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속에 내가 산다면 23~24

단차 | 2023.11.20 06:14:34 댓글: 2 조회: 276 추천: 1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19167
23. 관성의 법칙


지민은 공원 바로 옆 테이크아웃 카페로 걸어갔다.

"저기, 이거 버려줄 수 있어요?"
"네. 손님, 여기로 주세요."

지민은 직원에게 얼음만 남은 테이크아웃 컵을 건네주었다. 얼음이 서로 부딛 히면서 달그락 소리가 났다.

서연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거로 생각하고 온건 아녔다. 마음속에서 꺼내기라도 하면 좀 더 가벼워질 것 같았다. 이왕이면 세게 차여서 감정이 정리가 되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여기고 온 것이었다.

이런 추억 하나쯤 갖고 떠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되었다. 툭 털어내고 나면 미련이 사라질 거로 생각했지만, 정작 실행하고 나니 생각했던 만큼 홀가분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내일이 마지막 출근이고 라이브 바 일도 정리하면 떠날 준비는 거의 다 된 셈이었다. 유일한 걱정이라면 그의 반려 고양이 바니었다. 고양이 호텔에 맡기려니 낯선 환경을 가리는 바니 때문에 망설여졌다.

이런 부탁 편하게 할 지인 한 명 없다는 거에 회의를 느끼며 그는 근처 카페 거리를 걸어갔다.

카페에서 나오던 한 남자가 그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오는 지민을 발견하고는 멈칫하더니 그의 앞으로 걸어갔다.

"지민이 형? 여기서 다 만나네. 오랜만이야."

지민은 자기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그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차해민?"

불과 며칠 사이에 그의 헤어스타일은 확 달라져 있었다. 그저께 서점에서 볼 때까지만 해도 어깨선까지 기른 갈색의 중단발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는 노랗게 탈색하고 반묶음까지 하고 나타났다.

안 그래도 지민과는 닮은 듯 조금 결이 다른 선이 얇은 미형의 얼굴과 긴 헤어스타일 때문에 종종 의혹의 눈길을 받던 차에 한층 더 오해를 사기 쉬운 모습으로 진화해버렸다.

지민은 그의 스타일이 전체적으로 과하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지만, 딱히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래, 오랜만이네. 너 여기는 어쩐 일이야?"
"몇 달 전에 이사 왔어, 집도 바로 옆이야. 형은 어디서 지내?"

"나 상수역 근처 살아."
"아, 여기서 멀지는 않네. 참. 형, 물어볼 게 있는데 혹시 이번 휴가 때는 본가에 갈 거야?"

"그건 왜?"

해민을 보는 지민의 얼굴에는 얼핏 냉소가 스쳐 갔다.

"가게 되면 같이 내려갈까 해서, 아버지가 내심 형 오기를 기다리시는 것 같더라고."
"아, 그래. 그런데 너 혼자 내려가야겠다. 나는 다른 할 일이 좀 남아서."

미적지근한 지민의 태도에 해민은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꽤 직선적이었다.

"형, 혹시 아직도 우리 엄마가 불편한 거야?"
"아니야, 그런거."

해민은 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핸드폰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그럼, 연락처라도 좀 알려줄 수 있어? 번호가 바뀌었던데."
"그래, 일 있으면 연락해."

"알겠어. 형, 만나서 반가웠어. 연락할게. "
"어, 들어가."

해민은 멀어져가는 지민을 보면서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살짝 젓고는 카페 옆의 흡연 구역으로 슬렁슬렁 걸어갔다.


밤은 깊어져 가고 잠들지 않는 가로등 불빛이 동네를 고요하게 비추고 있었다. 

서연은 암막 커튼까지 꼼꼼히 치고 누웠지만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뒤척이던 그녀는 급기야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아, 내가 대체 왜 그랬지?"

분노가 가라앉고 나서 뒤늦게 찾아온 수치감에 머리카락을 쥐어뜯던 서연이 한숨을 길게 내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 사람은 또 갑자기 왜 그런 거지?"

그녀는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가 숨이 막혀서 얼마 안 가서 얼굴을 빼꼼 내밀고 숨을 뱉었다.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어, 어쩐지 뭔가 불안하다 했더니.'

꼬리를 무는 생각에 서연은 핸드폰을 들어 백색소음 영상을 찾아서 틀었다.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소리에 어느새 느릿하게 생각들이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컴퓨터 데이터 정리를 끝낸 지민이 자리를 정리하고 있었다. 비어가는 자리를 보니 5년 일한 직장을 떠나는 게 실감이 나면서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미래에 대한 불안, 기대가 교차했다. 

어쩌면 후회할지도 모를 선택이었지만 이미 결정한 뒤였다. 관성에 밀려 나아갈 수밖에 없는 지금이었다.

“좋겠다, 탈출해서?”

문득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회사 동기이자 오랜 친구인 승우였다. 

“탈출은 무슨, 내일부터 무직자가 되는 건데.”
“그래, 내 꿈이지. 그 용기가 부럽다, 부러워.”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물품 박스를 접기 시작했다. 

“부러우면 너도 퇴사하던가.”
“야, 퇴사 아무나 하냐? 나 빚 갚아야 해, 어째 빚이 줄지를 않아.”

잠깐 답답한 표정을 짓던 승우는 금세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었다.

“아무튼 끝나고 연락할게, 우리끼리 술 한잔하자?”
“그래, 이따가 보자.”



둘은 호프집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앉았다. 가게 안은 여느 때와 다르게 손님이 적은 편이었다.

주문한 메뉴가 생각보다 빠르게 나왔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어? 다들 오늘부터 연차 쓰고 해외여행이라도 갔나?”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솔직히 말해봐. 너 로또 당첨 그런 거 아니야?”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피식 웃으며 답하는 지민을 보던 승우는 잠시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

“아니면, 너 지금 사는 집 자가야?”
“그럴 리가,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지민이 나지막이 웃고는 맥주잔을 들었다.

“아무리 봐도 뭔가 수상한데? 뭔가 느낌이 전과는 달라.”
“뭐가 다른데?”

“그런 게 있어. 너 지금 얼굴이 되게 묘해. 너 혹시 연애하냐?”

열심히 추리를 하던 승우의 말에 술을 마시던 지민이 괜히 헛기침 하더니 잔을 내려놓았다.

“야, 연애는 무슨, 다 틀렸어.”
“왜? 그 여자가 너 싫대?”

“그런 거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 아니야, 너는 내가 딱 봐도 알지. 어쩌냐? 차지민 인기 다 죽었는데?”

“……인기? 그런 거 사회생활 시작하면 다 부질없어. 현실 앞에서는 다 공평해지니까.”

순식간에 잔을 다 비운 지민이 담담히 말을 받았다.


“그거는, 뭐 됐고, 아무튼 네 이야기나 좀 해봐. 오늘만 특별히 들어 줄게. 이런 기회 또 없다?”
“얘기하면, 뭐가 달라져?”

“혹시 모르지? 그래도 내가 너보다는 선배잖아. 장기 연애,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거든.”

살짝 으스대며 말하는 승우를 보던 지민이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재미없으니까 다른 이야기 하자.”

지민은 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다시 가라앉혔다. 어떤 말은 밖으로 꺼내면 오히려 더 불분명해질 때가 있었다.




24. 너도 나와 같을까?


기차 창문 밖으로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었다. 넓게 펼쳐지는 논밭 위의 마시멜로가 보이기 시작했지만, 서연은 가끔 눈을 깜빡이는 게 다였다. 도착 안내 방송이 들려오고 나서야 서연의 귀에 덜컹거리는 기차 소리가 들려왔다.

기차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가 그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서연을 계단으로 이끌었다. 

‘이 계단은 볼 때마다 너무하네.’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사람들이 의식된 서연은 어쩔 수 없이 힘껏 계단을 올랐다. 1번 출구로 나온 그녀의 발걸음이 익숙한 단 향이 나는 호두과자 가게 앞에서 멈췄다.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유혹이었다. 이상하게도 떠나고 난 뒤 더 생각이 나는 향기였다.

“엄마, 이쁜 딸 왔어.”
“우리 딸 왔어? 그런데 그건 왜 산 거야? 사줄 때는 잘 먹지도 않더니.” 

주방에서 나온 서연의 엄마 은주가 의아한 눈빛으로 서연의 손에 들린 호두과자 박스를 받아서 들었다.

“그러게? 요즘 가끔 생각이 나더라고, 물론 내가 사는 동네에도 있긴 한데 이 맛이랑은 다른 거 있지?”
“그래, 다르지. 생각보다 빨리 왔네. 씻고 좀 쉬어.”

“엄마, 뭐 맛있는 거 있어?”
“배고파? 사과라도 먹을래? 빨갛게 이쁜 사과야.”

“아니야, 엄마. 그냥 해본 말이었어.”

냉장고를 열어보던 서연이 화들짝 놀라며 냉장고 문을 닫았다.

“엄마, 나 좀 졸리는데.”
“그래, 오느라 피곤했을 텐데 좀 자고 있어.”

씻고 나온 서연은 나른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서 누웠다. 포근한 이불의 감촉을 느끼던 서연의 두 눈이 느릿하게 감겼다.



어느새 어두워진 방안에서 눈을 뜬 서연이 주방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엄마, 이게 다 뭐야? 설마 엄마가 만들었어?”
“내가 왜? 마트에서 사 온 거야. 여기 잡채가 맛있더라고.”

“아, 맞다, 그럴 리가 없지. 역시 우리 엄마야.”
“잡채는 손이 많이 가잖아. 사 먹는 게 편해.”

한 입 먹어보던 서연은 피식 웃었다.

“엄마, 그런데 이번에 하루 더 쉬면 안 돼?”
“이미 교대 시간 다 정해졌어. 그래도 3일 쉬면 많이 쉬는 거야.”

은주는 덤덤히 대꾸하며 반찬 그릇을 서연의 앞으로 밀어 놓았다.

“당연히 엄마도 빨간 날 쉬는 줄 알고 바닷가 호텔 예약 다 해놨는데.”
“너 혼자 가도 되잖아. 그리고 나는 바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는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아.”

“엄마도 참, 그때와 지금이 어디 같아? 올해의 바다는 또 다르지.”
“그래, 다르겠지. 뭐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가 그럼.”

한참 뒤, 서연은 젓가락질하다 말고 내려놓았다.

“으, 입맛이 없어. 왜 이러지?”
“거의 다 먹고 무슨 입맛이 없다니? 알았어, 가서 티비나 봐.”

“아니야, 이렇게 엄마 얼굴 보고 있으면 되지.”

은주가 그런 서연을 보면서 갸웃했다.

“얘가 안 하던 짓을 하네. 참, 서연아, 너 맞선 볼래?”
“에? 갑자기 무슨 맞선? 싫어.”

“왜 싫은데? 들어나 보고 싫다고 하든가. 너 결혼 안 할 거야?”
“엄마, 나 갑자기 티비 보고 싶어졌어. 이따가 얘기해.”

서연이 슬쩍 일어나서 의자를 밀어 넣고 티비 앞으로 가서 털썩 앉았다.

돌리는 채널마다 추석 특집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최애 아이돌이 나오는 채널에서 멈추긴 했지만, 서연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리를 마친 은주가 서연의 옆에 와서 앉았다.

“저기, 네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네.”
“엄마,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흠칫 놀란 서연이 은주의 눈치를 살폈다.

“다 알지, 왜 몰라. 저렇게 생긴 사위가 인사를 왔으면 좋겠네.”
“엄마, 그런 일은 없어.”

단호하게 답한 서연이 나도 양심이 있다며 나직이 덧붙이고는 고개를 저었다.

“왜? 혹시 모르지, 저렇게 생긴 왕자님이 우리 딸 앞에 딱 나타날지.”
“엄마, 엄마는 그냥 잘생기면 바로 허락할 거야?”

“물론이지. 아, 아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너에게 잘해주면 더 좋지.”
“엄마, 그렇게 다 좋은 사람이 왜 나를 좋다고 하겠어? 엄마 딸 그 정도 아니야.”

“아니야, 우리 딸이 제일 예뻐. 같이 마트에서 일하는 이모들도 다 너 예쁘다고 하던데.”
“그거 다 인사치레 아니야? 나 안 믿어.”

다시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 서연은 무심코 사과 접시에서 사과 조각을 집어서 입에 가져갔다. 귀를 간지럽히는 아삭거리는 소리에 놀란 그녀는 그제야 옆에 있던 사과 접시를 발견했다.

‘이건 또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서연은 조금 난감한 듯 남은 사과 조각을 쳐다보다가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직 덜 씹은 사과를 그대로 삼켜버렸다. 

“엄마, 엄마는 아빠와 결혼 왜 한 거야?”
“그러게, 왜 그랬을까.”

은주가 나직이 중얼거리며 포크를 들었다.

“그때는 네 아빠가 좀 잘생겼었어, 지금은 별로지만.”
“이유가 그게 다야? 다른 좋은 점은 없었어?”

“뭐, 좀 다정한 것 같기도 했고, 또 같이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고작 열 번 만나고 그런 걸 어떻게 알았어?”

“지금 생각해 보면 착각이었지, 콩깍지가 그래서 무서운 거야.”

은주는 회상 속에서 그때를 그리는 듯 화면이 아닌 다른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딸은 똑똑하니까, 좋은 사람 생기면 잘 알아볼 거야.”
“아, 엄마 말하다가 말고 왜 또 그 이야기야.” 

“다 너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 너도 꼭 너 같은 딸 낳아봐야 내 마음 알지.”
“응 엄마, 안 낳아봐도 알 것 같아. 내가 생각해도 나 같은 딸은 좀.”

“어휴, 말 안 듣는 건 커도 똑같네! 똑같아.”

서연이 장난스럽게 웃으며 대꾸하자, 은주는 기가 찬 듯 그녀를 외면하더니 서연의 손에서 리모컨을 뺏어서 다른 가요 채널로 돌려버렸다.

눈치를 보던 서연은 괜히 핸드폰을 꺼내서 만지작거리다가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핸드폰으로 최애 아이돌의 영상을 찾아보던 서연은 문득, 요즘 최애 팬 활동에 조금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SNS에 들어가서 최신 업데이트를 확인하던 그녀는 피드에 뜬 어떤 게시물을 보고 멈칫했다.

‘뭐야, 알고리즘이 쓸데없이 너무 열일 하네.’

하얀 구름송이가 예쁘게 걸려 있어 더 파랗게 느껴지는 하늘 보다, 푸른 바닷가에 눈 부신 빛을 산란하며 밀려오는 파도보다 더 서연의 눈에 들어오는 건 그동안 본 적 없던 캐주얼한 연 청바지와 네이비색 맨투맨 옷차림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지민의 모습이었다. 

'혼자 간 건 아니겠지, 누구와 갔을까? 아니야, 내가 이런 걸 왜 신경 써야 해?'

핸드폰을 충전기에 연결하고 서연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려 썼다. 얼마 안 가서 숨이 막혀왔다.

이불을 내리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는 답답한 숨을 내쉬었다.

'나,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추천 (1)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203.♡.82) - 2023/11/20 20:42:22

서연이와 지민이는 대화를 안해도 통하는면이 잇네요.이미 하늘에서
운명이 정해진거처럼.

단차 (♡.252.♡.103) - 2023/11/20 20:44:30

그러게요.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心有灵犀. 그런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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