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산다는 의미....

대한민국 | 2002.08.24 18:36:47 댓글: 0 조회: 413 추천: 0
분류일반 https://life.moyiza.kr/mywriting/1560780
20년 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이곳 해인사까지 승용차 두 대로 나누어 타고 온 것이다. 연락을 받고서 도착할 때까지 ‘모두들 어떻게 변했을까’ 하면서 은근히 기다려졌다. 과일도 준비하고 다식도 챙겼다.


조금 후 바깥이 왁자지껄했다. 도착한 모양이다. 방문 앞에 쳐놓은 대발을 걷고서 마루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이제 아랫배도 나오고 얼굴에는 중년 티가 가득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20대 시절 머리모아 함께 고전을 윤독하면서 진리를 토론하던 그 시절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러나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 추억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나눌 이야기가 없었던 까닭이다.


말없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면서 나는 차만 열심히 우려냈다. 각자 위치에서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버린 탓이다. 대화에 낄 수 없었던 것은 산중에서 수행한답시고 어떻게 보면 세상과는 다소 무관한 듯이 살아온 나에게 더 큰 허물이 있었다. 이런 느낌은 혈육이 찾아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설사 함께 있더라도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한번 절감해야 했다.


우리가 같은 시대 한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해서 과연 함께 살고 있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만을 같이 할 뿐이지 각자 자기 세계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경우를 종종 마주치게 된다. 어느 대기업 인사부장을 지낸 분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다. 노조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저 사람들과 그 동안 한솥밥을 먹은 것이 사실인가’ 할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면서 적대감으로 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조차도 까마득히 잊고서.


그리고 올해 모 지자체 단체장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분의 말씀도 아직까지 귓가에 쟁쟁하게 그대로 남아있다. 당신이 처음 군수를 지냈던 1960년대에는 국민 대다수가 농민인지라 농민을 위한 정책은 전국민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래서 새마을운동이 들불처럼 일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워낙 계층이 다양화되고 직업의 종류가 많아져 아무리 훌륭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그 혜택을 입을 수 있는 사람은 국민 가운데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 정책의 집행으로 인하여 손해를 보는 사람이 또 10%쯤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두 10%의 구성원들끼리 피 튀기며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그 나머지 80%는 그냥 이익도 손해도 없는, 그래서 무관심층으로 전락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 숫자 만큼의 정책이 나와야 하는지라 이제 정치하기도 정말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는 당선 푸념을 어른스님께 쏟아놓고 가신다. 그리고 선거운동은 양반은 할 것이 아니라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덧붙이며.


우리는 늘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살아간다. 작게는 가족 공동체로부터, 크게는 지구 공동체에 이르기까지 좀더 나은 세계를 향해 부단히 함께 노력해 온 것이 인류의 역사라고 할 것이다. 전쟁마저도 늘 명분은 그러했다.


종교 공동체의 하나인 불교교단에서는 이상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하여 여섯가지 화합법(六和敬)을 강조하고 있다. 함께 행동하고(身和敬), 같은 의미로 규정된 언어를 쓰며(口和敬), 사상을 같이하고(意和敬), 같은 법률을 지키며(戒和敬), 바른 견해를 함께하고(見和敬), 이익을 함께 나눈다(利和敬)는 조항이 그것이다. 그래서 승려 대중들의 거주처를 육화료(六和寮)라고 이름붙인 사찰들이 적지 않다. 동시에 화합을 파괴하는 행위를 가장 큰 죄목으로 다스리고 있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곳의 수도원에서 오래 사신 원로 신부님이 다녀가셨다. 지금은 그곳을 떠나 그레고리안 성가를 가장 잘 부른다고 정평이 나 있는 수녀님 150여명이 사는 곳에 파송되어 살고 있다고 했다.


‘왕 노릇해서 좋으시겠다’는 농담을 했더니 ‘빨리 의무기간을 끝내고 본래의 공동체 생활로 되돌아가고 싶다’며 정색을 하고 대답하시는 게 아닌가. 대중생활도 싫어지고 그렇다고 해서 혼자 살기도 엄두가 나지 않아 대충 대중의 눈 밖에 나지 않을 만큼 적당히 살아가는 이즈음의 나에게 일침이 되어 정수리에 내리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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