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으로 가는 길(3)--토끼아가씨와 승냥이아저씨

돌이 | 2002.12.13 22:38:09 댓글: 0 조회: 208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1099
3, 토끼아가씨와 승냥이아저씨


그날 밤, 돌이는 토끼를 따라 가까운 토끼아가씨네 집에 갔습니다. 토끼아가씨가 얼마나 살뜰하게 구는지 그만 부처님 생각도 다 잊고 한이불 속에서 딩굴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부처님에게는 할 말이 있습니다. 아직 정식으로 출가한 것도 아니니 부처님하고 잠시 관계가 없지요. 부처님이야 원래 인자한 님이시니...^^

한 밤중에 소변이 매려워 돌이는 잠에서 깼습니다. 오줌도 오줌이지만 목구멍의 갈증도 심했습니다. 화장실이 어딘가 물어볼려고 곁자리를 더듬으니, 토끼아씨의 자리가 텅 비여있습니다.

화장실 갔을 가...

돌이는 옷을 걸치고 주방으로 갔습니다. 시원한 냉수 한바가지 들이키니 금방 정신이 났습니다. 다음은 화장실을 찾아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 나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소변보는데 화장실이 필요할까! 눈앞에는 어디나 모두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이란 따로 있슴까! 눈앞의 자연이 화장실이지! 고상한체 한 돌이는 그만 자신이 부끄러졌습니다.

돌이는 수림속에 다가가 소변 보려고 바지춤을 들춥니다. 금방 냉수 한바가지 들이켰더니 오줌끼도 더합니다.

돌이가 쉬할려고, 그때였습니다. 솨~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수림 저쪽에서 웬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귀를 강구니 그 소리는 어딘가 귀에 익은 웃음소리였습니다.

“엉? 승냥이가? ...”

돌이가 다시 귀를 강구니 바람소리도 이상한 소리도 모두 잠잠해졌습니다.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둥근 달님이 돌이를 보고 방긋합니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돌이는 소피를 봅니다. 다 보고 바치춤을 매려고 하는데, 그 때였습니다. 솨~하는 바람소리와 함께 수림속의 나무잎이 설레이더니 또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이의 잘난 귀가 벌쭉합니다. 이번만은 틀림이 없었습니다. 돌이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귀에 익은 그 목소리, 승냥이의 목소리가 틀림없었습니다.

"토끼가 승냥이에게 잡히웠구나!”

돌이는 재빨리 몽둥이를 집어들고 어듬속을 더듬어갑니다. 고양이처럼 발볌발볌 소리나는 곳으로 접근합니다.

수림속을 얼마 간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돌이는 눈앞의 광경에 그만 머리가 아찔 해났습니다.

세상에...

토끼아가씨와 승냥이아저씨가 막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토끼는 금방까지 한 이불속에서 딩굴던 토끼였고, 승냥이는 낮에 돌이의 발에 채운 그 재빛승냥이였습니다.

년놈들, 이런 문세였구나. 돌이는 밸이나 이를 빡빡 갑니다. 정말 씹어먹어도 한이 없었습니다.

몽둥이를 들고 화닥닥 뛰쳐나갈려고 하는데 승냥이의 말소리가 귀에 들려왔습니다.

"이젠 그만 하고 돌아가렴..."

"괜찮아요. 그 바보 돌이 지금은 푹 늘어져 정신없이 자고 있을 건데요. 호호호..."

"허허..."

"부처님 찾아간다는 말 다 거짓 말이였어요. 어제 저녁은 부처님 생각은 커녕, 정신이 나간 사람 같은게...호호호..."

"니 같은 토끼, 귀신도 반해버릴 걸...ㅎㅎㅎ."

"그런데 저 돌이 삶아먹으면 영 맛 있을 것 같아요. 내가 검사해봤는데, 휜살보다 된살이 더 많았어요. 간장에 담궈 먹을까, 삶아서 소금에 찍어먹을까!"

"허허...니 마음대로..."

여기까지 듣고 돌이는 그만 어깨의 탕개가 탁 풀리며 몽둥이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런거 아닙니까! 낮에는 사랑이란 힘의 덕분에 용감하게 승냥이와 싸운거지만, 사랑이 없는 지금은 싸울 용기도 모두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저 바보스러운 자신이 불쌍했을 뿐입니다.

돌이는 다시 발볌발볌 숲속을 나와 토끼아씨의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토끼아씨의 방을 빙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배낭을 메고 다시 오대산을 향해 발길을 옮깁니다.

돌이의 머리에는 하루빨리 부처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초조한 마음, 밤하늘의 둥근 달님이 대표할 수 있습니다.



PS:<돌이창작실>제작 2002-07-01

추천 (0) 선물 (0명)
IP: ♡.48.♡.8
22,950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479
꽃신
2002-12-16
0
219
로란
2002-12-16
0
224
애니
2002-12-16
0
227
흰장미
2002-12-15
1
229
정이
2002-12-15
0
191
난초
2002-12-15
0
162
돌이
2002-12-14
0
254
sunhee
2002-12-14
0
173
sunhee
2002-12-14
0
156
sunhee
2002-12-14
0
376
sunhee
2002-12-14
0
148
돌이
2002-12-13
0
208
수노기
2002-12-13
0
143
바람
2002-12-13
0
266
sunhee
2002-12-13
0
226
돌이
2002-12-13
0
198
수노기
2002-12-13
0
209
Hero
2002-12-13
0
199
최향화
2002-12-13
0
272
sunhee
2002-12-12
1
272
흰장미
2002-12-12
0
577
흰장미
2002-12-12
0
247
최향화
2002-12-12
1
227
수노기
2002-12-11
0
232
돌이
2002-12-11
1
226
Hero
2002-12-11
0
239
청사초롱
2002-12-10
0
514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