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봄날이 올까 (1회)

죽으나사나 | 2023.12.05 17:06:07 댓글: 4 조회: 542 추천: 4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25482
(1회) -13살의 봄

오늘은 5월 19일. 파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따뜻한 봄이다.

도진은 드레스 룸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양복 중에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로 골라서 입고 운전대를 잡았다.

”띠리리링…“

이제 막 출발하려고 하는 조용한 차 안에서 청량한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네. 어머니.”

”응, 도진아. 오늘 그날이지?“

“네. 지금  출발하려고요.“

”그래. 인사 잘하고 조심히 다녀와. 보고 싶다. 아들.“​

세상에서 가장 인자하고 따뜻한 어머니. 비록 도진이랑 피 한 방울 안 섞인 어머니지만 도진을 키우는 내내 자기 친 아들처럼 이뻐해 주면서 키워주셨다.

“부르릉.”
 
깊은 지하주차장을 벗어나 밖으로 나오니 따뜻한 햇살이 도진의 왼쪽 얼굴에 스며든다. 차단기에서 차가 멈춰 서자 도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이 상쾌한 아침 공기를 크게 들이켰다.​

”어, 젊은 레스토랑 사장님이시네~ 아침 일찍 어데 가시나봐요~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도진의 차를 알아본 경비 아저씨가 오늘도 활짝 웃으면서 인사한다.

”네. 오늘도 수고하세요.“

도진은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힘차게 앞으로 달렸다.

김도진. 현재 34세. 나름 유명인들이 잘 찾아주는 어느 정도 규모의 양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부모님 아래에서 좋은 교육을 다 받고 회사 경영까지 배웠음에도 3년전에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나와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어릴 적 유독 양식 요리를 잘하시는 어머니한테서 어깨 너머로 배운게 많아서 그런가, 개업한지 1년도 안돼서 유명 셀럽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소문이 퍼져서 유명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레스토랑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도진은 깔끔한 얼굴에 모델 같은 큰 키에, 학벌, 집안 어디가 크게 빠지는 곳이 없는, 겉보기에는 남부러울것 없는 30대 남자다.

그러나,

이런 행복도 굴곡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까도 말했 듯이 오늘은 5월 19일이다. 도진한테는 인생의 굴곡이 생기기 시작한 시점… 가장 힘든 날이였을것이다.

도진의 친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때 도진의 나이가 13살이였으니 벌써 21년이나 지났다.

도진의 얼굴에는 더이상 13살 그때 슬픔은 없다. 덤덤한 표정으로 화창한 하늘을 올려보는 도진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날 전까지만 해도 도진한테는 지금과는 또 다른 행복이 있었으니…

도진의 어릴 적 이름은 현우였다. 이현우. 

[현우야. 빨리 뛰어야지.]

아빠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헐떡이며 공을 빼앗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현우를 놀린다.

[아~ 아빠. 어린 애한테 너무한거 아니에요? 그렇게 꼭 이겨야만 하겠어요?!]

현우는 자기한테 양보 한번 안 하는 아빠때문에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럴수록 아빠는 그런 현우가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축구엔 양보가 없지!!]

혀까지 날름 거리면서 현우를 놀렸다. 

[여보, 현우야, 바비큐 다 됐어. 그만하고 빨리 와요.]

주방 이모들같이 마당 한쪽 켠에서 바비큐를 굽던 엄마가 현우랑 아빠를 부른다.

[현우야. 그만하고 고기 먹자!]

아빠는 삐져있는 현우의 머리를 헝클어지게 쓰다듬고는 엄마한테로 뛰어갔다.

[오늘 오랜만에 술 한잔해야겠네!]

[밥 먹고 보드게임해요! 아빠!]

삐져있던 현우는 축구에서 애먹었던 걸 어느새 까먹었는지아빠뒤를 총총 쫓아갔다.

[그래그래! 울 아드님이 하고 싶은 건 다 해야지!]

아빠는 현우를 보고 싱긋 웃었다.

[현우는 좋겠어~ 아무리 바빠도 이렇게 주말마다 놀아주는 아빠가 있어서~]

아빠만 쫓아다니는 현우한테 살짝 서운한 듯한 엄마가 입술을 삐쭉거렸다.

[엄마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로 사랑하는 사람이예요~ 아빠는.. 음.. 두 번째~]

[어허~ 이놈 봐라~ 나중에 사회생활 엄청 잘할 놈일세~]

[호호호호….]

[아하하하….]

현우의 재치 있는 립 서비스에 드넓은 초록 잔디 위 현우네 집 마당에서 온 가족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매주 주말저녁마다 가족들은 이렇게 모여서 오손도손 바비큐 파티도 하고 가끔은 여행도 다니면서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왔었다.

**
[어?  엄마 아빠 어디 가요?]

화장실을 잠깐 다녀왔더니 엄마 아빠가 외출복을 주섬주섬입고 있다. 

[아. 현우야. 새우가 떨어져서 금방 사고 올게.]

엄마가 현우 머리를 살짝 쓰다듬고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는다. 

[주방 이모는요?]

[어~ 아까 보내드렸지. 아빠가 술 드셔서 엄마만 가려는데 아빠가 글쎄 밤이라고 엄마가 걱정된다지 그러네.]

[엄마 운전 실력 알지? 아빠가 옆에서 컨트롤해 줘야 돼.]

아빠는 엄마와 현우를 번갈아보면서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는 그런 아빠의 등을 살짝 내리쳤다.

[아 참. 당신도. 고작 10분 거리예요.]

[그래도 안돼요~ 같이 갑시다. 현우야. 엄마 아빠 금방 다녀올게~]

[아빠 잠깐…]

현우는 말하려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빠는 엄마랑 투닥투닥하느라 현우의 작은 목소리를 못 들은 채 밖으로 나갔다. 현우는 차고로 가는 두 분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상했다.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그렇게 나간 엄마 아빠는 차를 갖고 나간지 얼마 안돼서 음주운전 트럭과 충돌돼 더는 돌아오지 못했다.

“빵-”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생각에 잠겼던 도진은  짧은 경적소리에 화들짝 놀라 급히 운전대를 돌렸다.

**

‘엄마, 아빠. 잘 계시죠? 그렇게 안 나타나시더니 어제 제 꿈에 두 분이 나오셨네요. 오랜만이였어요. 그 동안 잘 지내고 계셨나요? 지아는 한번도 제 꿈에 안 나오네요. 궁금해요. 잘 지내고 있는거 맞겠죠…?’

납골당에서 활짝 웃고 계시는 두 분을 보니 다시 마음이 아파오는 도준이. 지아를 생각하니 또 그때가 기억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으앙~ 새우가 없어. 내 새우가 하나밖에 없어!]

지아가 금방이라도 울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 질렀다.

[에구. 어떡하지? 새우가 오늘 그 시간에 똑 떨어져서 못 샀대. 지아야. 고기가 많은데 우리 소고기 조금 더 먹을까?]

[싫어 싫어 싫어!! 난 새우 아니면 안 먹어!!]

이제 5살밖에 안 된 지아는 난처한 표정으로 달래는 엄마손을 뿌리치면서 큰 소리로 칭얼댔다. 

[아까 마트에서 저녁쯤에 다시 입고된다고 하긴 했는데 지금 가봐야 하나?]

엄마가 어쩔수 없단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술 안 마셨으면 내가 갔다 오면 되는데.  당신 혼자선 안되니까 나랑 같이 가.]

아빤 자리에서 일어나 지아의 양쪽 볼을 살짝 꼬집으면서
 
“울 막내 공주님이 새우 드시겠다는데 엄마 아빠가 후딱 가서 사올게~ 오빠랑 같이 집에 잠깐 있을수 있지?”

“와아~~~아빠 최고~”

“어구 어구 조심조심~!”

아빠는  신이 나서 의자에 올라타 방방 뛰는 지아를 바로 끌어안았다. 

[근데 현우오빠가 응가를 하나~ 화장실 간다더니 왜 아직도 안 오지~?]

[꺄르르.. 응가응가! 오빠가 응가를 한대요!!]

아빠의 응가 얘기에 지아는 더욱 더 신나서 응가 노래까지 불러젖혔다.

그렇다. 현우한테는 5살배기 여동생 지아가 있었다.

“윽.”

지아를 생각하니 또 머리속이 찌끈거린다. 여기저기 뒤져봐도 차 안에는 평소 먹던 두통약이 없다. 도진이는 근처에약국이 있나 찾아보다가 포기했다.

시내랑 한참 떨어진 이 조용한 곳에는 가게라곤 식당이랑 편의점 한 집이 다 였다. 

“딩동~”

“어서 오세요~”

“저…혹시 두통약이 있나요?”

도진은 밝게 인사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한테 인사도 건넬 정신이 없다. 한번씩 이렇게 머리가 깨질듯이 아플 땐 자기 자신이 컨트롤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두통약을 팔지는 않는데… 근데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괜찮아요?“

아르바이트생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도진은 아픈 머리를 잡고 힘들어했다.

“손님! 제가 비상약으로 갖고 있는 두통약이 있는데 그거 드릴가요?!“

아르바이트생은 큰 목소리로 거의 소리 지르듯이 말했다.

도진은 그런 아르바이트생을 그제야 제대로 쳐다보았다. 아르바이트생한테는 옅은 미소와 걱정으로 가득 한 얼굴이였다. 단지 이렇게 한적한  곳에 있기엔 어울리지 않은 젊은 20대 여자였다.

“고마워요. 제가 살게요. 얼맙니까?“

”아,아니예요! 이건 제가 먹으려고 산게 아니라 여기 찾아오시는 분들한테 필요하시면 드리는거예요!“

 그녀는 지갑을 꺼내 현금을 찾고 있는 도준을 급히 막아섰다.

”네? 무슨…“

도진은  의아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일단 드세요. 물 갖다 드릴게요.”

그녀는  급히 물 가지러 정수기 앞으로  갔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을 먹은 뒤 도진은 편의점 앞 비치되어 있는 의자에 앉아서 두통이 가라앉기를 기다렸다. 조금씩 두통이 사그라드니  아까 햇살같은 미소를 띄며 또박또박 설명해주던 그 아르바이트생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그게… 제가 1년 넘게 여기서 일해 보니까 여기 손님들은 거의 다 납골당 다녀오신 분들이더라고요. 그 분들 다 자기가 사랑하던 가족이나 친구,지인들 만나러 오셨을텐데 많이들 힘들어 하셨어요. 손님처럼 두통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고요. 그래서 제가 준비할수 있는 비상약은 거의 갖고 있어요. 필요하신 분들한테 드릴려고요. 그러니 그냥 부담 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참 착한 여자네…그런것까지 챙기기 쉽지 않을텐데…‘

그리고 도진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도진의 동생 지아… 그 아이만 생각하면 이렇게 갑자기 발진하듯이 두통이 온다.

그도 그럴것이… 도진은 그 아이한테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으니…

엄마 아빠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집안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살고 있는 집은 경매에 넘어갔지, 아빠의 회사는 작은 아버지 손에 들어가버렸고 현우네는 작은 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여보, 쟤네 언제까지 우리 집에 있을거에요?]

[아 몰라. 나도 방법이 없잖아. 지금 내 자리 도와 준 사람들 쟤네가 불쌍해서 도와준것도 있으니까 함부로 못 내보내. 싫어도 참아. 좀만 데리고 있으면서 쇼하면 되니까.]

[아, 짜증나요. 진짜.]

그 집에 들어간 그날 밤 현우는 작은 아버지네 하는 얘기를 다 들었었다. 부모님 유일한 혈육이였던 작은 아버지네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현우는 어쩔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서러움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엄마! 지아가 또 내 물건 뺏어요!!]

[야! 너 또 우리 한나꺼 뺏어? 어미아비가 없는것들은 진짜! ]

작은 집 딸 한나가 자기 엄마한테 쪼르르 달려와 일렀고 그 말에 작은 어머니가 바로 소리지른다.

그렇게 작은 어머니의 잦은 욕설과 작은 아버지의 무관심속에서 반년을 버텨왔다.

[아아앙——!!! 엄마 아빠. 엄마 엄마…]

[지아야!! 너 왜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 이렇게 울고 있는거야!!?]

하교하고 작은 아버지네 집으로 가던 중 근처 놀이터에서 엉엉 울고 있는 지아를 발견한 현우는 급하게 지아한테 달려가 물어본다.

[작은 엄마가 한나랑 싸웠다고 나보고 나가래! 한나가 내 목걸이를 뺏으려고 했단 말이야!! 아아앙…]

제법 추워진 날씨인데 지아는 자기가 아끼는 곰돌이 목걸이를 손에 꼭 잡은 채, 얇은 실내복에 슬리퍼만 신고 부들부들 떨면서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우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확 차올라왔다. 지아의 손을 잡고 작은 아버지네 집에 박차고 들어갔다. 

[아빠 회사를 차지했잖아요! 우리한테 이렇게까지 하면 안되는거 아니예요?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왜요!]

[저, 저것이!]

[너 작은 어머니한테 그게 무슨 말 버릇이냐!]

[찰싹!…]

[…!]

현우의 울부짖음에 작은 어머니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고 마침 집에 같이 있었던 작은 아버지는 소리 지르면서 현우앞에 다가가 현우의 뺨을 아주 세게 내리쳤다.

지아도 놀라서 다시 울음이 터졌고 현우는 여긴 더 이상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아한테 외투를 입히고 짐이라곤 참 가련하게도  작은 가방 하나를 갖고 그 집을 거의 뛰쳐 나오듯이 나왔다. 뒤에서는 작은 어머니의 소리가 귀에 비수처럼 꽂혔다.

[그래! 가라 가! 다시는 기어 들어오지마!]

오라고 해도 안 가!!

[안녕하세요. 어디로 모셔다 드릴가… 어? 어른들은 없어?너네 둘 뿐이야?]

여길 빨리 벗어나야 겠다는 생각에 현우는 지아의  손을 잡고 어느새 택시에 올라탔다. 기사 아저씨는 어른이 더 있나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다.

[아, 저… 부모님한테 갈거라서요.]

[아~그렇구나. 그럼 어디로 가면 될까?]

거짓말은 했지만 어디로 가야 하지…

[그… 서, 서울역이요.]

마침 지나가는 버스에 있는 간판을  본 현우는 그걸 그대로 읽었다.

[서울역? 여기서 거리가 좀 되는데? 서울역 맞아?]

[네. 맞아요. 거기서 만나기로 했어요.]

[그래. 출발합니다~]

택시기사는 이상한듯 고개를 살짝 갸우뚱했지만 어차피 돈을 버는 일인데 크게 신경 안 쓰기로 하고 출발을 했다.

이제 다신 돌아오지 않을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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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201310 (♡.104.♡.93) - 2023/12/26 15:36:35

우어~~~
진도가 팍팍 나가는데여~~~
1부 짧은 내용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를 잘 엮었네여.. 현우랑 지아가 홀로서기를 하는건가여

죽으나사나 (♡.214.♡.18) - 2023/12/30 10:02:26

아니요… ㅠ

Figaro (♡.136.♡.59) - 2024/01/01 15:25:19

하하 홧팅입니다.
도진은 양식 식당을 하시고
잘나가는데 직장안구하고
독립해서 본인이 직접 레스토랑을

그럼 다 잘됐는가

하면 굴곡은 있다.
그러니까 불행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원래이름이 현우였고 ...

화이팅입니다.

이런 정리및 필기식 댓글이 불편하시다면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다면 ...당분간 남겨두는걸로.

죽으나사나 (♡.214.♡.18) - 2024/01/01 16:12:15

선플이던 악플이던 다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이런 댓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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