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4장

나단비 | 2024.05.19 13:18:47 댓글: 0 조회: 133 추천: 0
분류명작소설 https://life.moyiza.kr/fiction/4569346
4장

알라딘과 요술램프

 
 
 
 
옛날 중국의 한 부유한 도시에 무스타파라고 하는 재봉사가 살았다. 재봉사는 너무 가난해서 가족이라고는 아내와 아들 하나뿐이었는데도 근근이 끼니를 이어갈 수 있을 뿐이었다. 알라딘이라고 하는 하나뿐인 아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으며 재봉사에게는 짐덩어리에 불과했다. 알라딘은 이른 아침부터 밖에 나가 하루 종일 거리를 쏘다니며 하릴없이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어울려서 놀았다.
알라딘이 장사를 배울 나이가 되자 그의 아버지는 그를 자신의 가게로 데려가 바느질하는 법을 가르치려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알라딘은 아버지가 등을 돌리는 순간 가게를 빠져나가 버리곤 하였다. 무스타파가 꾸짖기도 해봤지만 구제불능이었다. 아버지는 아들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병이 들어 앓아눕다가 몇 개월 만에 그만 죽고 말았다.

무서운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게 되자 알라딘은 게으른 나날을 보내며 길거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는 15살이 될 때까지 쓸모 있는 일을 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고 이러한 생활을 계속했다.
어느 날, 그가 부랑자 친구들과 거리에서 어울려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나그네가 서서 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나그네는 아프리카 마술사로 알려진 마법사였는데 그 도시에 온 지는 이틀밖에 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마법사는 알라딘이 자기 목적에 꼭 맞는 소년이라는 것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서 조사를 했다. 알라딘의 내력에 대해 알게 된 마법사는 그를 한쪽으로 불러 말했다.
“얘야, 네 아버지가 무스타파라고 하는 재봉사 아니냐?”
“네, 맞아요, 하지만 오래 전에 돌아가셨어요.” 하고 소년이 대답했다.
이 말에 아프리카 마법사는 알라딘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입을 맞추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너의 삼촌이란다. 착한 네 아버지는 내 형님이셨지. 네 아버지를 빼닮아서 한눈에 널 알아봤단다.”
 
그러고 나서 마법사는 알라딘의 손에 작은 동전들을 쥐어주며 말했다. “가서, 네 어머니에게 내 안부를 전하고 내일 찾아가겠다고 전해라. 착한 내 형님이 오랫동안 살다가 마지막을 보낸 곳이 어떤 곳인지 보고 싶구나.”
알라딘은 삼촌이 준 선물에 기뻐하며 어머니에게로 달려가서 말했다. “어머니, 나한테 삼촌이 있나요?” “아니란다, 얘야, 외가쪽도 친가쪽도 네게 삼촌은 없어.” 하고 그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방금 자기가 삼촌이라고 한 아저씨를 만나고 왔어요. 아버지의 동생이래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니까 울면서 나한테 입을 맞추고는 돈을 줬어요. 또 엄마한테 안부를 전하라고 하면서 내일 찾아온다고 했어요. 아버지가 살다가 돌아가신 집을 보고 싶다고요.”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얘야, 네 아버지에게는 실제로 동생이 한 명 있었단다. 하지만 오래 전에 죽었지. 그 외에 다른 형제가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단다.” 하고 알라딘의 어머니가 대답했다.
다음날, 알라딘의 삼촌은 알라딘이 마을 다른 곳에서 놀고 있는 것을 찾아내어 전날처럼 포옹을 하며 금화 두 닢을 손에 쥐어주고 말했다. “얘야, 이걸 어머니한테 가져다 드려라. 오늘 밤에 찾아가겠다고 전하고 저녁식사를 준비해 달라고 말해라. 하지만 먼저 네가 사는 집이 어딘지 가르쳐 주렴.”
알라딘은 마법사에게 집을 가르쳐 주고는 금화 두 닢을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삼촌의 말을 전하자 그녀는 밖으로 나가 식량을 사고 이웃에게서 여러 가지 요리 기구를 빌려왔다. 그녀는 하루 종일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식사 준비가 끝나자 아들에게 말했다. “삼촌이 우리 집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니 가서 만나거든 모시고 오거라.”
알라딘이 막 집을 나서려고 할 때 마법사가 후식으로 먹을 포도주와 온갖 과일을 갖고 들어왔다. 아프리카 마법사는 가져온 물건들을 알라딘의 손에 건네주고는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그의 형님 무스타파가 앉았던 소파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자리를 가리키자 그는 그 자리에 고개를 묻고 입을 맞추고는 눈물을 흘리며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가엾은 형님! 형님과 마지막 포옹을 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떠나보내다니 전 참으로 박복한 놈입니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남편이 앉았던 자리에 앉으라고 마법사에게 권하자 그는 거절하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요. 맞은편에 앉겠습니다. 제게 이토록 소중한 집안의 가장을 직접 볼 수는 없게 되었지만 그분이 앉았던 자리를 볼 수 있는 기쁨이라도 누릴 수 있게 말입니다.”
 
마법사는 자리에 앉자 알라딘의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형수님, 형수님께서 제 형님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사시는 동안 저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실 겁니다. 저는 40년 동안 이 나라를 떠나 있었답니다. 그동안에 인도, 페르시아, 아라비아, 시리아, 그리고 이집트를 여행했지요. 나중에는 아프리카로 건너가서 그곳에 정착해서 살았답니다. 제 고국을 다시 한 번 보고 싶고, 또 형님이 보고 싶어서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돌아왔지요. 아주 길고도 힘든 여행이었지만 가장 큰 슬픔은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하지만 형님을 빼닮은 조카를 통해서 형님을 만나니 위로가 된답니다.”
아프리카 마법사는 미망인이 남편에 대한 기억 때문에 흐느껴 울기 시작하는 것을 보자 화제를 바꾸어 알라딘을 보고 이름이 무엇이며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알라딘은 고개를 떨구고는 미망인이 다음과 같이 대답해도 하나도 무안해하지 않았다. “알라딘은 게으른 녀석이에요. 이 아이 아버지가 살아있을 적에 장사를 가르치려 애썼지만 소용이 없었지요. 아버지가 죽은 후로 아무것도 한 게 없어요. 보셨겠지만 아직도 어린애인 줄 알고 그저 길거리를 쏘다니며 날마다 빈둥거리며 지내지요. 그걸 부끄럽게 여기도록 만들지 못한다면 이 놈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이 될 거예요. 언젠가는 가까운 날에 이 녀석을 집 밖으로 내쳐서 혼자서 먹고 살게 할 작정이에요.”
알라딘의 어머니는 이렇게 말하고 펑펑 울었다. 그러자 마법사가 말했다. “그건 옳지 않은 일이야, 조카. 스스로 벌어서 먹고 살 궁리를 해야지. 장사에도 여러 가지가 있어.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도와주지. 기술을 배우고 싶지 않다면 내가 가게를 얻어 온갖 훌륭한 상품들과 린넨으로 채워 줄게. 그것으로 번 돈으로 새 물건을 사들여 또 장사를 하는 거지. 그러면 구차하게 살지 않아도 돼. 내 제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솔직히 말해 봐. 내가 한 말을 언제든지 지킬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일하기를 싫어했던 알라딘은 이 제안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다른 일보다도 그 장사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하고는 마법사에게 친절에 고맙다고 말했다. “좋아,” 하고 아프리카 마법사가 말했다. “내일 너를 데리고 나가서 이 도시의 어떤 상인보다도 더 근사한 옷을 사 주마. 그리고 함께 가게를 여는 거다.”
마법사가 자기 남편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그때까지도 결코 믿지 못했던 미망인은 아들에게 친절한 약속을 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의심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녀는 마법사의 호의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알라딘에게 삼촌의 호의에 걸맞게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훈계를 하고는 저녁을 대접했다. 식사 후 마법사는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마법사는 약속한 대로 다음날 다시 와서 알라딘을 데리고 온갖 종류의 옷과 훌륭한 물건들을 파는 상인을 찾아갔다. 그는 알라딘에게 원하는 물건을 고르게 한 다음 즉시 돈을 지불했다.
 
알라딘은 새 옷을 매우 마음에 들어하며 삼촌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마법사가 대답했다. “넌 이제 곧 상인이 될 거다. 이 가게들을 자주 드나들며 익숙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는 가장 크고 훌륭한 회교 사원들을 보여주고, 상인들의 숙소로 데려간 다음 황제의 궁전으로 데려갔다. 그곳을 그는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라딘을 자신의 숙소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마법사는 도시에 온 후 알게 된 상인들을 알라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알라딘은 밤이 늦도록 이렇게 삼촌과 함께 돌아다니다가 삼촌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갔다. 마법사는 알라딘을 혼자 보내려 하지 않고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옷을 갖춰 입은 그를 보자 기뻐하며 마법사에게 수천 번의 축복을 해 주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마법사는 알라딘에게 시골길을 보여준다면서 데리고 나왔다. 가게는 내일 사주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도시 성문 중 하나를 지나서 훌륭한 궁전들로 알라딘을 안내했다. 궁전에는 하나같이 아름다운 정원들이 딸려 있었는데 아무나 드나들 수가 있었다. 궁전을 지날 때마다 마법사는 알라딘에게 훌륭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알라딘은 궁전이 새로 나타날 때마다 감탄했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것보다 이 집이 더 훌륭해요, 삼촌.”
이러한 계략을 써서 교활한 마법사는 알라딘을 시골까지 데리고 갔다. 마법사는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 알라딘을 더 멀리 데려가야 했기 때문에 기회를 틈타 피곤한 척하면서 한 정원에 있는, 황동으로 만든 사자의 입에서 맑은 물이 쏟아져 나오는 분수대 가에 앉았다.
“이리 오너라.” 하고 그가 말했다. “너도 나처럼 피곤하겠구나. 좀 쉬자꾸나. 그러면 걷기가 좀 더 수월할 거야.”
마법사는 허리띠에서 케이크와 과일이 든 손수건을 꺼내 분수대 가장자리에 펼쳐 놓았다. 이렇게 간단한 식사를 하는 동안 그는 알라딘에게 못된 친구들과 어울려 놀지 말고 배울 점이 있는 똑똑한 친구들을 사귀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충고를 끝내자 그들은 정원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마법사는 정원을 지나고 시골을 지나 알라딘을 산으로 데려갔다.
 
마침내 그들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같은 크기의 산 두 개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두 개의 산 사이에는 좁은 계곡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이곳이 마법사를 아프리카에서 중국까지 오게 한 계획을 실행할 장소였다.
“바로 여기다!” 하고 마법사가 말했다. “여기서 아주 특별한 것을 보여주마. 그걸 보여 준 걸 내게 고마워하게 될 거다. 먼저 내가 불을 켜는 동안 불을 붙일 마른 나뭇가지들을 주워 오너라.”

알라딘이 나뭇가지를 잔뜩 주워오자 마법사가 거기에 불을 붙였다. 나뭇가지에 불이 붙자 마법사는 무슨 향료를 거기에 던지더니 알라딘이 이해할 수 없는 주문들을 외웠다.

그 순간 땅이 흔들리더니 마법사의 바로 앞에서 갈라지면서 돌멩이 하나가 드러났다. 돌멩이 한가운데에는 놋쇠 고리가 고정되어 있었다. 알라딘은 너무 겁이 나서 도망을 가려 했다. 하지만 마법사가 그를 붙잡고 욕을 하면서 따귀를 때려 쓰러뜨렸다. 알라딘은 덜덜 떨면서 일어나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기에 이러시는 거예요?”
“네 아버지 노릇을 하고 있으니 말대답하지 말아라.” 하고 마법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얘야,” 하고 마법사가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덧붙였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너한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테니 내가 주는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내가 시키는 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 이 돌 밑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 그걸 너한테 주려고 한단다. 그걸 가지면 너는 이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왕보다도 더 큰 부자가 될 것이야. 너 말고 다른 사람은 누구도 이 돌을 들어올리거나 그 동굴로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어.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 너에게나 나에게나 아주 중요한 일이니까.”
알라딘은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과 마법사가 하는 말에 너무도 놀라서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일어서며 말했다. “알았어요, 삼촌, 어떻게 하면 되죠? 말만 하세요, 시키는 대로 할게요.”
“참으로 기쁘구나, 얘야, 고리를 잡고 이 돌을 들어올리거라.” 하고 마법사가 알라딘을 껴안으며 말했다.
“네, 삼촌, 난 힘이 세지 않으니까 삼촌이 도와주세요.” 하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그러면 아무 소용이 없단다. 고리를 잡고 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이름을 말하거라. 그러고 나서 들어올리면 쉽게 들 수 있을 거다.” 하고 마법사가 대답했다. 알라딘은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하고 돌을 번쩍 들어올려 한쪽으로 놓았다.
돌을 들어올리자 작은 문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였다. “동굴 속으로 들어가거라.” 하고 마법사가 말했다.
“그러면 세 개의 커다란 홀이 나올 거야. 각 홀의 귀퉁이마다 금과 은이 가득 들어 있는 네 개의 커다란 놋쇠 통이 보일 텐데, 그것들을 절대로 건드리면 안 돼. 첫 번째 홀로 들어가기 전에 옷자락 끝을 접어 올려 몸에 감고 첫 번째와 두 번째 방을 지나서 세 번째 방으로 곧장 가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절대로 벽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거야. 네 옷자락이 닿아서도 안 돼. 그렇게 되면 너는 그 자리에서 죽게 될 거야. 세 번째 홀로 들어서면 끝쪽에 문이 하나 보일 거야. 그곳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는 훌륭한 나무들이 자라는 정원으로 통하지. 정원을 지나 다섯 발자국을 가면 테라스가 나오는데 구석에 불이 켜져 있는 램프가 있어. 그 램프를 내려서 불을 꺼. 그러고 나서 심지를 버리고 액체를 쏟아 버린 다음 허리띠에 차고 내게로 가져와. 액체 때문에 옷이 더러워질까봐 염려 안 해도 된단다. 그 액체는 기름이 아니니까. 액체를 쏟아 부으면 램프는 마를 거야.”
 
이렇게 말한 다음 마법사는 자기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서 알라딘의 손에 끼워 주면서 부적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자, 용감하게 내려가렴. 우리 둘 다 평생 부자로 살게 될 거야.”
알라딘이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자 아프리카 마법사가 말한 대로 세 개의 홀이 보였다. 그는 죽을까봐 무서워서 아주 조심조심 홀들을 지나서 곧장 정원을 가로질러 구석에 놓인 램프를 끌어내린 다음 액체를 쏟아 버리고 허리띠에 묶었다.
그는 테라스에서 내려올 때 정원에 잠깐 멈춰서서 갖가지 색깔의 특이한 과일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나무들을 살펴보았다. 어떤 나무에는 온통 흰색의 과일만 열려 있었고, 또 어떤 나무에는 수정처럼 투명하고 맑은 과일들이 매달려 있었다. 연한 붉은색 과일이 열린 나무가 있는가 하면 짙은 빨간색 열매가 매달려 있는 나무도 있었고 녹색, 파란색, 자주색, 그리고 노란색 열매가 열려 있는 나무도 있었다. 한마디로 온갖 색깔의 과일들이 열려 있었다. 흰색은 진주였고, 투명하고 맑은 과일은 다이아몬드였으며, 짙은 빨간색은 루비였고, 옅은 붉은색은 발라스 루비1, 녹색은 에메랄드, 파란색은 터키옥, 자주색은 자수정, 그리고 노란색은 옐로 사파이어였다. 알라딘은 그 보석들의 가치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무화과나 포도나 그 밖의 다른 과일들이 매달려 있는 것을 더 좋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열매들이 매우 예쁘다고 생각하면서 가져갈 수 있을 만큼 많이 따서 지갑과 옷 사이사이에 가득 채웠다.
1.붉은 장미색의 루비
알라딘은 가치를 알지도 못하는 보석을 잔뜩 가지고 아주 조심스럽게 세 개의 홀을 지나 다시 동굴 입구에 다다랐다. 입구에서는 마법사가 초조하게 안절부절못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라딘은 그를 보자 소리쳤다. “삼촌, 손을 내밀어 날 꺼내 주세요.”
그러자 마법사가 대답했다. “램프를 먼저 주려무나. 걸리적거릴 테니까.”
“그럴게요, 삼촌.”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줄 수가 없어요. 올라가면 줄게요.” 아프리카 마법사는 알라딘을 끌어올려 주기 전에 램프를 손에 넣어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과일을 잔뜩 몸에 지니고 있어서 허리춤에 있는 램프에 손이 잘 닿지 않으니 위에 올라가면 주겠다고 말했다. 알라딘이 램프를 계속 주지 않으려 하자 마법사는 벌컥 화를 내며 향료를 불 속에 던지며 두 마디의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즉시 돌이 원래 있던 제자리로 움직이면서 흙이 그 위를 덮어 마법사와 알라딘이 처음 도착했을 때의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행동으로 보아 마법사가 알라딘의 삼촌이 아님에 분명했다. 사실, 그는 마법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램프를 찾아서 모험을 떠난 마법사였다. 그는 얼마 전에야 램프가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를 알게 되었고 그 램프를 손에 넣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알라딘의 손을 빌리기로 한 것이었다.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을 알게 된 마법사는 그날 아프리카로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알라딘이 없어진 것을 알고 자기에게 알라딘의 행방에 대해 물을까봐 마을을 피해서 멀리 돌아갔다.
동굴에 갇히게 된 알라딘은 울면서 램프를 주겠다고 하면서 삼촌을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의 소리가 밖에서는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라딘은 정원으로 갈 생각으로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마법에 의해 열려 있던 문은 다시 마법의 힘으로 닫혀 있었다. 알라딘은 ‘다시는 빛도 못보고 컴컴한 어둠 속에서 곧 죽게 되었구나.’ 라는 무서운 생각에 계단에 앉아서 더욱더 큰 소리로 울며 소리쳤다. 그러다가 전적으로 신의 뜻에 따를 결심을 하고 두 손을 꼭 움켜쥐고 말했다. “위대하고 높으신 하느님에게만 능력과 권세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알라딘은 마법사가 그의 손가락에 끼워 준 반지를 비볐다. 그 순간 머리가 천장까지 닿는, 무시무시하게 생긴 지니 요정이 땅 속에서 솟아나와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당신의 노예로서, 그리고 당신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를 가진 사람들의 노예로서 명령만 하시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와 그 반지의 다른 노예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평상시였다면 알라딘은 너무나도 기이한 형상이 무서운 나머지 얼어붙은 채 입도 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처해 있는 위험이 그를 거침없이 대답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나를 꺼내 주거라.”
이렇게 말한 순간 그는 마법사가 땅을 갈라지게 했던 장소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알라딘은 깜짝 놀랐다. 그는 다시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을 하느님에게 감사하며 서둘러서 집으로 향했다. 집 문을 들어서자 그는 어머니를 보게 된 안도감과 더불어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운이 빠져서 기절하고 말았다. 그는 오랫동안 죽은 듯이 기절해 있었다.

제정신이 돌아오자 알라딘은 어머니에게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얘기했다. 얘기를 들은 그의 어머니는 마법사를 몹시 증오했다. 그러고 나서 알라딘은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늦게까지 잠을 잤다. 그가 잠에서 깨어 맨 처음 한 말은 먹을 것을 달라는 말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말했다. “오! 얘야, 네게 줄 빵이 한 조각도 없구나. 하지만 목화가 좀 있으니까 그걸 짜서 내다 팔아서 빵과 저녁으로 먹을 것을 좀 사오마.”
“어머니, 목화는 나중에 쓰도록 아껴 두세요. 어제 제가 가져온 램프나 줘보세요. 제가 그걸 내다 팔면 그 돈으로 아침과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살 수 있을 거예요. 저녁 식사용까지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램프를 들고 와서 아들에게 말했다. “여기 가져왔다. 한데 너무 더럽구나. 깨끗이 닦으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게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잔모래와 물을 가져와 램프를 닦기 시작했다. 그런데 램프를 문지르기 시작한 순간 무시무시하게 생긴 거대한 지니 요정이 나타나 천둥과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당신의 노예로서, 그리고 당신이 손에 든 램프를 가진 사람들의 노예로서 명령만 하시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와 그 램프의 다른 노예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지니 요정을 보고 공포에 질려 기절하고 말았다. 동굴에서 이미 지니 요정을 본 적이 있는 알라딘은 어머니의 손에서 램프를 낚아챈 후 지니 요정에게 대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배가 고프다. 먹을 것을 가져오너라.”
지니 요정은 즉시 사라지더니 잠시 후 커다란 은쟁반을 가지고 돌아왔다. 거기에는 가장 맛있는 진수성찬이 들어 있는 은으로 된 12개의 접시, 6개의 커다란 흰 빵이 담긴 두 개의 접시, 포도주 두 병, 그리고 은잔들이 얹혀 있었다. 지니 요정은 이 쟁반을 양탄자에 놓더니 사라져 버렸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제정신이 돌아오기도 전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알라딘은 의식이 돌아오도록 물을 가져와서 어머니의 얼굴에 뿌렸다. 그러자 곧이어 어머니가 의식을 회복했다. “어머니, 놀라지 마세요. 여기 어머니를 기쁘게 하고 내 배고픔을 채워 줄 것이 있어요.”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얘야, 이처럼 많은 음식을 누가 보내 주었느냐? 황제께서 우리가 가난한 것을 알고 측은히 여겨 보내신 거냐?”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어머니. 앉아서 먹기나 해요. 어머니도 저처럼 훌륭한 아침식사가 필요하실 테니까요. 식사를 하고 나서 모두 다 말씀 드릴게요.”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두 사람은 앉아서 잘 차려진 음식을 음미하며 먹었다. 하지만 알라딘의 어머니는 접시와 쟁반에서 계속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은으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쇠붙이로 만든 것인지를 판단할 만한 능력은 없었지만, 그 가치보다도 색다른 생김새가 그녀의 관심을 끌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먹고 남은 음식을 가져다 보관해 놓은 다음 아들 옆 소파에 앉아서 물었다. “자, 이제 더 이상 조바심 나게 하지 말고 말해 보거라. 내가 기절한 동안 너와 지니 요정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있는 그대로 말해 보거라.” 알라딘은 기꺼이 그러겠다고 말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지니 요정이 나타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아들이 들려준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하지만, 알라딘, 우리가 지니 요정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그 끔찍하게 생긴 지니 요정이 어찌하여 네가 아닌 나에게 말을 건단 말이냐? 동굴에서 네 앞에 나타났던 그 요정이 말이다.”
“어머니, 어머니가 본 지니 요정은 몸집이 비슷하긴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났던 요정이 아니에요. 두 요정은 서로 아주 다르고 복장도 달랐어요. 그들이 섬기는 주인도 다르고요. 기억해 보면, 내가 처음에 본 지니 요정은 자기를 내 반지의 노예라고 했고, 어머니가 본 요정은 자기를 어머니가 손에 들고 있었던 램프의 노예라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그 요정을 보자마자 기절을 하셔서 그가 하는 말을 못 들으셨을 거예요.” 하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뭐라고!” 하고 어머니가 외쳤다. “그럼 그 램프 때문에 지니 요정이 네가 아니라 나한테 말을 한 거냐? 아! 알라딘, 이 램프를 당장 내 눈 앞에서 치우거라. 다른 곳에 가져다 놓거라. 다시 만졌다가는 놀라서 죽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가져다 팔았으면 좋겠구나. 충고하는데, 그 반지도 치워 버리려무나. 우리의 예언자께서 악마라고 칭한 지니 요정과는 가까이 하지 말아라.”
알라딘이 대답했다. “어머니, 죄송하지만 램프는 어머니에게도 나에게도 아주 유용해요. 램프를 팔지 않을 거예요. 그 거짓되고 사악한 마법사가 이 신기한 램프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면 그처럼 힘들고 기나긴 여행을 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우연히도 우리 손에 들어왔으니 이웃 사람들이 질투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도록 그걸 자랑하지 말고 유익하게 잘 이용하도록 해요. 하지만 어머니가 지니 요정을 보면 기겁을 하시니까 어머니 눈에 띄지 않으면서 필요할 때 내가 쓸 수 있는 곳에 가져다 놓을게요. 그리고 이 반지는 그대로 갖고 있겠어요. 이 반지가 없었더라면 어머니는 다시는 나를 보지 못했을 거예요. 내가 지금은 이렇게 살아 있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데 반지가 없다면 한 순간에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반지를 항상 내 손가락에 끼고 다닐 수 있게 허락해 주세요.”
알라딘의 어머니는 좋을 대로 하라고 대답했다. 어쨌든 그녀로서는 지니 요정을 만날 일도 없을 것이고, 그에 대해 어떤 말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저녁이 되자 지니 요정이 가져다준 음식이 모두 바닥이 났다. 그 다음날, 알라딘은 배고픔을 떨쳐 버릴 수가 없어서 은접시 중 하나를 조끼 속에 넣고 아침 일찍 팔러 나갔다. 길을 가다 한 유대인을 만난 그는 길 한쪽으로 유대인을 불러 세우고 접시를 꺼내 사겠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교활한 유대인이 접시를 받아들고 살피더니 훌륭한 은으로 만든 접시라는 것을 알고는 알라딘에게 얼마에 팔 거냐고 물었다. 접시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런 거래를 해 본 적도 없는 알라딘은 양심껏 판단해서 주라고 말했다.
유대인은 이런 소박한 거래에 다소 당혹스러워 알라딘이 은이 무엇인지 아는지, 그리고 자신이 팔려고 하는 물건의 값을 제대로 아는지 의심스러워서 지갑에서 금화 한 닢을 꺼내 주었다. 그것은 접시 값의 6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알라딘은 매우 달갑게 돈을 받아들고는 서둘러서 자리를 떠났다. 유대인은 엄청나게 이득을 봤음에도 그에 만족하지 않고 알라딘의 무지를 꿰뚫어 보지 못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거스름돈을 달라고 하려고 알라딘을 쫓아가려 했다. 하지만 알라딘이 매우 빠른 속도로 이미 멀리 가 버렸기 때문에 쫓아갔다 해도 따라잡지는 못했을 것이다.
알라딘은 집으로 가는 길에 빵집에 들러 빵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아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에게 주었으며, 알라딘의 어머니는 그 돈으로 한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샀다. 알라딘은 필요할 때마다 유대인에게 같은 가격에 접시를 한 개씩 팔았으며, 열두 개를 팔 때까지 그들은 이렇게 생활해 나갔다. 유대인은 엄청난 이득이 남는 이 같은 거래가 끊어질까 두려워 처음 이후로는 가격을 더 깎을 엄두를 못 냈다.
접시를 모두 팔아치우자 알라딘은 무게가 접시의 열 배나 되는 쟁반을 팔 생각을 했다. 그 쟁반을 들 수만 있었다면 접시를 팔았던 유대인에게 가져갔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크고 무거워서 들 수가 없었기 때문에 유대인을 집으로 데려와야 했다. 유대인은 쟁반의 무게를 살피더니 금화 열 닢을 내놓았다. 알라딘은 이에 매우 만족해하였다.
돈이 모두 바닥이 나자 알라딘은 다시 램프에게 부탁을 했다. 그가 램프를 손에 들고 비비자 그 순간 지니 요정이 나타나 이전처럼 똑같은 말을 되풀이해서 말했다. 알라딘이 말했다. “배가 고프다. 그러니 먹을 것을 가져 오너라.” 지니 요정이 사라지더니 잠시 후 이전과 똑같은 수의 접시가 든 쟁반을 가지고 나타나 그의 앞에 내려놓고는 사라졌다.

알라딘은 먹을 것이 또 다 떨어지자 접시 하나를 들고 이전에 접시를 거래했던 유대인 행상인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금세공인의 가게를 지나려 할 때 금세공인이 그를 알아보고 불러 세워 말했다.
“이보게, 젊은이. 일전에 젊은이가 유대인과 얘기하는 걸 봤는데 그 유대인에게 물건을 팔러 가는 모양이지? 그런데 그 유대인이 유대인들 중에서도 제일 나쁜 사기꾼이라는 걸 모르나? 내가 그 접시의 실제 가치가 얼마나 나가는지 알려줌세. 젊은이를 속이지 않는 다른 상인들을 소개해 줄 수도 있네.”
접시 가격을 더 많이 받을 생각에 알라딘은 조끼 속에서 접시를 꺼내 금세공인에게 보여주었다. 금세공인은 한눈에 그것이 가장 훌륭한 은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알아보고 그와 똑같은 접시를 유대인에게 팔았는지를 물었다. 알라딘이 금화 한 닢씩 받고 열두 개를 팔았다고 하자 금세공인이 소리쳤다. “악랄한 놈 같으니라고!”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젊은이,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가 없네. 이 접시는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가장 순도가 높은 은과 같은 은으로 만들어졌군. 이 접시가 가격이 얼마나 나가는지 보여주면 그 유대인이 젊은이를 얼마나 속여먹었는지 알 거야.”
금세공인은 저울을 가지고 접시의 무게를 달았다. 그는 1온스의 순은이 얼마인지를 말해 주고는 그 접시는 무게로 따져 금화 60냥에 팔린다고 말하며 즉시 그 돈을 지불했다.
알라딘은 그의 정직한 거래에 대해 고마워하며 나머지 접시와 쟁반을 그에게 팔아 무게로 따져 돈을 받았다.
알라딘과 그의 어머니는 램프에게 부탁하여 엄청난 보물을 가질 수 있었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이전처럼 검소하게 살았다. 알라딘이 접시와 쟁반을 판 돈으로 한동안 먹고 살기에 충분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알라딘은 금란1과 은란2, 린넨, 비단, 그리고 보석류를 파는 주요한 상인들 가게를 드나들면서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 나갔다. 그는 보석 상인들과 사귀면서, 램프를 가지러 갔을 때 자신이 가져온 열매들이 색유리가 아니라 엄청난 가치가 있는 보석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신중을 기하기 위해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는 어머니에게도 자기에게 보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1.금실을 넣어 짠 천
2.은실을 넣어 짠 천
 
어느 날, 알라딘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황제의 딸인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목욕을 하러 오고 가는 동안 모든 사람들은 가게와 집 문을 닫고 안에 들어가 있으라는 포고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포고에 알라딘은 공주의 얼굴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목욕탕 문 뒤에 몸을 숨겼다. 공주의 얼굴을 보기에 매우 적당한 곳이었다. 잠시 후 공주가 나타났다. 수많은 여자들과 노예들이 공주의 옆과 뒤에서 호위를 하며 따라왔다. 목욕탕 문에서 서너 발자국 떨어진 곳에 다다르자 공주가 베일을 벗었기 때문에 알라딘은 공주의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있었다.
 
 
공주는 흑갈색 머리를 가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커다란 눈은 보석처럼 반짝였고 표정은 온화하고 사랑스러웠으며 코는 흠잡을 데가 없었고 입은 조그마했으며 입술은 주홍색에 몸매는 완벽했다. 그러니 알라딘이 황홀하여 넋을 잃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공주가 그의 앞을 지나 목욕탕으로 들어가자 알라딘은 그곳에서 나와 집으로 갔다. 그의 어머니는 알라딘이 여느 때와는 달리 우울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일 때문에 그러는지, 혹시 아픈 것은 아닌지를 물었다. 알라딘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사실대로 모두 말하고는 이렇게 말을 맺었다. “공주를 사랑해요. 황제께 공주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할 거예요.”
알라딘의 어머니는 아들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공주와 결혼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말했다. “얘야, 무슨 소리냐? 정신이 나간 모양이구나.”
알라딘이 대답했다.
“어머니,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에요. 어리석고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꾸중하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건대 황제 폐하께 공주와 결혼하게 해 달라고 부탁하기로 결심했어요. 어머니가 아무리 꾸짖어도 소용없어요. 황제 폐하께 드릴 만한 선물로는 저번에 지하에 있는 동굴에서 가져왔던 유리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유리들이 사실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보석이었어요. 아주 훌륭한 군주에게 걸맞은 것들이죠. 가게들을 드나들면서 그것들이 값나가는 보석이라는 사실을 알았어요. 어떤 상인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석과 비교할 만한 보석을 가진 사람은 없어요, 크기나 아름다움 면에서 말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자기네 보석을 실제 가격보다 더 비싸게 받지요. 그러므로 황제 폐하께 우리 보석을 가져다드리면 매우 좋아하실 거예요. 보석을 담을 커다란 도자기 접시가 있지요? 그걸 가져다주세요. 색깔별로 정리하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한 번 보게요.”
 
알라딘의 어머니가 접시를 가져오자 알라딘은 보석을 보관해 두었던 두 개의 지갑에서 보석을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대낮인데도 보석들이 내뿜는 다양한 색의 화려한 빛에 두 사람은 너무도 눈이 부셔 깜짝 놀랐다. 그 가치를 알지는 못했지만 화려한 보석들을 보자 알라딘의 어머니는 걱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하지만 알라딘이 조급하게 굴까봐 다음날 궁전에 가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알라딘은 날이 밝기도 전에 일어나 어머니를 깨우며 빨리 옷을 입고 궁전으로 가서 재상과 중신들이 어전회의실1에 자리를 잡고 앉기 전에 입궐하라고 재촉했다.
1.임금의 앞에서 중신들이 모여 국가 대사를 의논하던 곳
 
알라딘의 어머니는 전날 보석들을 담아두었던 접시를 두 장의 보자기에 싸서 궁전으로 향했다. 궁전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재상과 다른 중신들이 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수많은 신하들 사이를 뚫고 널따란 어전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입구는 매우 웅장했다. 그녀는 황제와 황제의 좌우로 늘어서 있는 재상과 중신들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순서에 따라 몇 가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후 어전회의가 끝이 났다. 황제는 일어서서 재상의 호위를 받으며 왕의 처소로 돌아갔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황제와 신하들이 모두 물러가는 것을 보고 그날은 회의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알라딘은 어머니가 황제에게 얘기도 꺼내지 못한 것을 알고 매우 실망했다. 하지만 알라딘의 어머니는 그를 위로하며 말했다. “내일 다시 가 보마. 내일은 황제 폐하께서 그리 바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다음날 아침, 알라딘의 어머니는 전날처럼 이른 시간에 선물을 가지고 황제의 궁으로 갔다. 하지만 궁전에 도착하여 어전회의실이 닫혀 있는 것을 보고 어전회의가 이틀에 한 번씩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음날 다시 찾아갔다. 그녀는 그 후 어전회의가 있을 때마다 여섯 번을 더 찾아가서 그 때마다 황제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하지만 첫 날과 마찬가지로 말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하지만 6일째 되는 날, 어전회의가 끝난 후 자기 방으로 돌아온 황제가 재상에게 말했다. “요 며칠 사이에 어전회의를 할 때마다 어떤 여인이 보자기에 무언가를 싸들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회의가 시작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바로 내 앞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소. 다음 회의 때 그 여인이 오거든 불러오시오. 무슨 연유인지 들어야겠소.” 재상은 손을 아래로 내렸다가 머리 위로 들어올려 대답을 대신했다. 그 명령을 실행하지 못하면 손을 잃어도 된다는 뜻이었다.
다음 회의가 열리는 날, 알라딘의 어머니는 여느 때처럼 어전회의실로 가서 황제의 바로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재상은 즉시 왕홀1을 들고 다니는 신하를 불러 알라딘의 어머니를 가리키며 황제 앞으로 불러오라고 명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즉시 그를 따라갔다. 황제 앞에 이르자 그녀는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고 황제가 일어나라고 명령하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황제가 이렇게 말했다. “선량한 여인이여, 그대가 어전회의가 시작되어 끝날 때까지 오랫동안 서 있는 것을 지켜 보았노라. 무슨 연유인고?”
1.왕의 권위를 나타내는 지팡이
 
황제의 물음에 알라딘의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엎드리며 말했다. “군주 중의 군주이신 황제 폐하, 무례하게도 이런 요청을 드리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먼저 용서해 주시고 벌하지 않으시겠다는 약속을 해 주십시오.”
“그래, 무슨 말을 하든 용서해 주겠노라. 벌하지 않을 테니 용기 있게 말해 보거라.” 하고 황제가 대답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이처럼 세심하게 신중을 기한 뒤 무슨 연유로 왔는지 차분하게 설명한 후 공주에 대한 아들의 사랑을 참작해 달라고 말하면서 거듭해서 용서를 빌었다.
황제는 조금도 노여워하는 기색이 없이 설명을 듣더니 대답을 하기 전에 냅킨에 싸서 가져온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왕의 발 밑에 놓았던 접시를 들고 보자기를 풀고는 황제에게 보여주었다.
황제는 접시에 담긴 아주 크고 아름답고 값진 보석을 보고 놀라고 감탄하여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탄복을 금치 못하며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알라딘의 어머니의 손에서 선물을 받아들고는 기쁨에 겨워 외쳤다. “참으로 화려하고 아름답도다!”
 
황제는 탄복을 하며 보석들을 하나하나 만져보고는 재상을 돌아보고 접시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보시오, 이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보석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고 고백하고 자백하고 감탄하고 경탄해 보시오.”
재상은 넋을 잃었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자, 이 선물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오? 내 공주만한 가치가 있지 않소? 이렇게 공주의 가치를 높이 사는 자에게 공주를 주어야 하지 않겠소?”
재상이 대답했다. “이 선물이 공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폐하, 결정을 내리시기 전에 저에게 3개월만 시간을 주십시오. 그 시간 동안에 폐하께서 그토록 총애하시는, 소신의 아들이 황제께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자인 알라딘보다 더 고귀한 선물을 준비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황제는 기꺼이 이 부탁을 들어주며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선량한 여인이여, 집으로 돌아가 아들에게 말해 주거라.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 3개월 이내에는 공주를 결혼시킬 수 없느니라. 3개월이 지나면 그 때 다시 오거라.”
알라딘의 어머니는 호의적인 대답을 듣고 기대 이상으로 만족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3개월 후에 황제의 결정을 들으러 다시 궁전에 가기로 했다고 아들에게 말했다.
알라딘은 그 소식을 듣고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라고 생각하면서 어머니의 노고에 감사했다. 결혼 승낙을 얻어내는 일은 그의 행복에 그토록 중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알라딘의 어머니는 시내에 나갔다가 가게마다 온통 나뭇잎과 비단과 양탄자로 치장이 되어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 기쁨에 들떠 있는 것을 보았다. 거리는 의식을 거행할 때 입는 의복을 갖춰 입은 관리들로 붐볐다. 그들은 호화롭게 치장한 말을 타고 있었으며 관리들마다 수많은 하인들이 뒤따르고 있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무슨 축제가 있기에 이처럼 대대적으로 준비를 하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한 사람이 대답했다. “아니, 오늘 밤 황제 폐하의 따님이신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와 재상의 아드님이 결혼식을 하는데, 그것도 모른단 말이오? 공주님이 이제 곧 목욕을 하고 돌아오실 거요. 이 관리들은 결혼식이 엄숙히 거행될 궁전으로 가는 행렬을 돕기 위해 모인 것이오.”
알라딘의 어머니는 급히 집으로 가서 알라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얘야, 이제 넌 글렀다. 황제 폐하의 고상한 약속이 모두 허사가 되어 버렸다. 오늘 밤 재상의 아들이 공주님과 결혼한단다.”
알라딘은 그 소식을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하지만 램프를 생각하자 갑자기 희망이 생겼다. 그는 기필코 결혼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방으로 가서 램프를 들고 비볐다. 그 순간 지니 요정이 나타나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알라딘이 말했다. “듣거라. 지금까지 너는 날 위해 일을 잘 해 주었다. 하지만 지금 아주 중대한 일을 맡기려 한다. 나와 결혼하기로 한 황제 폐하의 따님이 오늘 밤 재상의 아들과 결혼하려 한다.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결혼식이 거행되기 전에 두 사람을 내게 데려오너라.”
“주인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하고 지니 요정이 대답했다.
알라딘은 여느 때처럼 어머니와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 방으로 가서 지니 요정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황제의 궁전은 결혼 축제로 한창 즐거움에 들떠 있었다. 축제는 한밤중까지 계속되었다. 한밤중이 되자 신랑과 신부가 그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방으로 들어간 순간 지니 요정이 그들을 붙잡아 곧장 알라딘의 방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어떻게 해서 그곳으로 가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몹시 두려웠다.
“신랑을 데려가거라. 그리고 내일 새벽까지 잘 가두어 두었다가 다시 데려오너라.” 하고 알라딘이 명령했다. 그러고 나서 알라딘은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을 설명해 줌으로써 신부의 두려움을 달래 주려고 애썼다. 하지만 신부는 황제의 약속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다.
 
 
새벽이 되자 지니 요정이 재상의 아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바로 옆방에 지니 요정과 단둘이서 밤새 갇혀 있었다. 재상의 아들은 문 앞에 꼼짝도 않고 넋이 나가 서 있었다. 알라딘의 명령에 램프의 노예는 두 사람을 다시 궁전으로 데려다 놓았다.
 
지니 요정이 그들을 막 안전하게 내려놓았을 때 황제가 아침 인사를 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다. 밤새 얇은 속옷 차림으로 서서 추위에 떨며 죽을 뻔했던 재상의 아들은 노크 소리가 나는 순간 전날 밤 옷을 벗어 두었던 옷 갈아입는 방으로 달려갔다.
황제는 문을 열고 침대 옆으로 다가가 공주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공주가 아주 우울해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공주는 고뇌에 찬 얼굴을 하고 슬픈 표정으로 황제를 바라볼 뿐이었다. 황제는 공주가 이처럼 아무 말도 없이 침울해하는 데에는 필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즉시 황후의 방으로 가서 공주의 상태에 대해 얘기하면서, 공주가 자기를 보고도 아무 말 없이 침울해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폐하, 제가 가서 살펴보겠어요. 나한테도 그러진 않을 거예요.” 하고 황후가 말했다.
황후가 찾아갔을 때도 공주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황후가 다그치자 공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전 너무나 불행해요.” 공주는 자기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을 얘기했다. “딸아, 이 모든 것을 너 혼자만 알고 있거라. 이런 이상한 얘기를 하면 모두들 네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할 테니까.” 하고 황후가 대답했다.
황후는 공주의 방에서 나와 재상의 아들에게 가서 물었다. 하지만 공주와의 결혼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그는 전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다음날도 결혼식이 화려하게 진행되었다.
그날 밤 알라딘은 다시 지니 요정을 불러 공주와 재상의 아들을 데려오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황제가 방문할 시간에 맞추어 다시 궁전으로 데려다 놓게 하였다. 황제가 묻자 공주는 눈물을 흘리며 마침내 모든 일을 얘기했다. 황제는 재상을 불러 의논을 하던 중 재상의 아들이 공주보다 더 심한 일을 겪었다는 사실을 알고 결혼식을 취소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왕국 전역에서 며칠 동안 더 계속될 예정이었던 모든 결혼식 행사가 중단되었다.
이처럼 갑작스럽게 결혼식 행사가 중단되자 이러저러한 소문이 나돌았다. 하지만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와 같은 예상치 않은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온 도시와 왕국에 여러가지 추측과 의문이 난무했지만, 재상과 그의 아들이 몹시 풀이 죽은 얼굴로 궁전을 나왔다는 것 외에는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없었다.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알라딘뿐이었고, 알라딘은 영악하게도 그 비밀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라딘과 그의 요청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던 황제와 재상은 이 모든 혼란의 원인이 알라딘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황제가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약속을 한 지 3개월이 지났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황제의 결정을 듣기 위해 궁전으로 찾아갔다. 황제는 즉시 그녀를 알아보고는 재상에게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폐하,” 하고 알라딘의 어머니가 황제 앞에 엎드리며 말했다.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3개월이 지나서 소인의 아들을 위해 간청 드리고자 왔습니다.”
황제가 이 여인의 요청에 대해 대답을 주겠다고 시간을 정할 때에는 다시 이 여인을 보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제는 자신이 한 약속을 저버리기가 싫었다. 그래서 재상과 의논을 하자 재상은 알라딘의 처지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하라고 충고해 주었다. 황제는 그 충고가 현명하다고 생각되어 충고를 받아들여 알라딘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선량한 여인이여, 황제란 무릇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이므로 나 또한 내가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다. 그러므로 너의 아들을 내 딸과 결혼시키겠노라. 다만, 네 아들이 더욱더 가치 있는 것을 가져오지 않는다면 결혼을 허락할 수 없노라. 그러니 아들에게 이렇게 전하거라. 순금으로 만든 40개의 쟁반에 일전에 나에게 선물로 가져왔던 것과 똑같은 보석들을 가득 담아서 40명의 흑인 노예들이 들고 오도록 하되, 그들 앞에서 화려하게 차려입은 젊고 잘생긴 40명의 백인 노예들이 행렬을 인도해 오도록 하여라. 그러면 나의 약속을 즉시 이행하도록 하겠노라. 이 조건을 이행하면 공주를 그와 결혼시키겠노라고 가서 말하거라. 그의 대답을 기다리겠노라.”
알라딘의 어머니는 다시 한 번 왕 앞에 엎드려 절하고는 물러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알라딘의 어머니는 아들의 어리석은 상상에 혼자서 웃었다. “대체 어디서 황제 폐하가 요구하신 것을 구한단 말인가?” 하고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집으로 돌아와 그녀는 황제가 전하라고 한 말을 아들에게 전하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황제께서는 당장 너의 대답을 듣길 원하신단다. 하지만,” 하고 그녀는 웃으면서 말했다. “기다리고 싶은 대로 언제까지나 기다리시라지.”
 
“어머니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요.” 하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공주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에요. 그런 하찮은 것을 요구하시다니 매우 다행이에요. 그것들을 당장 준비하도록 할게요.”
알라딘은 즉시 지니 요정을 불러 원하는 것을 주문했다. 지니 요정은 즉시 명령을 이행하겠다고 말하고는 사라졌다. 잠시 후 지니 요정이 40명의 흑인 노예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흑인들은 황제에게 바쳤던 것들보다 훨씬 더 크고 아름다운 진주,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그리고 온갖 종류의 보석들이 담긴 순금으로 된 쟁반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있었다.
“어머니,”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요. 황제 폐하와 어전회의에 모인 중신들이 자리를 뜨기 전에, 공주를 얻는 대가로 폐하가 요구한 지참금인 이 선물을 가지고 빨리 궁전으로 돌아가세요. 내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폐하의 요구를 이행한 것을 보시고 얼마나 열렬하게, 그리고 얼마나 진심으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아실 거예요.”
선물을 든 행렬은 너무도 장관이어서 그들이 거리를 지나갈 때 사람들이 몰려들어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노예들이 입은 보석으로 번쩍이는 화려한 옷들을 보고 사람들은 그들이 왕과 왕자들이라고 생각했다. 알라딘의 어머니가 앞장선 가운데 그들은 침착하게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서로 너무나도 비슷해서 구경꾼들이 놀라워하였다.
그들이 궁전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황제가 그들을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명령했기 때문에 행렬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궁전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일부는 왼쪽으로, 나머지는 오른쪽으로 줄을 서서 어전회의실로 들어섰다. 그리고 모두 안으로 들어서자 황제의 왕좌 앞쪽으로 반원형으로 정렬하여 선 다음 흑인 노예들이 황금 쟁반을 양탄자 위에 내려놓고, 양탄자 위에 머리를 조아리며 엎드렸다. 동시에 백인 노예들 역시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 나서 그들이 일어서자 흑인 노예들은 쟁반 뚜껑을 연 다음 가슴 위에서 팔짱을 끼고 똑바로 섰다.
그 사이에 알라딘의 어머니는 왕좌의 발치로 가서 경의를 표한 다음 황제에게 말했다. “폐하, 소인의 아들은 이 선물들이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님의 가치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하께서 이 선물을 받아주시기를 바라며 이 선물이 공주님의 마음에 드시길 희망한답니다. 폐하께서 요구하신 조건들을 맞추려고 노력했으므로 그러시리라 확신한다고 하였습니다.”
황제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알라딘이 보내는 화려한 선물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가서 아들에게 전하라.” 하고 황제가 말했다. “두 팔을 벌리고 그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노라고. 빨리 서둘러 와서 나의 손에서 공주를 받아 가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없겠노라고 전하여라.”
알라딘의 어머니가 물러가자 황제는 어전회의를 마치고 왕좌에서 일어나 공주의 하인들을 시켜 쟁반을 공주의 방으로 옮기게 했다. 그리고 시간이 나자 공주의 방으로 가서 함께 보석을 구경하였다. 40명의 노예들은 안내를 받아 궁전으로 안내되었다. 그 노예들의 화려한 모습에 대해 공주에게 얘기하던 황제는 그들을 공주의 방 앞으로 데려오라고 명했다. 격자창을 통해 공주에게 자신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 사이에 집에 도착한 알라딘의 어머니는 태도와 표정으로 좋은 소식을 가져왔음을 아들에게 보여 주었다. “알라딘, 기뻐하렴. 너의 최고의 소망이 이루어지게 되었단다. 황제 폐하께서 네가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님과 결혼할 자격이 있다고 선언하시면서 너를 맞아 결혼을 성사시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하셨단다.” 하고 그녀가 말했다.
이 소식에 황홀하여 넋을 잃은 알라딘은 방으로 가서 여느 때처럼 램프의 노예를 불렀다. “지니, 즉시 목욕을 해야겠다. 그리고 나면 이제까지 군주가 입었던 옷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가장 훌륭한 옷을 가져오너라.” 하고 그가 말했다. 그 말이 입에서 떨어지기가 무섭게 지니 요정은 알라딘과 자신을 보이지 않게 변신시킨 다음 알라딘을 온갖 색깔의 훌륭한 대리석으로 만든 목욕탕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알라딘은 향기로운 향수에 목욕을 하였다. 그러고 나서 홀로 나오자 눈부시게 훌륭한 옷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가.
지니 요정은 옷 입는 것을 도와주고 옷을 다 입자 알라딘을 그의 방으로 데려다 주고는 명령할 다른 일이 있는지를 물었다. “있다.” 하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황제 폐하의 마구간에 있는 가장 훌륭한 말보다도 더 훌륭하고 아름다운 말을 가져오너라. 안장과 굴레와 아주 값비싼 장신구들을 달아서 가져 오너라. 또한 황제께 선물을 가져간 노예들처럼 화려한 복장을 한 노예 스무 명이 필요하다. 그들은 나의 옆과 뒤에서 나를 호위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앞에서 2열로 서서 호위를 할 스무 명의 노예들도 필요하다. 나의 어머니를 위해 시중을 들 여섯 명의 여자 노예들도 데려오너라.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님의 시녀들 못지않게 화려하게 차려 입혀야 한다. 그 여자 노예들에게는 어떤 왕비에게라도 맞는 옷을 한 벌씩 들고 오게 하라. 마지막으로 금화 만 냥씩을 열 개의 지갑에 넣어 오너라. 자, 어서 서둘러라.”
알라딘이 이 명령을 내리자마자 지니 요정이 사라졌다. 하지만 곧이어 요정은 말과, 금화 만 냥씩이 든 지갑을 든 열 명을 포함한 마흔 명의 노예, 그리고 알라딘의 어머니가 입을 가지각색의 옷을 은종이로 싸서 머리에 인 여섯 명의 여자 노예를 데리고 나타나 알라딘에게 바쳤다.
알라딘은 네 개의 지갑을 집어 옷을 이고 있는 여섯 명의 여자 노예와 함께 어머니에게 주면서 돈을 원하는 곳에 쓰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섯 개의 지갑은 노예들에게 주면서 거리를 걸어갈 때 사람들에게 한 줌씩 던져 주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가 끝나자 알라딘은 말에 올라 궁전을 향해 출발하였다. 지갑을 든 세 명의 노예는 그의 왼쪽에, 다른 세 명은 그의 오른쪽에 서서 호위를 하였다. 알라딘은 한 번도 말을 타본 적이 없었지만 너무나도 우아하게 말을 몰았기 때문에 말을 잘 타는 노련한 기수가 봤다 하더라도 그를 초보자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것이다.
알라딘이 지나가는 거리는 수많은 구경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사람들은 환호를 했는데, 특히 지갑을 든 여섯 명의 노예들이 금화를 한 줌씩 던져줄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황제는 알라딘의 훌륭한 복장과 화려한 행렬에 탄복하며 그를 기쁘게 맞이하여 최선을 다해 예우해 주었다. 알라딘을 환영하는 연회가 열린 뒤 혼인 계약이 이루어지고 정식으로 날인을 하였다. 황제는 당장 결혼식을 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알라딘은 이렇게 말했다.
“폐하, 우리가 결혼을 하기 전에 공주님께 걸맞은 집을 지을 수 있도록 폐하의 궁전 근처에 있는 땅을 하사下賜하여 주십시오. 제가 얼마나 신속하게 성을 짓는지를 보시면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저의 열망을 아실 수 있으실 겁니다.”
 
황제는 이 부탁을 기꺼이 들어주고는 알라딘을 포옹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알라딘은 매우 정중하게 절을 하고 물러나와 지니 요정을 만나기 위해 사람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서둘러서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 그는 자기 방으로 가서 램프를 꺼내 문질렀다. 지니 요정이 나타나 충성의 말을 하자 알라딘이 말했다.
“지니 요정, 나의 배우자가 될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님을 맞이할 궁전을 지어다오. 궁전은 석영, 벽옥碧玉, 마노, 청금석1, 그리고 여러 가지 색깔의 가장 훌륭한 대리석으로 짓도록 하여라. 궁전 지붕에는 커다란 둥근 지붕으로 된 홀을 짓고 밖에서 볼 때 사면이 똑같게 만들어라. 벽은 벽돌을 쓰지 말고 순금과 은을 교차하여 쌓고 각 면에는 여섯 개의 창문을 만들어라. 미완성으로 남겨 둘 한 개를 제외하고 이 창문들의 격자창을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로 장식하거라. 궁전 정문의 안쪽과 바깥쪽에는 뜰을 만들고 널따란 정원도 만들거라. 무엇보다도 보물창고를 지어 금과 은으로 가득 채우도록 하여라. 부엌과 창고 또한 부족함이 없게 하여라. 마구간은 최고의 말들로 채우고, 마지막으로 궁전 하인들을 배치하거라. 자, 어서 가서 명령을 실행해라.”
1.선명한 청색의 보석
 
알라딘이 이러한 명령을 내린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날이 밝기도 전에 지니 요정이 나타나 말했다. “주인님, 궁전이 완성되었습니다.”
알라딘의 명령에 지니 요정은 알라딘을 궁전으로 데려가 방들을 보여 주었다. 알라딘은 하인들은 물론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는 지니 요정이 보물창고로 안내했다. 창고지기가 문을 열어 주었다. 창고 안에는 크기가 다양한 지갑들이 천장까지 가지런히 정렬이 되어 쌓여 있었다. 이번에는 지니 요정이 마구간으로 안내하여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말들과, 말들을 손질하느라 바쁜 마부들을 보여 주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창고로 갔다. 창고에는 음식과 장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알라딘은 궁전을 꼼꼼히 살핀 뒤 말했다. “지니, 이 세상에서 나보다 더 만족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가 부족하구나. 황제의 궁전에서 여기까지 공주님이 걸어오실 때 밟고 올 훌륭한 벨벳으로 된 양탄자가 필요하다.”
말이 떨어지는 순간 지니 요정이 사라지더니 한순간에 알라딘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 그리고는 지니 요정이 다시 돌아와 황제의 궁전 문이 열리기 전에 알라딘을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황제의 문지기들은 궁전 문을 연 순간 깜짝 놀랐다. 하룻밤 사이에 웅장하고 화려한 궁전이 세워지고 문 앞에서부터 그 궁전까지 벨벳 양탄자가 깔려 있지 않은가! 그들은 즉시 재상에게 가서 보고를 했고, 재상은 급히 황제에게 가서 말했다. “알라딘의 궁전이 틀림없도다!” 하고 황제가 외쳤다. “내가 짓도록 허락한 궁전 말이다. 하룻밤 사이에 지을 수 있다는 걸 내게 보여주어 깜짝 놀라게 하려고 한 것일 게다.”
알라딘은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에게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님에게 가서 그날 밤 공주를 맞이할 궁전의 준비가 끝날 것이라고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알라딘의 어머니는 여섯 명의 하녀를 데리고 즉시 출발하였다. 황제가 들어왔을 때 알라딘의 어머니는 공주와 나란히 앉아 얘기하고 있었다. 황제는 알라딘의 어머니를 보고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라며 기뻐했다.
그동안에 알라딘은 그의 새 집으로 갔다. 그에게 큰 도움을 준 램프와 반지도 잊지 않고 가져갔다. 그날 저녁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황제의 궁전에서 나오자 기쁨과 환호성과 음악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주 멋진 행렬이 공주를 알라딘의 궁전까지 인도해 주었고 궁전에서는 알라딘이 깊은 경의를 표하며 공주를 맞을 준비를 하고 서 있었다. 알라딘은 공주를 커다란 홀로 안내하였다. 공주는 화려한 홀의 모습에 말할 수 없이 놀라워하였다. 그러고 나서 축제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다음날 아침, 알라딘은 옷을 입자마자 황제와 그의 신하들을 자신의 궁전으로 초대하러 갔다. 황제는 기꺼이 초대에 응하여 재상과 중신들을 데리고 알라딘을 따라나섰다. 알라딘의 궁전이 가까워올수록 그 아름다운 모습에 황제의 놀라움은 더욱더 커졌다. 하지만 홀 안으로 들어서서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등 크고 완벽한 보석으로 장식된 창문들을 보자 너무 놀라서 한동안 얼어붙어 있을 정도였다.
황제가 말했다. “아들아, 내 일찍이 이같이 감탄스러운 홀을 본 적이 없단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창문 하나가 미완성이로구나.”
“폐하, 하나를 미완성으로 놔둔 것은 일부러 그런 것이옵니다. 폐하께서 이 홀을 완성하는 기쁨을 누리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알라딘이 대답했다.
“그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이겠노라. 즉시 창문을 완성하도록 명령하겠다.” 하고 황제가 말했다.
황제가 준비된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을 때 보석상들과 금속세공인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알려왔다. 황제는 홀로 나가 미완성된 창문을 보여주며 말했다. “내 너희들을 부른 것은 이 창문을 나머지 창문들과 같이 완벽하게 장식하라고 하기 위함이다. 신속하게 끝내도록 하여라.”
보석상들과 금속세공인들은 스물세 개의 창문들을 꼼꼼하게 살폈다. 그리고는 각자 어떤 보석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함께 모여 논의한 뒤 다시 황제 앞으로 왔다. 대장인 보석상이 나머지를 대표하여 말했다. “폐하, 저희 모두는 최선을 다해 폐하의 분부를 이행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사오나 우리 중 어느 누구도 이 위대한 작업에 필요한 만큼의 보석을 가지고 있는 자가 없사옵니다.”
“나에게 충분한 보석이 있노라. 내 궁전으로 가서 필요한 보석을 가져다 쓰도록 하여라.” 하고 황제가 말했다.
황제는 자신의 궁전으로 돌아가자 궁전에 있는 보석을 모두 꺼내 오라고 명했다. 보석상들은 특히 알라딘이 황제에게 선물로 준 보석들을 포함하여 많은 양의 보석을 가져갔다. 하지만 작업을 겨우 시작했을 뿐인데도 보석은 곧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들은 여러 차례 황제의 궁전을 드나들며 보석을 날랐다. 창문이 절반도 완성되지 않은 채로 한 달이 지나갔다. 그동안에 황제의 보석은 바닥이 났고 재상의 보석을 빌려오기까지 했지만 창문은 아직도 반 이상이 미완성인 채였다.
나머지 창문처럼 훌륭하게 창문을 꾸미려 한 황제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간 것을 알게 된 알라딘은 보석상들과 금속세공인들을 불러오게 하여 작업을 중단하라고 명하고, 이제까지 한 작업을 모두 해체하고 보석들을 황제와 재상에게 돌려주라고 명하였다. 그들은 6주 동안 했던 작업을 단 몇 시간 만에 해체하고 알라딘을 홀로 홀에 남겨둔 채 물러갔다. 알라딘이 몸에 지니고 다니던 램프를 꺼내 비비자 지니 요정이 나타났다.
“지니,”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일전에 나는 이 홀에 있는 스물 네 개의 창문 중에서 하나를 미완성으로 남겨두라고 명했고 너는 나의 명령을 정확히 이행했었다. 이제 이 창문도 나머지 창문들처럼 꾸며놓거라.”
그러자 지니 요정이 즉시 사라졌다. 알라딘이 홀을 나갔다가 잠시 후 돌아왔을 때는 그가 원하는 대로 창문이 나머지 창문들과 똑같이 완성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보석상들과 금속세공인들은 황제의 궁전으로 가서 황제 앞으로 안내되었다. 대장 보석상은 알라딘에게서 돌려받은 보석을 내놓았다. 황제는 알라딘이 그 보석들을 다시 가져가라고 한 이유에 대해 말했는지를 물었다. 그들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황제는 말을 대기시키라 하고 말을 타고, 몇몇 수행원은 걸어서 뒤따르게 하고 알라딘의 궁전으로 향했다. 알라딘은 궁전 문 앞까지 나와 황제를 맞이하고는 황제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커다란 홀로 안내했다. 황제는 창문이 다른 창문들처럼 완성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다른 창문을 잘못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으나 다른 창문들을 유심히 살핀 결과 미완성이었던 창문이 몇 분 만에 완성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석상들이 수 주일이 걸려서도 완성하지 못했던 창문이 말이다. “아들아, 항상 눈 깜짝할 사이에 이처럼 놀라운 일들을 해내니 대체 넌 어떤 사람인 것이냐. 이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없을 것이로다. 너를 알면 알수록 감탄스럽구나.” 하고 황제가 말했다.
알라딘은 궁전에만 있지 않고 가끔은 이러저러한 회교 사원에 나가기도 하고, 기도를 하러 가거나 재상을 방문하거나 중신들을 방문하는 등,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시내로 나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신경을 썼다. 시내에 나갈 때마다 그는 두 노예로 하여금 자신이 탄 말 옆에 서서 걸어서 따라오면서 거리와 광장을 지날 때 사람들에게 돈을 한 움큼씩 던져주게 하였다. 이러한 그의 자비로움에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고 축복해 주었다. 또한 사람들이 그의 머리를 걸고 맹세하는 일이 흔해졌다. 이렇게 하여 알라딘은 사람들의 애정을 사게 되었으며 황제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다.
알라딘은 몇 년 동안을 이렇게 지냈다. 그 무렵 아프리카에 있던 아프리카 마법사는 알라딘을 떠올렸다. 그는 알라딘이 자신이 내팽개쳐두고 왔던 동굴 속에 갇혀 죽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확인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긴 시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마법을 통해 조사했고, 그 결과 알라딘이 동굴에서 빠져나와 그의 신기한 램프 덕분에 아주 화려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자마자 마법사는 중국의 수도를 향해 급히 출발했다. 수도에 도착한 그는 숙소로 가서 오랜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었다.

마법사는 수소문을 한 끝에 알라딘의 엄청난 부와 그의 자선 행위와 그가 지은 웅장한 궁전에 대해 들었다. 궁전을 직접 보자 마법사는 그러한 궁전을 지을 수 있는 자는 지니 요정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고 참패를 당한 기분에 몹시 화가 났다. 그는 램프가 있는 장소를 기필코 알아내야겠다고 결심하며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법의 힘으로 램프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그는 참으로 기쁘게도 알라딘이 그가 염려했던 것처럼 램프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궁전 안에 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램프를 빼앗고 말겠어. 그 녀석에게 복수를 할 거야. 원래대로 가난뱅이로 만들어 버리겠어.”
마법사는 또한 알라딘이 8일간의 일정으로 사흘 전에 사냥을 떠났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 정도의 시간이면 마법사가 그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법사는 즉시 행동을 개시했다.
먼저 그는 구리 세공인을 찾아가 열두 개의 램프를 사서 바구니에 담아 알라딘의 궁전으로 갔다. 그는 궁전 가까이 가자 이렇게 외쳤다. “낡은 램프를 새 것으로 바꿔 줍니다!”
공주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지만 멀리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진 공주는 하녀를 시켜 무엇을 팔고 있는지 알아오게 하였다.
하녀는 웃으면서 곧 돌아왔다. 하녀가 배꼽을 잡고 웃는 바람에 공주는 화가 났다. 하녀가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공주님,그 사람이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는데 훌륭한 새 램프가 가득 담겨 있지 뭡니까. 그걸 헌 것과 바꿔 준다고 하니까 아이들과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어 그를 보고 놀리는 바람에 꼼짝을 못하고 있답니다.”

또 다른 하녀가 그 말을 듣고 있다가 말했다. “램프라고 하면, 공주님께서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왕자님께서 예복을 갈아입는 방 선반에 낡은 램프가 하나 있습니다. 너무 낡아서 그걸 새것과 바꾸면 누구라도 좋아할 거예요.”
이 램프의 가치에 대해 모르고 있던 공주는 하인을 시켜 램프를 가져오게 한 다음 새것과 바꾸어 오라고 하였다. 하인은 램프를 들고 궁전 밖으로 나갔다. 궁전 문을 나서자마자 아프리카 마법사가 보였다. 그는 마법사를 불러 낡은 램프를 보여주면서 새것과 바꾸자고 말했다.
마법사는 그 램프가 바로 자신이 원하던 것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궁전에서 사용하는 도구들은 모두 금이나 은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처럼 낡은 램프가 궁전에 또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인의 손에서 램프를 잽싸게 뺏어서 가슴 깊이 쑤셔넣고는 바구니를 내밀며 마음대로 고르라고 말했다. 하인은 하나를 골라 공주에게 가져갔다. 램프를 바꾸자 아이들이 마법사를 보고 바보라고 놀리는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아프리카 마법사는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껏 놀리라고 내버려 둔 채 두 궁전 사이에 있는 광장에서 황급히 빠져나와 인적이 드문 거리로 가서, 이제는 필요 없는 램프와 바구니를 아무도 보지 않는 골목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한두 개의 거리를 지나 도시 성문을 빠져나와 시골길로 접어들어 호젓한 곳에서 남은 하루를 보냈다. 밤이 되자 마법사는 품속에서 램프를 꺼내 문질렀다. 그러자 지니 요정이 나타나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당신의 노예로서, 그리고 당신이 손에 든 램프를 가진 사람들의 노예로서 명령만 하시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와 그 램프의 다른 노예들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마법사가 말했다. “명령하노라. 나를 당장 아프리카로 데려다 주고, 너와 다른 램프 노예들이 이 도시에 지은 궁전과 그 궁전에 사는 사람들을 당장 아프리카로 옮겨 놓거라.” 지니 요정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마법사와 궁전을 마법사가 원하는 장소로 송두리째 즉시 옮겨 놓았다.
 
황제는 늘상 바라다보이던 궁전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재상을 불러 의논하였다. 평소에 알라딘을 두려워하고 싫어했던 재상은 주저하지 않고 알라딘을 체포하라고 황제에게 조언을 하였다. 알라딘을 당장 죽일 수도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황제는 노여워하며 당장 알라딘을 불러오게 하였다. “너의 궁전은 어디로 사라졌느냐?”
알라딘이 대답했다. “폐하, 말씀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40일만 시간을 주십시오. 40일이 지나도 궁전을 제자리에 돌려놓지 못하면 그 벌로 제 머리를 내놓겠습니다.”
“당장 가거라, 하지만 40일이 되면 돌아와야 한다.” 하고 황제가 말했다.
알라딘은 황제의 면전에서 물러나왔다. 너무나 굴욕적이어서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평소에 그의 친구라고 공언했던 조정의 중신들은 모두 그에게 등을 돌리고 그를 피하려 했다. 알라딘은 심란한 마음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그의 궁전을 본 적이 있느냐고 헛되이 물어보며 도시를 방황했다.
그렇게 사흘을 보낸 그는 자살할 결심으로 시골로 향했다. 물에 빠져 죽으려고 강으로 다가가던 그는 그만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지면서 그는 그때까지 손가락에 끼고 있었으면서도 그 힘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던 마법의 반지를 문지르게 되었다. 그러자 그가 동굴에서 보았던 지니 요정이 나타나 말했다.
“뭘 원하십니까? 저는 당신의 노예입니다. 당신이 손가락에 낀 반지의 노예입니다.”

알라딘은 뜻하지 않은 도움을 받게 된 것이 너무나도 기뻐서 말했다. “지니, 나를 당장 내 궁전이 옮겨진 곳으로 데려다 주거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알라딘은 아프리카에 있는 자신의 궁전 옆에, 그것도 공주의 방 창문 바로 밑에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 때 우연히 창가로 다가온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알라딘을 보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리 오세요, 밀실문을 통해 내 방으로 얼른 들어오세요.” 하고 공주가 말했다. 알라딘 역시 공주 못지않게 기뻤다.
그는 공주를 다정하게 껴안으며 물었다. “내 방 선반에 두었던 램프는 어찌 되었소?”
“아! 어리석게도 그게 어떤 램프인지 모르고 새것과 바꾸어 버렸어요. 그리고 다음날 이곳에 와 있는 걸 알게 되었죠. 여기가 아프리카라는 말을 들었어요.” 하고 공주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여기가 아프리카니까 아프리카 마법사가 꾸민 일이 틀림없소. 그 마법사가 램프를 어디에 두었는지 아시오?”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공주는 마법사가 램프를 항상 품속에 지니고 다닌다고 하면서 자기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그 못된 마법사를 혼내 줄 수 있을 것이오. 내가 돌아가면 나중에 내가 들어올 수 있도록 밀실문을 열어 두시오. 맨 먼저 할 일은 램프를 다시 손에 넣는 일이오.”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밖으로 나온 알라딘은 길을 가다 거지를 만나 옷을 바꿔 입고 약제사를 찾아가 매우 비싼 가루약을 달라고 했다. 약제사가 의심스런 눈으로 보자 알라딘은 금이 가득 든 지갑을 보여주며 재차 소량의 가루를 달라고 말했다. 그는 가루약을 가지고 궁전으로 급히 돌아와 밀실문을 통해 공주의 방으로 가서 말했다.
“마법사가 다시 찾아오거든 자애롭게 맞아주시오. 그리고 공주의 신분에 걸맞은 대접을 해주고, 그가 떠나기 전에 공주를 위해 건배해 달라고 부탁하시오. 그리고 이 잔을 권하시오. 여기에는 가루약이 들어 있어 먹으면 잠이 들 거요. 그가 잠이 들면 우리는 램프를 손에 넣게 될 거고 램프의 노예들이 우리의 명령에 따라 우리를 다시 중국으로 데려다 줄 것이오.”
 

 
공주는 알라딘이 지시한 대로 모든 것을 신중하게 준비하였다. 여느 때처럼 공주를 찾아온 마법사는 공주가 의외로 미소를 지으며 맞이해주자 기뻤다. 그는 공주와 시간을 보내다가 공주가 부탁하자 떠나기 전에 포도주 잔을 들이켰다. 그리고 포도주를 마시자마자 벌러덩 뒤로 넘어져 죽어 버렸다. 공주는 알라딘에게 미리 약속한 신호를 보냈다.
알라딘이 홀로 들어오자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매우 기뻐하며 그를 껴안으려 하였다. 하지만 알라딘이 물러나며 말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소. 공주의 방으로 들어가 잠시 혼자 있게 해주시오. 그러면 여기 올 때 그랬듯이 공주를 순식간에 중국으로 데려다 놓겠소.”
공주와 시녀들이 홀에서 물러가자 알라딘은 문을 닫고 곧장 마법사의 시신으로 다가가 조끼를 풀어헤치고 램프를 꺼냈다. 램프는 공주가 말해 준 대로 꼼꼼하게 싸여 있었다. 알라딘은 종이를 풀고 램프를 문질렀다. 그러자 지니 요정이 나타났다. “지니, 이 궁전을 당장 중국에 있던 원래 자리로 옮겨 놓거라.”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궁전은 즉시 중국으로 옮겨졌다. 옮겨질 때 두 번의 조그만 충격이 느껴졌는데, 궁전이 들어올려질 때와 다시 땅으로 내려질 때였다. 그리고 두 번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졌다.
아침 일찍 일어난 황제는 슬픔에 잠겨 습관대로 텅 빈 공간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궁전이 제자리로 돌아와 있지 않은가. 황제는 뛸 듯이 기뻤다. 그는 즉시 말을 대령하게 하여 돌아온 딸과 알라딘을 환영하기 위해 궁전으로 갔다. 황제의 방문을 예상하고 있었던 알라딘은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훌륭한 옷을 갖추어 입고 홀에서 황제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황제를 공주의 방으로 곧장 안내했다. 황제는 행복에 겨워 딸을 껴안았다.
“아들아, 자식에 대한 아비의 사랑 때문에 그러한 것이니 내가 심하게 대한 것을 용서하거라.” 하고 황제가 알라딘을 돌아보며 말했다.
“폐하, 어찌 폐하를 원망하겠습니까.” 하고 알라딘이 대답했다. 이 모든 시련은 모두 그 야비한 마법사 때문이었다.
 
아프리카 마법사가 죽긴 했지만 그에게는 주술에 능한 남동생이 있었다. 남동생은 극악무도함에 있어서나 치명적인 음모를 꾸미는 일에 있어서는 형을 능가했다. 두 형제는 함께 살진 않았지만 매년 주술을 통해 서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형에게서 아무런 소식이 없자 동생은 점성술을 통해 형이 독살을 당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더 자세한 조사를 한 결과 형의 시신이 중국의 수도에 있는, 형을 죽인 자가 사는 곳 근처에 묻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형을 살해한 자가 황제의 딸과 결혼한 사실도 알아냈다.
그는 즉시 형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중국 수도로 향했다. 피곤한 오랜 여행 끝에 중국 수도에 도착한 그는 알라딘이 그가 찾던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대상隊商들이 묵는 숙소에 방을 잡았다. 그곳에서 그는 속세를 버린 파티마라고 하는 여자의 덕행과 독실함에 대해 들었으며 그녀가 행하는 수많은 기적들에 대해 들었다. 그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파티마가 도움이 될 것 같아 그 성스러운 여자가 누구이며 어떤 기적들을 행했는지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다.
“뭐라고요!” 하고 질문을 받은 사람이 말했다. “그녀를 본 적도, 그녀에 대해 들은 적도 없단 말이오? 그녀의 금식과, 금욕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에 온 도시가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 말이오. 파티마는 월요일과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작은 수도실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오. 도시로 나올 때면 수많은 선행을 베풀지. 아픈 사람에게 손만 얹으면 어떤 병이든 낫는다오.”
그날 밤, 마법사는 파티마의 수도실로 찾아갔다. 그는 파티마를 죽이고 그녀의 옷을 걸친 다음 복수를 할 작정으로 알라딘의 궁전으로 갔다.
 
 
사람들은 그가 파티마인 줄 알고 그 성스러운 여인을 보자 구름 떼처럼 주위로 몰려들었다. 축복을 해 달라고 애걸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그의 손에 키스를 하는 자가 있었고,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옷자락에만 입을 맞추는 이도 있었다. 또 어떤 이들은 손을 얹어 달라고 몸을 굽히기도 하였다. 그러면 마법사는 기도와 같은 말들을 중얼거리며 손을 얹었다. 그의 행동이 감쪽같아서 모두들 그를 파티마라고 생각했다.
비록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마법사가 마침내 궁전 앞 광장에 도착했다. 성스러운 여인이 광장에 와 있다는 얘기를 들은 공주는 파티마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시녀 한 명을 시켜 그녀를 불러오게 하였다. 다가오는 시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가 파티마에게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뒤로 물러나 주었다. 시녀가 말했다. “성스러운 여인이시여, 공주님께서 당신을 보시고자 하신답니다.”
“공주님께서 이처럼 큰 영광을 주시다니, 공주님의 명령에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고 파티마로 변장한 마법사가 말했다. 마법사는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을 매우 기뻐하며 시녀를 따라 궁전으로 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공주가 말했다. “모범이 되시는 어머니,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거절하시지 않길 바라요. 당신의 생활방식과 모범적인 태도를 통해 배울 수 있도록 저와 함께 지내요.”
“공주님, 제가 들어드릴 수 없는 일은 부탁하지 말아 주십시오. 기도와 예배를 소홀히 하며 지낼 수는 없답니다.” 하고 파티마로 변장한 마법사가 말했다. “그건 전혀 지장이 없을 거예요.” 하고 공주가 대답했다. “궁전에는 빈 방이 아주 많아요. 마음에 드는 방으로 고르시면 돼요. 당신의 수도실에서처럼 마음껏 예배를 드릴 수가 있어요.”

궁전을 둘러보려고만 했던 마법사였지만, 그의 계획을 실행하기에 그보다 더 좋은 곳은 없었으므로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답했다. “공주님, 저같이 가난하고 미천한 여인이 화려하고 장엄한 이 세상을 등지고자 어떤 결심을 했던 간에, 이처럼 자비로우시고 신심이 깊으신 공주님의 의지와 명령을 감히 거절할 수가 없군요.”
이렇게 해서 마법사는 비틀거리는 걸음걸이로 공주를 따라갔다.
공주가 마법사에게 함께 저녁식사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마법사는 항상 신중하게 감추고 다니던 얼굴이 노출되어 자신이 파티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공주가 알아챌까봐 염려했다. 그래서 공주에게 간곡하게 용서를 구하면서 자기는 빵이나 마른 과일 외에는 다른 음식을 먹지 않으며 자기 방에서 검소하게 식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주는 그의 요청을 들어주며 말했다. “당신의 수도실에서 지낸다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지내세요. 저녁 식사를 주문해 드릴게요. 하지만 식사를 끝내는 대로 다시 보도록 해요.”
공주가 식사를 한 후, 파티마로 변장한 마법사는 노예로부터 공주가 식사를 마치고 일어섰다는 전갈을 받고 공주를 기다렸다. 공주가 말했다. “모범이 되시는 어머니,이 궁전에 축복을 내려주실 당신 같은 성스러우신 분과 함께 있게 되어 참으로 기뻐요. 참, 궁전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궁전이 마음에 드세요? 먼저 궁전을 소개해 드리기 전에 이 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보세요.”
이 질문에 가짜 파티마는 홀을 끝에서 끝까지 살펴보고는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모르는, 저처럼 혼자 지내는 사람의 판단으로 볼 때 이 홀은 참으로 감탄스럽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어요.”

“그게 뭐지요?” 하고 공주가 물었다. “말해 주세요. 저는 항상 이 홀이 부족한 것이 없다고 믿어 왔고 또 그렇게 들어 왔어요. 한데 부족한 것이 있다면 채워 넣어야죠.”
가짜 파티마가 의도를 숨기며 말했다. “공주님,제 마음대로 말씀드리는 것을 용서하십시오. 제 생각이 쓸모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천장 가운데에 대괴조1의 알을 매달면 이 홀은 이 세상에서 그 어느 것에도 견줄 수 없이 훌륭한 곳이 될 것이며, 이 궁전은 이 우주의 경이가 될 것입니다.”
1.아라비아 전설에 나오는 거대한 새
 
“모범이 되시는 어머니, 대괴조가 어떤 새인가요? 어디에서 그 알을 구하지요?” 하고 공주가 말했다.
“공주님, 그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새로 카프카스 산꼭대기에 산답니다. 이 궁전을 지은 건축가라면 그것을 구해 올 수 있을 겁니다.” 하고 파티마를 가장한 마법사가 대답했다.
그 후 공주는 대괴조의 알에 대한 생각이 자꾸 떠올랐으며 궁전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래서 알라딘이 돌아오자 그를 냉담하게 맞이하며 말했다. “저는 우리 궁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감탄스럽고 완벽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스물네 개의 창문이 있는 홀을 자세히 보다가 결점을 발견했어요. 천장 한가운데에 대괴조의 알을 매달면 완벽하지 않겠어요?”
알라딘이 대답했다. “공주, 장식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만하오. 당장 그 부족함을 해결하여 당신을 위해 내가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 주겠소.”

알라딘은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를 그 자리에 두고 스물네 개의 창문이 있는 홀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될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램프를 꺼내 문질렀다. 그러자 지니가 나타났다. “지니, 천장 한가운데에 대괴조의 알을 매달아야겠다. 이 램프의 이름으로 명령하니 즉시 실행에 옮기도록 하여라.”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알라딘이 이 말을 하자마자 지니 요정이 홀이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크고 끔찍한 소리로 고함을 질러 알라딘이 서 있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뭐라고! 이런 죽일 놈 같으니라고!” 지니 요정이 아무리 대담한 사람이라도 부들부들 떨 정도로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 내 동료들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 주었는데도 충분치 않단 말이냐? 내 주인님을 가져다가 이 천장 한가운데에 매달라고? 너같이 배은망덕한 놈은 이 세상에서 듣도 보도 못했느니라. 이런 배은망덕한 행동의 대가로 너와 너의 아내와 네 궁전을 당장 재로 만들어 버려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 요청이 네 머릿속에서 나온 생각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알아라. 이런 생각을 한 놈은 너의 적이자 네가 죽인 아프리카 마법사의 동생이니라. 그 동생이 파티마 수도승을 죽이고 파티마의 옷을 입고 변장하여 네 궁전 안에 들어와 있다. 이 같은 악의에 찬 요구를 한 놈은 바로 그놈이니라. 그놈이 네 아내에게 제안을 한 것이니라. 그놈은 너를 죽일 음모를 꾸미고 있다. 그러니 몸조심하거라.”
이렇게 말하고 지니 요정은 사라져 버렸다.
 
알라딘은 즉시 계획을 세웠다. 그는 공주에게 돌아가 갑자기 아픈 척을 했다. 공주는 파티마의 능력을 생각해 내고는 즉시 그녀를 불러오게 했다. 잠시 후 파티마가 공주 앞에 나타났다. 그 사이에 공주는 어떻게 해서 그 성스러운 여인이 궁전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었다. 가짜 파티마가 나타나자 알라딘은 미소 띤 얼굴로 적절한 때에 잘 와 주었다며 반겨 맞았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치료해 줬듯이 당연히 나도 치료해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오.” 하고 알라딘이 말했다.
가짜 파티마는 가운 밑 허리춤에 숨긴 단검에 손을 얹고 알라딘에게 다가갔다. 이를 알아챈 알라딘은 그 단검을 낚아채 그 자리에서 그를 죽여 버렸다.
“여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성스러운 여인을 죽여 버리다니요!” 하고 공주가 놀라서 소리쳤다. “아니요, 공주.” 하고 알라딘이 흥분하며 대답했다. “파티마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막지 않았더라면 나를 죽였을 악한을 죽인 것이오. 이 사악하고 비열한 놈은, 바로 아프리카 마법사의 동생이오.” 하고 알라딘이 얼굴을 가린 후드를 벗기며 말했다.
이렇게 하여 알라딘은 두 형제 마법사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황제가 장수를 누리다가 죽었다. 그에게는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부디르 알 부도르 공주가 왕위를 이어받았다. 공주와 알라딘은 함께 나라를 통치하며 수많은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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