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베스트 월간 베스트 3개월 베스트 베스트 게시물
전설 02 2 189 연변나그네중복이
너를 탐내도 될까? (75회)53 1 403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74회)52 1 721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77회)20 0 290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76회)16 0 336 죽으나사나
너를 탐내도 될까? (78회)16 0 309 죽으나사나
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네로 | 2002.09.23 10:50:39 댓글: 6 조회: 487 추천: 1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894
풍요로운 한국의 가을,비록 홍수가 할퀴고 지나갔지만 들판에는 벼가 영글어가고 산에는 과일이 익어간다. 그중에 나에게는 좀 낯선 풍경이 있는데 바로 배밭이다.

전체 산이 그물로 덮혀져있는 광경을 상상해본적이 있는가? 처음에 그 광경을 보고 감탄하기는 했지만 무슨 희귀한 재배법인지 도통 알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웬일인고 알고보니 극성스러운 까치들때문이라고 한다. 까치들이 시도때도 없이 달려들어 배를 쪼아대니 쫓아내다못해 아예 그물로 과수원전체를 덮어버리는 방법을 생각해낸것이다.

한국에는 희한하게도 까치가 많다. 예로부터 까치는 길조라 불리우고 아침에 까치울음소리를 들으면 귀한 손님이 온다고 하였으나 너무 흔해진 지금에는 까치를 보고 기분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듯싶다. 배를 쪼아먹는이외에도 까치는 전선주같은데도 둥지를 틀어서 정전사고를 초래하기때문에 이를 방지할려고 전선주마다 뾰족한 양철캡을 해서 씌우는가 하면 전선주에 자리잡은 까치둥지를 신고만 해도 포상금이 지급된단다.

연변에서는 극성스러운 새사냥때문에 까치뿐만 아니라 새를 보기가 좀체로 어려운터라 이런 모습을 보면 오히려 부럽기만 하다. 다만 연변도처에서 볼수 있는 까마귀만큼은 한국에서 보기가 그리 쉽지 않다. 별루 믿음직한 소식은 아니다만 까마귀고기가 남자의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돈뒤로부터는 그 종적을 보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배이야기를 할것처럼 하다가 엉뚱한 까치이야기를 한참 했다만, 주제를 이탈하기를 밥먹듯하는 내글을 어느정도 읽어본 사람들은 이해해줄것이라고 믿는다. 필경 이것은 "이야기"이지 "작문숙제"는 아니니까말이다.

이밖에 한국의 배에 대해 더 이야기하라면 종이봉지에 넣어서 키운다는것과 품종이 단일하다는점이다.

배에 종이봉지를 씌우면 상처같은것이 나지 않고 이쁘게 자란다고 한다. 물론 일일히 종이봉지를 씌우려면 손이 열개라도 힘드련만, 배값이 비싼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시중에서 파는 배는 하나같이 황금빛의 덩치가 큰 배다. 맛의 차이나 무게의 차이는 부분적으로 있지만 같은 품중이다. 그래서인지 배는 종류로 구분짓지 않고 산지로 구분짓는다. 그중에서 나주산 배가 유명하다.

비슷한 현상은 참외에도 있는데 시중에서 판매되는 참외는 전부 외국품종인 누른색의 금싸라기참외다.

오히려 연변에는 다양한 참외가 있는데 싯누런 금싸라기참외로부터 호박인지 참외인지 전혀 구분이 안가는 뿌옇고 밋밋한 껍데기의 호박참외, 새파란 줄무늬가 얼룩얼룩하게 지나간 개구리참외, 애기주먹만하고 동그랗게 생긴 앙증맞은 사과참외도 있다.금싸라기참외는 사각사각하고 호박참외는 가루가 푹푹 나고 개구리참외는 향이 진하고 사과참외는 고를 필요가 없이 하나같이 달다.

참외종류가 다양한 원인은 아마도 당도가 높고 수확량이 많은 신품종을 획일적으로 재배하는것이 아니라 농가마다 제마끔으로 예전에 하던식으로 그냥 재배를 하다보니까 품질이 다소 떨어지는 재래종이나 희귀종도 명맥을 유지할수 있는것 같다.

퇴직한후 어려운 집안살림에 보탬을 하기위해 어머니는 한동안 작은 밀차를 끌고 과일을 판적이 있는데 나도 시간이 나면 도와드리곤 했다. 그래서 과일보는법은 어느정도 익혔는데 참외는 색이 선명하고 골이 깊고 꼭지가 떨어진 자리가 매끈한것이 좋은 참외다.

이밖에 참외를 많이 파는 나만의 비법이 있다.새벽에 과일도매시장에 나가면 참외를 자루에 담아서 넘기는데 다른 과일장수들은 종이박스에 참외를 옮겨담아팔지만 우리는 쑥을 수북히 베여담은 싸리광주리를 준비해갔다가 그위에 참외를 옮겨담아서 실어내다가 팔았다.

똑같은데서 물건을 넘겨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종이박스에 담은 참외보다는 푸르싱싱한 쑥이 삐쭉삐쭉 머리를 드러낸 싸리광주리에 담은 참외를 사갔다. 산지에서 직접 가져온 참외로 알았나부다.

신선도가 높은데다가 중간마진이 없어서 가격까지 저렴하니까 모두들 산지직송을 좋아하는터라 위장술?에 넘어간것이다. 산지에서는 과일을 싸리광주리에 담는데 광주리가 거칠어서 과일이 상할가봐 쑥을 베다가 안에 한번 두르는것이 상례다.중간도매상인 우리는 쑥을 베서 담아야 할 하등의 필요가 없지만 이것을 어설프게 모방해서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상품의 포장이 경제수익과 직결된다는것을 몸으로 느낀 사례라고나 할가?

참외가 한물 갈때부터 연변에는 다양한 배가 나온다. 제일 이른건 새파랗고 매끌매끌한 서양배(洋梨)다. 껍질이 얇고 육질도 부드럽다만 당도가 높지 못한데다가 저장도 오래할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하지만 다른 배보다 출하시기가 이르기때문에  그 틈새를 비집고 판매가 가능하다.

좀 있으면 작은향수배(小香水梨)가 나온다. 약간은 신맛이 나고 크기도 배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살구알만하지만 물이 많고 말랑말랑한데다가 향수배라는 이름에 걸맞게 새콤달콤한 향이 코를 찌른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가을철 김치독에 덜익은 향수배를 차곡차곡 담은뒤 설탕물에 담궜다가 겨울이 돼서 뚜껑을 열면 향수배가 그사이 독안에서 숙성해서 향기가 우러러나온다.  

커다란 유리컵에다가 물째로 담아내서 시원하게 먹으면 참으로 별미인데...우연하게 우리 큰형님이 이렇게 해서 성공한뒤 큰형님은 물론 다른집식구마저 이듬해에 커다란독으로 향수배를 담구었지만 그맛을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하늘의 뜻인지? 지금은 모두들 아파트에 사는지라 향수배를 담그고싶어도 못담근다.

작은향수배가 있으면 큰향수배도 있는법,큰향수배는 주먹만치 크고 한입만 깨물어도 단물이 줄줄 나온다. 배가 워낙 말랑말랑한덕에 맛은 있지만 역시 오래 보관하지는 못한다.

이밖에 빨간빛을 띠고있다고 붉은배(小紅梨)라고 불리는 배가  있나하면 바가지처럼 생겨서 박배(瓢梨)라고 불리는 배도 있는데 맛은 그닥 훌륭한편이 아니므로 많이 재배되지 않고있다.

돌배라고 불리는 야생배도 있는데 자연상태에서는 딱딱해서 전혀 먹을수가 없지만 따서 쌀독에다 파묻어서 익혀먹으면 맛이 기막히다. 익기전에 성질이 급해 모두 깨물어본탓에 제대로 된 돌배맛은 아직 모른다만...

벼이삭이 누렇게 익어가는 늦가을에야 비로소 연변을 대표하는 과일인 사과배가 출하된다.

사과배는 조선에서 이주해오면서 사과묘목을 갖고온 사람이 연변의 참배나무에 접목을 시켰는데 겨울을 나면서 대부분 묘목이 얼어죽었지만  용케도 살아남은 한그루의 나무에 모양은 사과비슷하게 생겼으나 맛은 배와 비슷한 희한한 과일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름을 사과배라고 지었는데 사과배야말로 조선에서 건너와 중국땅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조선족과 같은 운명을 지닌 과일이 아닌가? 최초의 사과배나무는 지금 고령이 되였지만 여전히 푸르게 자라나고있다는데 사과배나무를 처음으로 키워내신분은 어디에 계시는지?

사과배는 크기가 어른주먹만하고 푸른빛을 띠고있는데 껍질은 다소 두텁고 단단해서 장기보존이 가능하다. 가을에 따놓은 배는 잘만 보관하면 이듬해 여름까지도 먹을수 있다.

과육은 물이 많고 아삭아삭한데 단단하면서도 알갱이가 거칠지 않고 단맛이 짙으면서도 시원한것이 사과배만의 특징이다. 사과배는 현재 연변전역에 재배되고있는데 총면적이 얼마인지는 모르겠다만 용정에 있는 제일 큰 과수원은 일명 만무과원으로 불리운다. 배밭의 면적이 만무를 넘는다고 하니 그 규모가 짐작이 가는가?

가끔 자전거를 타고 용정에 들릴때가 있는데 가도가도 끝이 없는 길가의 사과배밭을 보면 단조롭기까지 하다.

그럼 이많은 사과배가 다 시장으로 나가서 팔리는가? 아니다. 시장에 나가기도 하지만 사과배는 상당수량을 예약으로 판매하고있다. 가을이면 회사마다 과수원에 들려서 가격협상을 하고 예약을 해서 적게는 두박스에서 많게는 네박스까지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이미 관습으로 굳어져서 사과배철이 돌아오면 회사에서 언제면 분배하려나 기달려지게 되는것이다.

한집에 회사원이 두명 내지는 세명정도 있다면 그해 겨울은 굳이 과일을 더 살 필요가 없다. 사과배만 하더라도 대여섯박스는 분배받을테니까~ 이밖에 귤이나 사과같은 과일도 맛보기로 한박스정도씩 분배가 된다.

사과배는 얼려서도 먹을수 있다. 상품성이 그닥 없는 자잘한 사과배는 얼려서 파는데 이름하여 뚱리(凍梨)다. 새까맣게 얼린 뚱리는 그냥 먹어도 안되고 녹여먹어도 안된다. 돌멩이처럼 단단해서 그냥먹는다는건 불가능하고,그렇다고 따뜻한데서 녹이면 단물이 다 빠져서 쭈글쭈글해진다.

이럴때 사용하는 방법이 물에 불구는것이다,뚱리를 물에 불구면 얼음이 밖으로 빠져나와 마치 유리알처럼 반들거린다. 그 얼음을 깨고 뚱리를 한입 베여물면 단물이 주르르 나온다. 북국이라서 맛볼수 있는 별미다.

이토록 맛있는 사과배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수출은 고사하고 국내판매까지 저조해서  사과배재배가 위축되고있다고 한다. 그동안 사과배로 과즙이나 음료수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많았지만 역시 과일의 브랜드가 밖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2차가공물도 그렇다할 판매실적을 올리지 못하고있는 상황이다.

아마 태여난지 수십년밖에 안되는데다가 변방에 자라다보니까 여태껏 내륙지방에 많이 알리지도,팔지도 못한게 원인이 아닐가 싶다. 하지만 요즘은 텔레비젼이나 인터넷같은 새로운 홍보수단이 발전되여있는데다가 교통도 사통팔달해있어서 사과배붐을 일으킬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

중국인들 모두가 한박스씩만 사과배를 사먹어도 연변경제가 살아나련만~
시인 윤동주의 고향이요, 사과배의 주산지인 용정시가 국가급빈곤시로 뽑혔다는 소식에 또 씁쓸해진다.
추천 (1) 선물 (0명)
IP: ♡.99.♡.22
배추 (♡.55.♡.7) - 2002/09/23 12:28:22

네로님...요즘 농학에 관심이 있는가보네여..^^*

관리자 (♡.125.♡.36) - 2002/09/23 19:52:10

네로님~ 한국에 까치도 많지만 ........까마귀도 많아여...
맨 날 아침에 학고 갈때 까마귀 땜에 귀찮은데요..

사과배 얘기긴 하지만...ㅎㅎ

용정에서도 사과배에 봉지를 씌우는 걸로 알구 있는데 /..아닌가?

네로 (♡.106.♡.5) - 2002/09/23 21:32:00

앗~~ 카테고리 보세요...이건 무우님의 글입니다..전에부터 무우님 글을 여기에 올리기로 했어요.

소야~노올쟈 (♡.32.♡.135) - 2002/09/24 21:35:09

아주 어릴적에 먹었던기억... ...
여기(한국)와서는 구경두 못햇당... ...
먹고싶다... ... 배사러가야지>>>ㅋㅋ

김상일 (♡.72.♡.66) - 2002/09/25 16:27:22

사과배를 종이로 싸는건 따낸뒤에 포장할때입니다. 재배할때에는 봉지로 싸지 않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메아리 (♡.18.♡.245) - 2002/09/26 11:45:47

그건 아니거든요 한여름철에 사과배에 종이 봉지를 씌워서 키우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키운 사과배가 많지 않을 뿐이죠

22,948 개의 글이 있습니다.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조회
보라
2006-08-09
33
63476
심애
2002-10-06
0
722
달콤한26
2002-10-05
0
438
로란
2002-10-05
0
466
ruiki
2002-10-04
8
459
jade
2002-10-04
3
353
무릉도원
2002-10-01
2
604
김재기
2002-10-01
0
452
jecky
2002-10-01
0
623
최햫화
2002-10-01
0
524
하아얀눈
2002-09-30
0
384
최햫화
2002-09-30
0
354
*포도*
2002-09-28
0
356
혼잣말
2002-09-27
0
332
jade
2002-09-27
2
436
김재기
2002-09-27
0
331
해바라기
2002-09-26
1
358
ruiki
2002-09-26
1
383
진이
2002-09-26
0
293
야외
2002-09-26
0
463
펭긴
2002-09-25
1
401
꽃나래
2002-09-25
0
285
꽃나래
2002-09-25
0
331
꽃나래
2002-09-25
0
419
꽃나래
2002-09-25
0
603
꽃나래
2002-09-25
0
585
백양
2002-09-25
0
595
백양
2002-09-25
0
392
모이자 모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