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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마당의 사계절

네로 | 2002.01.17 10:11:00 댓글: 0 조회: 1095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459
마당,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

어릴때부터 마당이 딸린집에서 살다보니 농사군의 자식이 아닐망정 땅의 소중함을 알게 되였다.이른봄이면 마늘이며 햇배추같은것을 마당에 심었고 좀 시간이 지나면 고추와 가지,오이,토마토같은 야채묘를 사다가 심었다. 야채가 파릇파릇 자랐을때쯤 마당에서 비닐호스로 물을 주는이의 가슴이 얼마나 즐거운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모를거다.

아파트에 들면 퇴근해서 장판닦고(미리 말해두지만 밥은 마누라한테 시키더라도 장판을 닦는정도의 일은 내가 손수 하리다.음흐흐...일단 시집만 오라니깐요^^) 밥먹고 티브이를 보는일밖에 뭐가 있겠는가?

그러니까 부부지간에도 권태기가 빨리 찾아들고 사는게 시들시들해지는것 같다.요즘 이혼률이 높은것도 아파트때문이라고 감히 판단한다.아이들도 맨날 방안에 같여노니까 게임기나 컴퓨터따위 현대사회의 공해에 물젖어서 콩나물처럼 희멀겋고 건실하지가 못하다.

마당이 널직한 기와집에 들어봐라,그런것은 상상할수조차 없다.봄이면 마당을 갈아엎고 마늘싹을 심느라고 정신없고 자그마한 비닐하우스에 햇배추를 심고 마당구석구석마다 해바라기씨를 꽂고 곰취모를 옮기느라 부산하다.얼마 안지나서 갖가지 야채묘를 옴니암니 가격을 캐서 시장에서 구입해서 자전거에다 싣고 땀동이를 흘리며 실어와서 시들기전에 심고 물뿌리느라 정신없다.

얼마 안지나면 묘를 세워줄 작대기를 구하느라 낫을 허리춤에 차고 가까운 산을 찾아 관목을 한아름 착실히 베여다가 순을 매주고 토마토의 곁가지를 치고 가지묘에 매달려드는 무당벌레를 손으로 잡아내느라 부산하다.(24점무당벌레는 가지묘를 갉아먹는 나쁜놈이지만 7점무당벌레는 진디물을 잡아먹는 좋은놈이니 그냥 놔두자,아니,보호하자.)

무당벌레 성화가 가시기도전에 오이넌출에 진딧물이 득실거리니 락과나 디디티같은 농약을 사다가 눈짐작으로 대야에 풀어서 빗자루로 적셔서 밭에다가 휘휘 뿌려야 한다. 극독성농약이고 인체에 잔류해서 두고두고 나쁘다지만 그런 오이를 먹고도 무탈하기만 하더라.

처음으로 가지꽃이 피여날때거나 손가락만큼하던 오이가 밤잠을 자고나서 고추장에 찍어먹어도 될만큼 충분한 크기로 자랐을때,줄당콩이 나무작대기를 타고 휘휘 키돋음을 할때, 마당이 무르익은 토마토로 울긋불긋할때의 뿌듯함이란? 소쿠리를 가지고 마당에 넘쳐나는 야채들을 따서 싱싱한 그대로 쌈을 싸먹거나 고추장에 찍어먹으면 맛이 또 유별나더라.

마당에 자그마하게 우리를 지어놓고 병아리 몇마리를 키워서 얼마간 시간이 흐르면 솜뭉치같은 병아리도 어느새 깃털을 갈고 제법 덩치가 커지니까 주식인 "강냉이가루배추잎볶음"을 만들어주느라 식칼을 들고 도마위의 배추잎을 칼탕치는 내손 바쁘기만 하다. 간간이 기여드는 족제비나 살쾡이를 물리치기 위해 닭장을 손질하는것도 게을리하지 말자.

나중에 씨암탉이 되면 날마다 샛노란 계란을 받아서 삶아먹고 지져먹고 간혹 배속이 출출하면 썩둑 모가지를 베여 고소한 닭고음을 가마에 안쳐놓고 빈병을 들고 술따르러 동네가게로 가는 즐거움을 마당이 없는자가 어찌 알리오?

앵도나무 한그루와 포도넌출 두어포기를 심어놓고 철철이 나오는 과일과 시원한 그늘아래 파초선 부치는 재미도 여간 짭잘하지가 않다,

여름이면 마당이 푸르싱싱 여간만 대견하지 않는데 주렁주렁 열린 토마토를 칼로 썩썩 베여 설탕을 뿌려먹고 서리돋치고 가시돋친 오이는 그대로 뭉텅뭉텅 베여먹고  퍼러번들거리는 가지와 다닥다닥한 고추는 큰그릇에 된장을 같이 담아 가마에 져내면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울타리곁에 둘러심은 옥수수도 아기를 업은듯이 이삭들이 불룩해지는데 한가마 그득 삶아서 빙글빙글 돌려먹으면 세상에 부러운놈 없더라.

가을이면 시들어가는 야채들을 송두리채 뽑아버리고 마당한번 다시 갈아엎고 영채와 갓을 심어 겨울김장에 보태니 마당이 쉴틈이 없고 푸른기운이 가실새가 없다.쟁반처럼 둥그런 해바라기는 무거운 머리를 푹 수그리는데 뎅겅뎅겅 잘라내여 지붕위에 널어서 가을볕에 바싹 말렸다가 고소하게 볶아서 하낫둘 까먹는 재미에 밤깊어가는줄 모른다.

서리가 내리고 마당도 한산해질즈음엔 마당에 울타리를 치고 우리에 키우던 검둥이 돼지녀석들을 내놓으면 뜨물을 벌컥벌컥 켜대고 하는짓이라고는 마당그득히 구름같은 똥무지로 도배하는것밖에 없는데 보기는 구차해도 내년농사 대풍이 들것만은 틀림없다, 봄마다 흙이 발목까지 빠질정도로 기름지니까.

가끔 작대기로 그놈들 등허리를 긁어주면 흐뭇해서 입이 귀밑까지 째지더니 아예 벌렁 드러눕는다.<에익! 단순무식하고 배만 부르면 행복하기만 한 눔들아.> 이듬해 봄까지 녀석들을 상전모시듯이 떠받들면 번질번질 피둥피둥 살집이 만만치 않은데 아쉽게도 녀석들은 그때쯤이면 푸주간으로 직행이요,목돈을 받아쥔 어머니눈길 또한 따사로워진다.<우리 막내아들녀석 바지나 한벌 사주고 셋째눔 대학학비나 보내줘야지.>

줄곧 마당이 있는 환경속에서 자라왔기때문에 갖가기 풀과 벌레를 가까이 할수가 있었고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며 흐르는 땀방울이 가져다주는 희열이 어떤것인가를 알수가 있는것 같다.

새싹이 자라나나서 열매를 맺고 또 나중에는 노랗게 시들어가는것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같은것을 어렴풋하게나마 깨닫는것 같기도 하고 아침에 풀잎에 령롱하게 빛나는 이슬을 보면서 마음까지 정화되고 투명해짐을 느꼇으니 손바닥만한 마당은 삶의 실험터요, 인생의 교과서비슷한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마당이 딸린 기와집에서 다시 살기는 향후 수십년내에 불가능한것 같다.이담에 맞이하게 될 토끼같은 마누라도 마당딸린 단층집보다는 으리으리한 아파트가 소원일테고 썩 후에 있게될 아들녀석(혹은 딸년)도 야채는 그냥 슈퍼에서 파는것으로만 알게 될것이니...

오호..통재라!이 즐거움과 기쁨은 오직 기억속에 소중이 간직해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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