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천사-8

로란 | 2002.11.09 00:18:14 댓글: 2 조회: 307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997
                                              개구쟁이의 중학시절

시골마을을 떠나 낯선 현성에 오니 호걸이는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였습니다. 시골에서 10여명 되는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이 좁다하고 들말처럼 뛰놀던 호걸이였으니깐요. 함께 중학교에 입학한 5명중 남자애 두명은 그보다 이상이라고 잘 놀아주지 않고 다른 한명은 친척집에 주숙했으므로 남은 건 동갑내기 여자애 순이뿐이였습니다. 그래서 연약하고 말랑말랑해보이는 순이를 자꾸 찾아가서 집적거렸습니다.

중학생이 되였어도 못된 장난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한 호걸이는 또 한차례 풍파를 일으켰습니다.
어느날 저녁, 유달리 심심해난 이 개구쟁이는 여자 숙소가 잠잠해지자 검은 잉크병을 들고 여자 숙소에 살그머니 들어갔습니다. 그시기 순박한 시골애들은 잘 때도 문을 걸 생각을 못했습니다. 교교한 달빛이 숙소를 훤히 비추어서 자는 사람들의 얼굴을 똑똑히 가려 볼수 있었습니다. 구들에 나란히 누워있는 여자애들중 어떤 애는 이불을 발로 차버린 채 정신없이 자고 있었고 어떤 애들은 <다릉, 다릉>코를 골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직 철없는 호걸이는 밤중에 여자숙소에 들어가는것에 대하여 아무런 껄껄한 느낌도 없었습니다. 아직 이성에 대해 눈을 뜨지 않은 너무도 순진한 애였거든요.

발뒤축을 세우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서 여자애들의 머리맡에 이른 호걸이는 만만해보이는 순이의 얼굴부터 잉크 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보다 나이가 썩 많은 누나들은 감히 건드릴 만한 담이 없으므로 자기와 나이가 비슷한 애들만 골라서 얼굴에 낙서를 했습니다. 하루종일 공부에 지친 애들은 호걸이가 자기들의 꽃같은 얼굴을 엉망으로 만드는것도 느끼지 못한 채 침을 흘리며 자고 있었습니다.
검은 팔자 수염과 밭고랑같은 주름이 얼기설기 그려진 얼굴들을 바라보면서 호걸이는 너무도 우스워 <킥, 킥>나오는 웃음을 참느라고 입을 싸쥐고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여자숙소에는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아침에 잠을 깨고나서 서로 괴상망측한 얼굴을 보면서 배를 끌어안고 <깔, 깔, 깔>웃어댔습니다. 먼저 깨어난 애들이 자기의 얼굴도 귀신처럼 변해버린 줄은 모르고 남의 모양을 보고 웃어댔습니다. 그야말로 까마귀가 돼지를 검다고 하는  격이였습니다. 나중에야 자기도 다른 사람과 똑같은 몰골이라는 것을 알고 어떤 애들은 구들에서 대굴대굴 뒹굴면서  웃었습니다.

실컷 웃고 나서 일동이 모여 어느 자식의 소행인가를 분석한 결과 일치한 결론을 얻었는데 그것인즉 뛸데없이 호걸이가 한짓이라는 것입니다.

저녁에 여자숙소일동은 호걸이가 집적거리기 좋아하는 순이를 파견하여 갖은 방법을 다해서 호걸이를 여자숙소에 유인하게 했습니다. 결국 호걸이는 미인계를 벗어나지 못하여 여자숙소에 갔다가 붙들려서 온 얼굴이 잉크로 낙서되어 귀신같은 몰골을 해가지고 남자숙소로 뺑소니를 쳤습니다. 여자동포들을 건드렸다가 톡톡히 변을 당했던것입니다.

  그 후부터 여자숙소에서는 대낮에도 문을 걸어 놓고 남자애들을 들여 놓지 않는 규례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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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50.♡.77
아치미 (♡.48.♡.56) - 2002/11/09 10:50:53

ㅋㅋㅋㅋㅋ
재밋네~~

로란 (♡.106.♡.141) - 2002/11/11 10:46:58

아치미님, 계속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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