엔 주혁이가  히쭉  웃으면서 쳐다보고 있었다.
"배고파, 우리 오랜만에 나가서 먹을까?"
어느새 주혁이가 혜주의 앞으로 성큼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자연스레 감쌌다.
혜주는 자신에 비해  거대한 몸집의 주혁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봐도 난 잘생겼네. 스케줄이 항상 많아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저 얼굴은 왜 저리 삭지도 않는지, 햐~.. 난 예술...
혼자 자기한테 푹 빠져 있을 때쯤, 자신이 감상하고 있던 주혁이가 갓 샤워하고 나온 혜주한테 킁킁 냄새를 맡더니  얼굴이 점점 다가오는 걸 뒤늦게 느껴졌다.
"퍽!"
"아아!"
하마터면 큰일이 날뻔했다. 내가 그래도 속도 하나는 빠르니 그 얼굴을 손바닥으로 쳐낼 시간이 있었지.​
"야, 김혜주!  너 이제 뽀뽀도 말하고 해야  되냐?"
갑작스레 혜주의 손바닥에 거의 귀싸대기를 맞듯이 처맞은 주혁이가 억울해서 소리를 질렀다.
아... 아파서 눈가에 이슬도 맺힌 듯하다.
"아, 미안."
내가 나랑 입을 맞출 수는 없잖니. 또 토할 수 있어. 나.
혜주의 속을 모르는 주혁은 심드렁해서 소파 쪽으로 가서 피곤한 몸을 기댔다.
"그냥 배달이나 시키자. 그냥 말해봤어. 나가서 먹자는 말은. 네가 싫어하는 거 아니까."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주혁의 말을 들은 혜주는 왠지 마음이 이상해졌다.
뭐야, 분명히 혜주를 생각해서 하는 말은 맞는데 왜 듣는 사람의  마음이 이상하지?
내가 뱉을 때는 몰랐는데 들으니 꼭 왠지...

혜주가 원해서가 아니고 네가 나가기 싫은 거 같다.

추천 (2) 선물 (0명)
IP: ♡.214.♡.18
22,943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039
죽으나사나
2024-02-05
3
563
나단비
2024-02-05
2
327
죽으나사나
2024-02-04
3
855
여삿갓
2024-02-04
3
601
죽으나사나
2024-02-02
0
473
죽으나사나
2024-02-01
2
331
죽으나사나
2024-02-01
1
154
죽으나사나
2024-01-31
1
171
죽으나사나
2024-01-30
1
182
죽으나사나
2024-01-30
1
152
죽으나사나
2024-01-29
1
173
죽으나사나
2024-01-29
1
179
죽으나사나
2024-01-28
1
171
여삿갓
2024-01-28
3
527
죽으나사나
2024-01-28
1
160
죽으나사나
2024-01-27
1
159
원모얼
2024-01-27
8
975
죽으나사나
2024-01-27
2
156
죽으나사나
2024-01-26
2
180
원모얼
2024-01-26
5
720
죽으나사나
2024-01-26
1
126
죽으나사나
2024-01-25
1
150
죽으나사나
2024-01-25
1
165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4
죽으나사나
2024-01-24
2
161
원모얼
2024-01-23
3
338
죽으나사나
2024-01-23
1
139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