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탐내도 될까? (52회)

죽으나사나 | 2024.04.04 10:15:35 댓글: 12 조회: 269 추천: 2
분류연재 https://life.moyiza.kr/mywriting/4558607
너를 탐내도 될까? (52회) 내 언니는 누구도 못 건드려.

손님이 거의 없는 조용한 동네 커피숍에서 은서가 찻잔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안절부절못했다. 

벌써 제 번호를 알고 있던 하정에게서 전화가 왔다. 커피숍에서 보자고 했다. 

어제는 저를 부르는 소리에 답도 안 하고 휘청거리면서 나가더니 이렇게 빨리 다시 연락이 올 줄은 몰랐던지라 많이도 당혹스러웠다. 

역시 은지는 어릴 때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생각도 들면서.

6살이던 그 해 쌍둥이가 같이 있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라 은서는 피식 웃음이 났다. 

[언니. 얼굴에 그 상처 뭐야?]

[아, 이거? 아진이가 장난감을 뺏으려고 해. 안 줬더니 걔가 날 손톱으로 긁었어.]

[뭐어? 샛별반 최아진??]

은서의 반반했던 이마에 작게 난 생채기를 본 은지가 들소처럼 사나운 숨을 내쉬더니 은서의 손목을 꽉 잡고는 반달반 문을 박차고 나갔다. 옆 반이었던 샛별반으로 돌진했다. 

[최아진 나와!]

작은 배에서 어찌나 우렁찬 큰 소리가 울렸는지 떠들던 샛별반 아이들이 금세 조용해졌다. 

[뭐야~ 강은지잖아.]

뒤뚱뒤뚱 나이에 맞지 않게 뒷짐을 진 아진이가 느릿하게 걸어왔다. 

짝—

한순간이었다. 

”우아아아앙~~“

무슨 일인가 싶어서 선생님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아진의 얼굴에 손톱으로 큰 상처를 내기까지는 정말 순식간이었다. 

아진은 상처로 쓰라린 볼을 감싸고 몸을 뒤집으며 유치원이 떠나가라 울었다. 

다른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선생님은 급히 아진의 상태를 살피러 뛰어갔다. 

그 모습을 본 은지는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제 뒤에서 그 누구보다도 깜짝 놀라 입을 못 다물고 있는 은서를 향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봤지? 누가 내 은서 언니 건드리면 난 이렇게 복수를 할 거야. 내 언니는 누구도 못 건드려. 내가 못 참아.]

고 작은 입에서 어찌도 야무진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놀란 가슴도 잊은 채 은서도 패기 넘치는 은지를 향해 방긋 웃었다. 

그러고 나서, 

은지가 친구를 할퀴었다는 연락을 받은 엄마는 아진이 부모님을 만나 엄청나게 사죄를 드렸더랬지. 

화가 난 엄마한테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은지는 울지 않았다. 

그 어린 가슴에는 이렇게 해야 마음이 여린 언니를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전부였으니까. 

오래전 사라진 아빠의 빈자리를 우린 서로를 보다듬으며 그렇게 컸다. 

은서가 이런저런 어릴 때 생각으로 빠져 있는데 어느새 제 시야에 한 사람의 모습이 가득 들어왔다. 

내 동생… 나의 은지.

끼익- 바닥을 끄는 의자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하정은 은서의 앞자리에 앉았고 뚫어져라 자신을 보는 은서의 두 눈을 들여다보았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으면서도 또 설레어 흔들리는 눈동자였다. 

그러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제 앞에 놓여있는 정체 모를 차에 눈을 옮긴 하정은 저 자신은 주문한 적도 없는 이게 뭐냐는 시선을 보냈다. 

“아, 이거 루이보스티라고 허브차인데 스트레스 감소에 좋고 소화에도 좋고 카페인도 없어. 내껄 주문하면서 같이 주문했는데 차 싫어하면 다른 걸로 주문해 줄게.“

은서가 급히 해명을 했다. 

그러고 보니 권대표 집에서 여러 종류로 보이는 허브차를 보긴 했었다. 

같이 오래 있었으니 닮아가는 거겠지. 

씁쓸한 마음에 내려갔던 입매를 천천히 들어 올린 하정이가 은서에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이거 마실게.”

호호 불어가며 차를 음미하듯이 입안에 살짝 담갔다. 향긋한 향이 코끝을 자극하면서 들어온 차는 혀에 살짝 약초 같은 잔향을 남기며 잠깐 머물다 스르륵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어때?”

몸을 하정에게로 기울며 궁금해하는 은서를 힐끔 쳐다본 하정이가 무심히 답했다. 

“괜찮네.”

“그렇지? 나도 아는 사람이 차만 마시길래 따라 마셔봤거든. 처음엔 잘 모르겠더니 이젠 차를 안 마시면 뭐가 허전할 정도야. 그냥 물도 이제 맛없게 느껴져.”

아는 사람이라… 하정이 옅게 미소를 지었다. 

조곤조곤 작은 입에서 나오는 그 음성은 저랑 많이도 닮았지만 그 부드러움만큼은 하정과 달랐다. 

툭툭 내뱉는 자신에 비해 정말 예쁜 사랑을 받을 것 같은 고요한 목소리 톤이었다. 

”부모님은?“

싱긋 웃음을 흘리고 있는 은서에게 가장 먼저 궁금했던 사람들을 입에 올렸다. 

”… 돌아가셨어.“

”언제?“

올라갔던 입매를 툭 떨어뜨리며 은서는 아래 입술을 잘근 씹었다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헤어지던 그해에. 우린 7살이었어.”

기나긴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쌍둥이인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나를 안 찾았는지.

다 듣고도 난 그런 일이 나한테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일들이 아닌가 싶었다. 

사채업자의 빚을 갚으려고 룸살롱에 어쩔 수없이 몸을 담근 엄마, 기껏 여자 혼자의 힘으로 쌍둥이를 키우며 버티고 있는데 그런 인생마저 이기적인 아빠에 의해 저버렸다. 
저 자신은 왜 또 죽은 거래. 평생 그 죄를 갚고 후회를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 쌍둥이만 남겨두고 그렇게 가버리다니…

불쌍한 엄마…

그리고,

그 남은 빚들을 혼자서 짊어진 강은서.

뭐라고 해야 하는 거지? 이럴 때는?

고생했다고 해줘야 하나?

아니면…

“… 도망쳤어야지. 어릴 땐 그랬다 쳐도 성인이 다 된 사람이 왜 도망을 못 쳐갖고 그런 일을 선택한 거야. 넌 엄마랑 다르잖아. 책임져야 할 자식도 없고.”

원망을 하고야 말았다. 

저를 마주한 은서의 눈빛이 너무나 짜증 나게 슬퍼 보이는데 빌어먹게도 가슴 한 편이 너무 쪼여들 듯이 아파졌다. 

왜…

기억에 없는 사람이다. 

그저 내 머릿속에는 얼굴이 닮은 사람, 언니라고 해서 그런다보다 하는 그런 느낌뿐. 

근데 왜 이리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지.

“그자들이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더라고. 내가 아니면 널 찾아간다고 했어. 그래서… 안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기억을 찾게 된 네가 언제 올지도 몰라서…

은서의 두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동생만은, 은지만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열심히 해명을 해야 했다. 자신이 죽어도 싫었던 그 일을 왜 하게 되었는지. 
은지한테는 모든 걸 다 얘기해 줄 수가 있었다.

하정은 더 이상의 원망도, 질책도 없었다. 그저 덤덤하게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은서를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

“드르륵-“

현관문이 열리며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선 서울이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제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왔어?”

“형이 여기엔 웬일이야?”

“내가 내 집으로 오는데 뭐 문제 있어?”​

못 올 데라도 온 것처럼 묻는 서울의 말에 진성이가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거야… 형은 얼마 전 이사를 갔으니까.”

성은 대학병원 부원장인 형은 몇 개월 전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히는 게 싫다며 병원 근처로 이사 갔다. 

근데 생각보다 그리 좋지는 않은지 불쑥불쑥 집으로 찾아오곤 한다. 

“박서울. 형이랑 술 한잔할래?”

몸은 피곤한데 왠지 마셔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서울은 머리를 끄덕이었다. 

소매를 걷어올린 진성이가 이내 주방으로 향했고 있는 재료들을 모아서 간단한 와인 안주를 만들었다. 

햄치즈까나페. 냉동실에 있던 오징어와 새우로 감바스도 뚝딱 만들어 식탁 위에 올렸다. 

“형은 여러모로 완벽하네.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젊은 나이에 부원장이 되고, 요리도 어쩜 이리 척척 잘하지?“

고조 없는 어조로 술술 뱉어 저를 칭찬하는 서울을 진성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동생의 표정을 읽어 무슨 일이 있나 맞춰볼 예산이었다. 

“요즘 왜, 네 천사 누나랑 잘 안돼?”

’천사 누나‘.

진성의 입에서 오랜만에 그 호칭이 나오자 서울은 피식 웃어버렸다. 

어릴 땐 참 많이도 입에 달고 살았다. 

천사 누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천사 누나는 잘 지내고 있겠지? 

여느 때와 별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어느날, 병원 원장이신 할아버지가  서울을 보고 싶다고 하여 오랜만에 진성이랑 같이 병원에 들어섰었다. 

그러다 낯익은 얼굴을 본 듯하여 그 뒤를 저도 모르게 쫓아갔고 원인을 모르는 진성도 그런 서울을 따라갔다. 

<신경정신과>.

천사 누나가 부모님으로 보이는 아줌마의 뒤를 따라 그곳으로 들어갔다. 머리는 푹 숙이고 있었지만 누나라는 걸 단번에 알았다. 

[형, 신경정신과는 보통 어디가 아파서 가는 거야?]

8살 서울에게 읽기 어려운 단어는 아니었지만 어디가 아파서 들어가는지는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아 궁금했다. 

[ 저기는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곳이야.]

서울보다 7살 많은 진성은 서울이가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답을 해주었다. 

마음이 아픈 사람…

누나는 병원에 다녀야 할 만큼 많이 아프다는 걸 그때 알았다. 

“할아버지가 네 걱정이 많으셔. 너를 2년 동안이나 엄마 자격도 없는 사람한테 방치했다는 자책으로 의사의 길이 아닌 회사 생활을 선택한 널 막지는 못했지만 내내 아까워하신다. 종종 연락드리고 그래.“

”… 어.“

짧게 답하며 서울은 진성이가 따르는 와인에 잔을 기울였다. 

난 아파하는 누나를 보며 커서 꼭 누나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 주겠노라 결심을 하며 한 우물만 팠다. 누나는 이사를 가서 다시는 못 보게 되었지만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그 말에 믿음이 갔다. 

그래서 난 꼭 의대에 가야 했고 마음을 치료하는 정신의학과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만난 누나는 아주 밝았다. 아픈 모습은 하나도 안 보이고 그저 씩씩하고 멋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픈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다행이라 생각했다. 누나 곁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서 
병원에서의 짧은 인턴 생활을 접고 누나가 다니는 회사로 들어갔다. 

병원 원장인 할아버지가 갑자기 다른 진로를 택한 나를 이해 못 했지만 형 말대로 내 길을 막지는 못했다. 

내가 6살이 되던 그해, 아버지는 의사 동료와 바람을 피우다 엄마에게 걸렸다. 엄마는 이혼을 원했고 자식 한 명을 데려가겠다고 했다. 형은 마침 유학을 준비 중이라 데려갈 수 없었고 결국 내가 엄마를 따라가게 되었다. 

그러나 엄마는 나한테 그리 좋은 어른은 아니었다. 본인이 요구한 이혼이었지만 저한테서 마음이 떠나 바람을 피운 아빠 때문에 충격이 컸던지 아들인 나에게 관심이 없었고 맨날 외박을 해댔다. 상처만 준 엄마였지만 고자질을 하면 아예 영영 사라질까 두려워서 어린 마음에 달에 한 번 만나는 할아버지한테 말을 못 했다. 

나중에 엄마의 행실을 알 게 된 할아버지가 대노하며 나를 2년 만에 다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왔다. 그때 일찍이 나를 데려오지 못한 거에 큰 죄책감을 느낀 할아버지는 내 눈치를 보기 바빴다.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 처음엔 혼자 남았다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지만 누나를 만나고 나서는 그런 두려움 따위 솜사탕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으니. 

난 누나만 있으면 되는 거라,

누나만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잘 안되나 보네.”

말이 없이 사색에 잠긴 서울을 힐끔 쳐다보던 진성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제야 형의 얼굴색도 그리 밝지 못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형은 병원에 무슨 일이 있어?”

“일은 맨날 있지.”

진성은 넋두리 같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 뭔 일인데?”

동생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진성은 그제야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인간들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아무리 성격이 지랄 같아도 여전히 낙하산이라는 말이 들려오면 주눅이 들더라고.”

”할아버지의 영향이 없지 않아 있겠지만 형은 실력만으로도 능히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이야.“

귀국하기 전 해외에서 이루어낸 업적이 얼마인데….

아직도 젊은 나이에 부원장 자리에 앉아있는 그를 못마땅하게 여길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 자리를 버거워하는 모습도 꽤 여러 번 봤었다. 

”그건 그렇고. 왜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는 건지. 오늘만 해도 그래. 아니, 너도 박 쌤 알지?“

진성이가 갑자기 발작을 하 듯이 큰 탄식을 했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오고 가며 인사를 하던 의사라 기억을 하고 있어서 머리를 끄덕이었다. 

“글쎄 환자 진료 차트가 바뀐 것도 모르고 한 달 전에 오진을 했었더라고. 이상 없다고 돌려보냈던 환자 가족이 오늘 찾아와서 생난리도 아니었단다.“

진성이 답답한 제 가슴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잔에 담긴 와인을 거칠게 입안에 털어 넣었다. 

“무슨 병인데?”

“알츠하이머, 치매.”

“아…”

서울이 작은 탄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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