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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길시 신화서점 조선말 도서

내 마음은 어디 갔니? (26)

해피투데이 | 2011.10.12 22:58:48 댓글: 4 조회: 408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1580081


26. 여자의 변덕
 

 

다음날,

상과를 마친 나는 집에 돌아와서 어문교과서를 베껴쓰기 시작했다.

거의 100페지나 되는 분량을 일주일내로 완성해야 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한페지도 못 썻기 때문이다.

연필을 잡고 글을 쓴다는것은

정말로 귀찮고 성가스러운 일이어서

웬만해서는 하지 않는 일중의 하나인데

괴팍한 우리 선생님이 해라고 하니 어쩔수 없이 하는거였다.

그리고 그 성가스러움에 앞서 이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한학기동안 깜순이를 대신해 학교청소를 해야 한다는

엄혹한 벌도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이 천하의 한동수가 어찌, 한낱 계집아이를 위하여

비자루를 들고 밀걸레를 빨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그런 일이 발생할시

이 사내대장부의 체면은 어디에 둔단 말인가?

 

나는 엄마가 펴준 상을 물리치고 엎딘채로

부지런히 연필을 놀렸다.

물론 울 엄마는 우리 아들 장하다 하면서

연신 칭찬해주셨고, 또 요즘 잘 나가는

한국드라마 마저도 보지 않은채

김치만을 담구고 있었다.

 

참, 엄마두. 그깟 공부가 머라고?

매일매일 잊지 않고 보던 드라마마저도 보지 않는단 말인가.

드라마속의 악역 여주가 남주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싶어서

온갖 치졸하고 비루한 일들을 마다치 않는 것이

괘씸하다고 매일 그 악역을 욕하지 않았던가!

어제 마침 악역이 남주가 사랑하는 여자를 차로 치어놓고

도망가는 것으로 끝났는데, 그래서 어찌 될지

고대하던 다음 내용인데... 그 아슬아슬하고도 긴장한 장면마저도 마다한채

오로지 이 아들래미의 공부를 위해 TV마저도 꺼놓았다는

사실이 내심 놀라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이 아들놈이 배추김치를 좋아한다고

한끼라도 김치를 놓친적이 없는 정성이

갸륵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그 정성에 비해

나의 열정은 차차 식어가기 시작했다.

책을 펼쳐들고 연필을 움직이기 시작해서

반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나의 손과 발은 딴 짓을 하기 시작했다.

파리 한 마리가 나의 머리맡에 와 앉았는데

그걸 잡을려고 옆에 있는 파리채를 살며시 잡아들었다.

물론 내가 파리채를 잡는 순간, 파리는 멀리로 도망가버렸고

그래서 다시 파리채를 놓고 연필을 잡으니

이번에는 귀가 간지러워났다.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나는 귀파개를 찾는답시고

엎디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똥수, 얼른 엎디지 못할가.>

 

김치를 담그고 있던 엄마가 느긋이 말해온다.

 

<귀가 간지러워서 그래요.>

 

<귀가 간지러? 엄마가 귀파개 찾아줄테니

다시 엎뎌서 공부나 해.>

 

엄마는 선전포고 비슷한 말로 엄격히 말했고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귀파개를 찾기 시작한다.

아마도 나의 공부를 위하여 드라마를 보지 못하는 복수를

단단히 할 요량인 듯 싶었다.

그런 엄마를 보니 웬지 살,벌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책앞에 엎드렸다.

 

새하얗게 맑은 책, 깨알같은 글씨들, 포근한 종이 냄새 등등...

모든 것이 내가 제일로 귀찮게 생각하는것들이었다.

엄마는 어느새 귀파개를 나한테 갖다주었고

나는 한참동안이나 귀를 파냈다.

귀를 후벼봤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연필을 잡고 있는것보다는 백배 낳았기에

귀파개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똥수야->

 

이미 집중력이 다른 곳으로 팔렸다는 것을 눈치챈 엄마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며 반짝 빛나는 이빨을 드러내보인다.

이것은 도깨비방망이를 잡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히히...>

 

나는 멋쩍게 웃어보이고는 다시 연필을 잡았다.

그리고 금방 넘긴 2페지의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섯글자 정도를 쓰고나니 속에서 천불이 나는 것이

짜증이라는 불편한 감정이 급다운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엄마의 눈길이 무서워서 계속 쓰고 있긴 했지만

나의 생각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해 줄달음 치기 시작했다.

그 생각이란 바로 차라리 깜순이 대신 청소를 해주고 말겠다는,

내가 생각해도 정말로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었다.

어찌 이런 한심한 생각이

내 머릿속에서 나올수 있단 말인가?

정말로 모순적이고 희극적인 발상이었지만

또 다시 생각해보니 전혀 틀린 생각만은 아닌 것 같았다.

하기 싫은 일, 즉 교과서를 적는 일을 억지로 할 대신

차라리 깜순이랑 함께 청소를 하는것도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았다.

이래 저래 깜순이와 더 있을수 있고,

이래 저래 말다툼도 더 할수 있다는 것이

환장할만큼 좋아졌다...

 

이쯤 되자 나는 살며시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여전히 열심히 김치를 담그고 있었다.

 

<호호...>

 

나는 슬며시 토끼웃음을 지으면서

이 갑갑한 집에서 탈출할 자세를 취했다.

이런 나의 계획을 모르고 있는 엄마는

다 담근 김치를 뒷방에 옮겨놓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지금이야!>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부리나케 집문을 뛰쳐나왔다.

 

<이놈아~ 이놈아~>

 

급기야 나의 실종을 발견한 엄마는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나의 뒤를 쫓았지만

때는 이미 늦은때였다...

 

-----------------

 

집에서 나온 나는 금이빨을 찾아 나섰다.

이틀전, 나 홀로 왜지밭에 버리고 도망간

녀석을 따끔하게 혼내줘야 했기 때문이다.

어둠은 진작부터 내려서 밤하늘에는 쪼각달이 버젓이 걸려있었지만

나는 어둠따위는 무서워하지 않는 개구쟁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금이빨네 집으로 향했다.

 

귀뚜라미 소리, 나비로 변신되는 애벌레의 소리...

온갖 풀벌레들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앞마을로 향했다.

 

<옵빠야, 정말 이러기야?>

 

새마을의 윤호네 집앞을 지나가는데

이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쁜 선생님은 저녁밥을 먹고 매일 안도로 샤워하러 가는데

왕복택시비만도 50원이었다.

그래도 씻지 않으면 못 산다고 저녁밥 먹고

베베와 반시간쯤 드라이브 하다가

개인택시를 불러서 안도시내로 가군 했다.

우리 엄마는 한 밤중에 앞강의 구석에 가서 홀로 씻고 오지만

이쁜 선생님은 돈이 많은지 매일 안도 나들이다.

 

지금도 금방 택시에서 내렸는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왜 자꾸 그래, 오빠가 바쁜걸 알잖아.>

 

어메, 이게 웬 일이래?

이쁜 선생님의 통화 내용이 다 발설되고 있잖아.

나는 이상하게 생각되어 이쁜 선생님한테 다가갔다.

 

<선생님.>

 

<... ...>

 

나의 말에는 대꾸 하지 않은채 핸드폰만을 열심히 들여보고 있었다.

신기해서 더 가까이 가 보니 어떤 남자가 핸드폰에 나타나 있었다.

소위 말하는 영상통화라는걸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앙~ 나 몰라. 오빠는 왜 매일 거짓말이야?

언제부터 온다해놓고 오지도 않고,

게다가 전화도 하지 않고...

설마 오빠 다른 여자 생긴건 아니겠지?>

 

이쁜 선생님이 옆에 버젓이 서있는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면서

자신의 통화에만 열중한다.

 

<애기야, 이번 주말에는 꼭 갈게.

요즘 회사에서 새 가게를 인수하게 생겼는데

그 가게 주인을 구워삶으려면 도끼파부터 제압해야 한단 말이야.

워낙에 독종들인지라 그 놈들을 무난히 굴복시키려면

우리가 할 일이 너무 많단 말이야.>

 

<매일 일일일일... 오빠는 지겹지도 않어.>

 

<우리 애기 또 삐졌구나.

오빠가 뭐 해줄가? 꽃 사줘? 빽 사줘? 목걸이 사줘?>

 

<오빠얏! 오빠는 맨날 내가 어린애인줄로만 알아.

내가 뭐 언제 그딴거 사달라 했어.

난 다만 오빠가 날 바라봐주기만을 원했어.

근데 매일 일을 핑계로 하면서

전화도 해주지 않고...

항상 내가 먼저 전화하고,

전화해도 바쁘다고 먼저 끊어버리고.

아무리 바빠도 전화할 시간이 없다는건

나한테 관심없다는 뜻이야.

오빠, 정말 내가 싫어진거야?

그래서 내가 보고싶다 하는데도 안 오는거야?>

 

<김가인!>

 

<오빠, 나 정말 여기 너무 싫단 말이야.

온갖 똥 냄새에 이상한 벌레에...

또 뱀을 가지고 노는 이상한 아저씨에, 성질 더러운 선생님에...

아주 구질구질해 죽겠어.

이 지옥같은 곳에 있는게 정말 지긋지긋하단 말이야.

사람들도 쌀쌀맞고 나 너무 힘들어.

그래서 오빠의 관심 받고 싶어하는게 그리 잘못된거야.

단 한번이라도 전화 해주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이야?>

 

<울 애기, 오빠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전화만 해주면 되는거지?>

 

이쁜 선생님이 울먹이면서 말하자

기세 드높던 상대편에서는 한풀 꺽이어 온화한 목소리로 말해온다.

 

<오빠, 지금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그냥 전화만 해달라고 하는 그런 뜻 아니잖아.>

내 말을 왜 꼭 그런 식으로 받아드리는거야?

꼭 어쩔수 없이 전화를 해주겠다는것처럼 말해.

그런 임무적인 전화라면 필요없어.>

 

<힘드니까 전화를 해달라며?>

 

<오빠얏!>

 

한창 불이 붙게 얘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이쁜 선생님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갑작스레 꽥 소리지른다.

그러면서 아예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그리고 전화를 끊기 바쁘게 핸드폰이 울려댄다.

이쁜 선생님은 핸드폰을 쓰윽 보더니 전화를 받지 않고 끊어버린다.

그러자 또 다시 울리고, 또 끊고

그렇게 하기를 다섯 번쯤 반복할 때

핸드폰을 한참동안 쳐다보던 이쁜 선생님은 마지 못해 받는 시늉을 한다.

 

<왜?>

 

퉁명스러운 이쁜 선생님의 목소리다.

 

<대채 왜 막무가내로 전화를 끊는거야?

내가 무얼 그리 잘못했는데...

뭐가 그리 못 마땅한데...?>

 

<오빤 나한테 관심없잖아.

난 그게 너무너무 싫어.>

 

또 퉁명스러운 목소리이다.

 

<오빠가 왜 너한테 관심없니?

아무리 일 바빠도 니가 걸려온 전화라면 다 받고

네가 힘들다고 해서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전화를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는데

내가 왜 너한테 관심없다는거야?>

 

<그런 입발린 말이나 행동같은거 말고

진심으로 우러나는 마음같은걸 보여달란 말이야!>

 

이쁜 선생님은 아예 대놓고 버럭 소리질러댄다.

 

<얏!>

 

이쯤 되자 상대편에서도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지른다.

 

<봐봐... 것봐. 그 깡패속성이 어디 가겠어.

툭하면 큰소리나 질러대고...

마뜩하지 않으면 때려부수고...>

 

<그래, 난 무식해서 할줄 아는거라고는

사람 때리고 협박이나 하고 욕이나 하고...

그런것밖에 모른다.

너같은 기집애들은 아주 딱 질색이야!

너같이 피곤한것들은 아예 씨를 말리고싶단 말이야.

사람이 적당하게 봐줄줄두 알아야지.

어떻게 자기 생각밖에 안해.

너의 그 장단을 맟추는거 이젠 막 진저리가 나.

알겠어. 그러니 다시는 전화하지마!>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상대편은

이쁜 선생님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은채

뚝딱하고 전화를 끊어버린다.

 

그리고 전화가 끊김과 동시에

이쁜 선생님은 뭐가 그리도 서러운지

엉~엉~ 하면서 목놓아 운다... 



===========================================

전 심심하고도 따분한 성격을 가진 사람입니다.
재미없는 머리에서 웃기는 이야기를 만들어낼려고 하니 
어색하지는 않을가, 유치하지는 않을가
하는 생각들로 많이 걱정됩니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이야기이니 끝은 봐야겠죠~

오늘도 들려주시는 분들한테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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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우리의 공유된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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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 (♡.245.♡.124) - 2011/10/12 23:04:36

아싸 / 내오늘은 일빠 턱 차지해봅니다^^

글쓰시느라 너무 수고하셧구요 ㅋㅋ 재밋는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 따라 가겟습니다 ㅋㅋ 즐거운밤되시구요 강추요 ㅋㅋ

해피투데이 (♡.37.♡.11) - 2011/10/12 23:16:23

ㅎㅎ 오늘도 고마워요~ 첫사랑님도 즐거운 밤 되세요^^

겨울국화 (♡.19.♡.217) - 2011/10/15 21:36:27

들러서 잘보고 갑니다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출세하길 바라는건
한결같은 부모님의 마음이라 똥수 부모님도 어지간히 속이 탔겠네요 ㅋㅋ

해피투데이 (♡.37.♡.11) - 2011/10/16 20:15:06

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오래만에 뵈서 너무 반갑네요~
편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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