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음속에 내가 산다면 33 (end)

단차 | 2023.11.23 06:33:18 댓글: 8 조회: 334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20247
33. 나만 기억해 줘(and)


epilogue.


퇴근하고 전철역에서 나온 서연은 지민의 연락을 받고 통화를 잠깐 하다가 끊었다.

사귀기로 한 지 한 달이 되어 가지만, 그와는 만남은 열 손가락으로도 꼽을 만큼 생각보다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지민은 오전에는 학원에 가고, 그녀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는 시간이 되면 그는 일주일 중 6일(월-토) 꼬박 라이브 카페에 출근해 있었다.

그와 만나기로 한 이후 첫 주에는 평일에도 밤늦게 며칠 그녀를 만나러 오기는 했지만, 연말을 맞으면서 서연이 다니는 회사에서 일이 늦게 끝나는 날도 많기도 하고 체력의 한계를 느낀 서연은 그와 주말에만 만나기로 합의를 보았다.

서연은 전화를 끊고 그가 보내준 사진을 보았다. 누군가 선물 한 전시회 티켓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 노란색과 연한 핑크색이 섞인 넓은 꽃밭이 그려져 있었다.

"꿈과 시간?"

간략한 전시 주제를 봐서는 쉽게 내용이 가늠되지 않았다. 그외로 알 수 있는 정보는 장소와 전시 기간뿐이었다.

손이 시린 감이 든 서연은 핸드폰과 함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출입문으로 걸어가던 서연은 습관적으로 우편함을 확인했다. 우편함을 볼 때마다 못 받은 세 장의 엽서가 생각이 났다. 내용이 궁금해서 지민에게 물어봤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서연은 출입 비밀번호를 눌렀다.

며칠 후의 일요일 오전. 서연은 지민과 같이 갤러리가 있는 건물로 들어섰다.

해당 전시가 열리는 3층에 올라가니 전시관 입구 옆에 큼직하게 "꿈과 시간" 개인전 브로마이드가 걸려있었다.

전시장 안은 밝고 깔끔한 분위기였다. 길쭉하게 네모난 구조의 전시장에는 이미 들어온 사람들이 천천히 걸으면서 돌아보고 있거나, 사진을 찍고 있는 게 보였다.

걸어가면서 한 번 훑던 서연의 시선이 어떤 그림에서 멈추었다. 본 적 있는 그림이었다.

"꿈과 현실?"

조금 놀란 서연의 옆으로 지민이 걸어오더니 그림을 한번 쳐다보고 다정히 말을 걸어왔다.

"왜? 이게 마음에 들어?"
"그게 아니고, 이 그림 본 적이 있어서요."

"어디서 봤는데?"
"지난 여름에 전시회에 간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봤어요."

"아, 그래? 거기서도 전시했었나보네."

지민은 피식 웃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어딘가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가 보고 있는 방향으로 시선이 따라간 서연은 그들에게 걸어오는 애쉬블루 컬러의 리프 컷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를 보았다. 패션 스타일은 무난하게 입은 편이었다.

"볼 때마다 머리카락을 가만 놔두질 않네."

나직이 중얼거린 지민은 서연을 돌아보았다.

"누군데요?"
"글쎄? 맞혀봐."

쉽게 대답해 주지 않는 지민을 툭 밀친 서연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안녕하세요. 차해민이에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지서연이에요."

그의 이름을 듣는 순간 서연은 그의 정체에 대해서 바로 감이 왔다.

지민은 말없이 인사를 주고받는 그 둘을 지켜보았다.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그의 크고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서연의 머릿속에는 불현듯 어떤 기억이 스쳐 갔다.

"저기, 혹시 우리 한번 본 적 있죠?"

그녀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그가 먼저 물어왔다. 놀란 서연이 옆에 서 있는 지민을 쳐다보자, 그의 얼굴에는 언뜻 묘한 표정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해민은 싱긋 웃더니 그녀 옆에 걸린 그림을 가리켰다.

"여름에 한 신인화가 전시에서 맞죠?"
"아, 네. 맞아요. 해민 씨도 이 그림 좋아하시나봐요.”

서연은 그때와 스타일이 많이 바뀐 그를 조금 신기한 마음에 빤히 쳐다보았다.

“아, 이 그림 제가 그린거에요. 제가 하는 개인전인데, 설마 모르고 오신거에요?”
"네? 저기 있는 이름은 다르던데요."

"형이 말을 안 해줬나봐요? 활동명은 따로 쓰고 있어요. "
"네, 아무 것도 모르고 왔어요. 아무튼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

"네, 만나서 반가워요. 휴가 전에 갤러리 옆 서점에서도 지나가다 본 것 같은데 책도 좋아하세요?"
"아, 맞아요. 그쯤 한번 간적 있어요. 책은 뭐 가끔 봐요."

"역시, 맞았네요."

끄덕이는 해민의 눈매가 예쁘게 휘었다. 그는 지민과 전체적인 느낌은 닮은 듯했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달랐다.

"야, 너 바쁘지? 인사 다 했으면 가."
"응? 아, 그래. 나 바빴지, 참."

해민이 뭔가 더 물어보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끼어든 지민의 말에 그는 흠칫 놀라더니 다시 서연을 쳐다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는 이만 가봐야 겠어요. 서연 님, 우리 조만간 또 봐요."
"네, 또 봐요. 해민 씨, 안녕히 가세요. "

해민은 지민에게도 인사를 했지만, 지민은 그저 무뚝뚝하게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러나 해민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밝게 웃어 보이고 뒤돌아섰다.

지민은 해민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던 서연의 손을 잡아끌었다.


"쟤한테는 너무 잘해줄 필요는 없어. "
"왜요? 지민 씨 동생 아니에요?"

지민은 뭔가 생각하는 듯 잠시 말이 없다가 한마디 했다.

"맞아, 그런데 엄마가 달라."
"아, 네…."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그의 가정사에 서연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짧게 답하고 그저 옆에서 조용히 걸었다.

둘은 말없이 전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왔다. 근처 골목으로 걸어가던 지민은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너 아까부터 왜 말이 없어?"
"아, 네? 그냥 뭐."

말끝을 흐리는 서연을 보던 지민은 뭔가 알아차린 듯했다.

"아까 내가 한 말 때문에 그래?"
"뭐, 아무래도 그렇죠?"

"난 또 뭐라고, 심각할 필요 없어. 봐서 알겠지만, 우리 사이가 나쁘진 않아."
"아, 그렇다고요."

여전히 뭔가 안 풀린 듯한 서연을 보던 지민은 갑자기 그녀를 당겨서 끌어안았다.

"아, 뭐에요. 여기 밖인데."
"알아, 아무튼 네가 알아야 할 건 하나야."

"뭔데요?"
"나한테만 신경 써줘. 나만 기억해 주고."

서연은 뭔가 오그라드는 기분에 그를 밀어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
"너는 나만 봐달라고. 해민이는 앞으로 더 볼 필요는 없어. 그저 인사만 시킨 거야. "

"아, 진짜! 왜 이래요."
"아니면, 그냥 나랑 같이 살래?"

"네? 그건 좀 빠른 거 아니에요?"
"뭐, 천천히 생각해봐도 돼."

두 사람은 골목 안에 위치한 가게 문 앞으로 걸어갔다.

흐린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이 내릴 것 같았지만, 가게는 따스한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그 둘을 맞이했다.
추천 (2) 선물 (0명)
IP: ♡.252.♡.103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3 07:26:17

소설초반에 만낫던 지민이닮은 남자가 해민이엿네요.

갑자기 어렷을때 남자친구가 생각나네요.걔두 아이돌처럼 생겻댓
는데.걔네 사춘동생ㅇㅣ 자주 놀러왓댓는데 걔랑 웃으며 잡담하지
말라던 생각이 나네요.

근데 지민이는 언제 유럽여행 가나요?

단차 (♡.252.♡.103) - 2023/11/23 07:31:56

네? 지민이 이미 유럽여행 다녀왔는데요. 28화에서 떠난 여행이 유럽여행이었어요. 한달동안이요.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3 07:55:28

아오 유럽여행 떠나서는 소식이 없엇네요.딱 그집만빼고 정처없이
뒤졋네요.

나도 언젠가 유럽여행 가지않을까해서 영어공부 하거든요.크리스마
스에도 일해야데니까 억울해서요.

단차 (♡.252.♡.103) - 2023/11/23 08:35:37

그 구간을 지민 시점을 빼놓고 써서 헷갈렸나봐요.

저도 유럽여행의 꿈을 꾸고 있어요. 언젠가는 이루기를 바라면서요.

뉘썬2뉘썬2 (♡.102.♡.109) - 2023/11/23 21:14:10

내가 급할때는 몇줄씩 건너뛰여 읽어서 그래요.ㅋㅋ
휙휙 읽음.

단차 (♡.252.♡.103) - 2023/11/23 21:21:08

네. 원래 인터넷 소설은 가볍게 보는 맛이잖아요 ㅋㅋ

뉘썬2뉘썬2 (♡.169.♡.51) - 2023/11/24 09:09:52

소설내용은 가볍지 않은데 말이죠.요즘시대 젊은이들의 만남과이별,연애고민,
가정환경으로부터 받는영향 등 사회초년생들의 성장통을 라이브바란 음악적인
분위속에서 차분한 감성으로 소곤소곤 들려줫어요.

단차 (♡.252.♡.103) - 2023/11/24 09:13:35

저도 개인적인 경험이나 주변에서 들려오는 것들을 기반으로 쓴거라서 현실이 어느정도는 생생하게 담겼어요.
나름 생각 많이 하고 진지하게 썼어요. 자료도 많이 찾아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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