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일상의 토막들

네로 | 2002.08.13 09:53:20 댓글: 0 조회: 586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28
원무곡

아침 출근시간 달리는 전철안에서 라디오를 꺼냈다. 얼마전 휴대용녹음기를 분실한뒤 부득불 라디오신세를 지게 됐다. 라디오도 나름대로 좋다.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틀어주므로 편식이 없이 골고루 들을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무슨 노래가 나올지 모르므로 항상 기대가 돼있고, 한번밖에 들을수 없기때문에 좋은 노래를 혹시 듣게 되면 온몸이 짜릿해나도록 긴장이 돼오면서 청각세포들마다 곤두선다.

다만 섭섭한것이 있다면 지상에서만 들을수가 있는것이다. 서울역에 도착하면서 터널에 들어서면 전철이 지하철로 변하고 신호가 뚝 끊기면서 이어폰을 귀에서 빼야 한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니 약간은 따분하고 지루한 광고가 계속되고 잠시후 요한 스트라우스의 원무곡이 흘러나온다. 평소 지적수양이 낮은탓인지 피아노곡이나 오케스트라연주같은것은 별로 감동을 주지 못했다만 창문가까이에 서서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나지막한 기와집과 나무들을 보면서 경쾌한 리듬의 원무곡을 들으니 마치 달리는 말떼와 푸르른 초원이, 흐르는 강물이 눈앞에 펼쳐지는것만 같았다. 이기분 이대로 계속 젖을수만 있다면... 7월의 아침해살을 받으며 나무들은 짙푸른 잎사귀들을 펄럭인다.

한강의 밤

데이트를 마치고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준후는 밤도 깊은 시각이라 전철도 버스도 끊긴지가 한참이다. 호주머니를 뒤집어보니 다행이도 택시비는 될듯하다.

손을 번쩍 드니 택시가 부드럽게 미끄러져와서 멈춰선다. "가리봉으로 가주세요."택시는 나를 싣고 88올림픽대로로 접어든다. 창밖으로는 한강이 휘황한 도시의 불빛을 받아 번쩍이며 조용히 흐른다. 한강에 가로놓여진 거대한 다리들마다 아치형,내지는 사다리모양의 다양한 자태들을 교각과 주변에 설치된 무수한 전구속에 은은히 드러낸다.

서울시의 야경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거액을 쏟아부어 조명을 하고있다는데 버스나 전철은 한강가를 따라 달리지 않으므로 승용차운전자들만을 위한 한강의 야경이다. 비록 승용차는 없다만 오늘은 나도 택시에 앉아 아름다운 한강의 밤을 만끽할수가 있다,하지만 운전석곁 미터기의 파란 디지털수자가 올리뛸때마다 내가슴도 같이 뛴다.

비방울소리

집에 들어와서 그냥 잘가 망설이다가 벗어놓았던 셔츠들을 빨았다. 비누거품이 더부룩하게 일때까지 손으로 비비고 또 비벼서 눈이 시리도록 하얗게 빨았다. 그리고 비좁은 주방에 비닐옷걸이로 차곡차곡 걸어놓았다.

방에 드러누워 나른한 몸을 뉘여서 티비를 보는데 주방에서 후둑후둑 비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행여 구김이 갈가봐 짜지 않고 걸어놓았더니 물방울들이 쉼없이 떨어져내러 차겁고 딱딱한 타일에 떨어지는 소리였다. 후둑후둑후둑... 손수건만한  창밖으로 먹물을 풀어놓은듯 깜깜한 하늘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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