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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우리들의 청춘(1)

사랑 | 2002.10.18 17:45:06 댓글: 0 조회: 276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954
   연은 침대에서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며 시계를 쳐다보았다. 9시 30분, 방안은 벌써 얇은 레이스 커튼을 뚫고 들어온 햇빛으로 후끈후끈하게 데워져있다. 연은 베란다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고 창문에 마주서서 긴 하품과 함께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피곤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따르릉 따르릉. 누가 꼬집기라도 한 것처럼 전화가 자지러지게 울어댔다. 연은 그제야 방금 전화벨소리에 잠을 깬 사실을 기억해냈다. 누군데 아침부터 전화질이야.
   여보세요. 전화기를 들자마자 저편에서 송의 떠드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 벌써 어디 나간 줄 알았잖아. 야 오늘 PARKSON에서 세일한대. 40%나, 가보지 않을래.
   난 됐어.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 전화를 끊으려는데 송이 너 또 그 사람 만나러 가는구나, 했다. 연은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있었다.
   송이 말하는 그 사람은 민이다. 민을 처음 만날 때 송을 끌고 나간지라 송도 민을 알고 있었다. 입빠른 송 때문에 이튿날부터 연이 민과 연애한다는 소문이 금방 퍼졌다.
   너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함부로 말했다가 어떻게 책임지려고. 연은 분명히 송에게 경고를 주었다. 그러나 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실이잖아, 그 사람 입으로 널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연이씨, 아마 연이씨를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민은 가급적 연의 귀에 가까이 대고 말한다고 했지만 목소리가 워낙 굵은 탓으로 충분히 옆 사람들에게도 들렸다. 그때 송은 호들갑스럽게 어마나, 를 연발했고 민과 함께 나온 민의 친구라는 사람은 말없이 시물시물 웃기만 했다.
   연은? 연은 빨대로 오렌지 주스를 후룩후룩 빨아 마시며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민의 일거수 일투족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눈길로 민을 지켜보았다. 나중에 민이 견디다못해 푸하하하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농담이었습니다 해서야 연은 민을 지켜보던 눈길을 거두어들였다.
   연과 민을 맺어준 중매꾼은 전화였다. 민은 어찌어찌해서 연의 상사인 최과장과 아는 사이였고, 마침 자리를 비운 최과장을 대신해 전화를 받은 연의 목소리를 몇 번 듣더니 우리 한번 만납시다 그랬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 혼자 나가기 무엇해서 송을 끌고 나갔다. 요란하게 치장한 송과 함께 약속한 장소에서 어슬렁거리는데 머리를 짧게 밀고 남색 정장 위에 바바리를 걸친 어떤 남자가 다가왔다. 옆 눈길로 살펴보니 전화에서 말하던 매무시와 거의 맞아떨어지는지라 슬쩍 송에게 눈치를 주었다. 송이 다가가 먼저 허리 굽혀 인사하고 물었다. 저 혹시 민이선생님 맞으세요.
   푸하하하, 연은 그때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세상에, 선생님이 다 뭐야. 촌스럽게.
   키득키득 시작된 웃음은 근처 다방에서 기다리고 있던 민의 친구와 합류해 자리에 앉아서도 그칠 줄 몰랐다. 정식으로 인사할 때도 연은 고의로 송의 말투를 흉내냈다. 안녕하세요 민이선생님 저는 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첫 대면에서부터 연은 민에 대해 엄숙 진지 이런 생각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연은 민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왜냐하면 민은 그 말을 할 때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연은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한 말만이 진심이라는 것을 믿고있었다.
   오히려 연의 집요한 눈길에 못 이겨 농담이었습니다 할 때 연을 마주보았다. 그러고 보면 농담이었습니다 한 말만이 진심인 셈이다.
   따라서 연은 이제 한번만 더 누구한테서 민과 연애중이라는 말을 들으면 송과 한판 단단히 해내리라 작심했다.
   따르릉 따르릉. 토요일 오전, 단단히 늦잠을 자두기로 마음먹은 날은 꼭 전화 때문에 시끄럽다. 못들은 체 하려니까 전화기는 울음에 질긴 어린애처럼 끝이 없이 울어댔다. 따르릉 따르릉.
   영은 뒤집어썼던 이불을 확 열어제꼈다. 보나마나 송이 기어코 쇼핑 같이 가자고 보채는 거라고 단정하고 수화기를 들자마자 냅다 소리질렀다. 나 안 간다고 했잖아. 졸려 죽겠단 말이야. 그러니까 자꾸 전화하지 마.
   전화기 안은 잠잠하다가 저 민입니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은 천장을 쳐다보며 한숨을 짧게 토해냈다. 무슨 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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